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마임, 무용, 서커스 등 다양한 장르의 움직임 공연을 선보여온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은 다분히 고집스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지난 2년간 이 행사의 주제는 몸 또는 오브제였다. 9회째를 맞는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 역시 ‘움직임’과 ‘신체’다. 이건 비슷한 주제로 동어반복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춤에서 신체나 움직임보다 다른 가치가 더 주목받는 시대에서는 의미 있는 고집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추상적인 주제나 난해한 전개 방식에 천착하는 것도 아니다. 공동창작 작품인 <벽난로 가에서의 꿈>은 비운의 천재 조각가인 까미유 끌로델을 동생, 부모, 연인와 대비시켜 그의 삶과 광기를 몸짓으로 풀어낸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은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을 모티프로 미디어가 만든 가상 이미지를 무대 언어로 흥미롭게 재현한다. 신작 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된 <나 누구랑 얘기하니?!>는 웃음을 자아내는 제목만 봐도 소통 욕망에 관한 작품임을 짐작케 한다. 내용보다 형식이 주목받는 시대에서 무대 언어의 재발견과 작가주의적 작품 개발을 추구하는 이런 페스티벌의 행보는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아크람 칸 <데쉬>
2007년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의 <신성한 괴물들>, 2009년 영화배우 줄리엣 비노쉬와의 , 2011년 아크람 칸 컴퍼니의 <버티컬 로드> 등 이미 세 차례나 국내 관객과 만난 아크람 칸이 이번엔 솔로 작품으로 돌아온다. 벵갈어로 ‘고국(Homeland)’이라는 뜻을 지닌 <데쉬(DESH)>는 2011년 초연 직후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아크람 칸 최고의 걸작’이란 평을 받은 작품이다.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춤과 음악을 병행하는 인도 전통춤 카탁의 양식을 잘 보여준다. 아크람 칸은 80분간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버지로 분하기도 하고 10대 시절을 연기하는 등 경이로운 움직임과 변신을 선보인다.
6월 14일~15일 LG아트센터
장수미 <아이의 아이>
독일 사샤 발츠 무용단을 거쳐 현재 독일과 스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과 즉흥 공연을 시도해온 장수미가 자신의 개성을 담아낸 신작을 선보인다. <아이의 아이>는 미국에서 즉흥 연주 및 작곡으로 현대음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첼리스트 이옥경과의 프로젝트다. 무려 5시간 동안 극장 전체를 무대로 춤과 음악은 기본이고, 요리, 의상 피팅, 관객과의 인터뷰 등 즉흥의 의미와 반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연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관객은 퍼포먼스의 대상이자 참여자가 되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6월 14일~15일 LIG아트홀ㆍ강남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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