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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리어외전> 웃음 뒤에 오는 더욱 진한 비극 [No.111]

글 |이민선 |사진제공|LG아트센터 2012-12-10 3,379

셰익스피어가 활동했던 20여 년간 쏟아낸 작품들 중에 지금까지 공연되고 있어 그 이름을 말하면 알 만한 작품만 해도 족히 스무 편은 될 것이다. 그중에서 ‘4대 비극’이라 일컬어지는 네 편은 명성은 물론이고, 그 알맹이는 문학사에서 두고두고 논의되는 언어 표현의 보고이다. 4대 비극 중 『리어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영국의 비평가들이 “우리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 무대 위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어를 재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만큼,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의미와 시적 표현이 실로 어마어마하게 풍부하다. 학자들이 어떻게 겁을 줬든, 전 세계 많은 연출가들은 리어 왕을 무대 위에 올렸고 나름대로의 성취를 이뤘다. 올 연말 국내에서 만날 <리어외전>의 성과라고 한다면, ‘외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원작을 과감하게 재단하고 재구성해서 방대한 서사가 박진감과 리듬감을 동반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리어외전>을 내놓은 이가 다름 아닌 고선웅 연출임을 감안하면, 철저한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의 요소가 넘친다는 게 의아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작품에서든 발휘되는 고 연출 특유의 유쾌함과 코믹함이 어김없이 포함된 <리어외전>에 그 스스로 붙인 수식어가 ‘오락비극’이다.

 

 

늙은 리어 왕이 유산을 분배하기로 한 날, 욕심에 눈먼 두 딸은 기꺼이 아부로 영토를 얻어내지만, 셋째 딸은 아버지를 사랑하는 진심을 감추고 말을 아껴 아무런 유산도 받지 못한 채 프랑스 왕한테 시집가게 된다. 이후 리어 왕은 사악한 두 딸에게 내쫓겨 폭풍우가 몰아치는 광야를 헤매며 제정신을 잃고 만다. 한편 서자인 에드몬드의 뱀 같은 속임수에 꼬여, 글로스터 백작은 장님이 되고 그의 적자인 큰아들은 거지꼴로 도망을 친다. 욕망에 충실했던 이들은 서로를 헐뜯고 죽이기에 이르고, 리어 왕과 글로스터 백작은 결국 정직했던 자녀들과 화해하지만 그것은 처절한 죽음 직전에서야 이뤄진다. 이것이 셰익스피어 원작의 내용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리어외전>의 결말은 조금 다르다. 한통속이었으나 결국은 서로를 물어뜯는 두 딸 역시 사악한 마음의 벌로 눈이 멀어버리고, 리어 왕은 자신의 잘못을 정리하고자 그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자살한다.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원작에서 고선웅 연출이 끄집어낸 메시지는 “부모와 자식의 도, 자식은 부모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부모는 어떤 태도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등장인물의 캐릭터, 대사 역시 원작과 차이가 있다. 정신 착란을 보였던 리어는 <리어외전>에서는 좀 더 젊고 강한 인물로 등장하며, 셋째 딸 코딜리어는 여전히 예쁘고 현명하지만 원작보다 맹랑하고 강인하다. 속물적인 인물들은 희화화되고 더욱 뚜렷한 개성을 지니게 되었다. 셰익스피어가 보여주었던 언어의 미학 역시 고선웅 식으로 재탄생했다. <리어외전>에서 시적 표현은 다소 경박하면서도 코믹하게 발화되고, 에둘러 표현했던 고전 속 대사들은 직설적이고 대담해졌다. 리어 옆에서 상당량의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던 광대가 사라지고, 리듬감과 연극성을 더해줄 아홉 명의 코러스가 등장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리어의 삶을 전지적 시점으로 설명하는 코러스의 역할 덕에 관객들은 지루할 수 있는 원작의 무게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다. 고선웅 연출은 무대 위에 또 다른 무대를 세우고 객석 방향을 제외한 삼면에 의자를 배치했다. 의자에서 대기하던 배우들이 무대 위의 무대에 올라와 연기함으로써 극중극 형식을 띤다. 고전을 재구성하는 고선웅 연출의 독특한 해석과 상징적인 미가 돋보이는 여신동 무대디자이너의 무대 미술이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는 곧 공연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   12월 12일 ~ 25일 / LG아트센터 / 02) 2005-0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1호 2012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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