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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움직임에 대한 의미 있는 고집 [No.129]

글 |송준호 2014-06-30 4,099
장르 간 경계를 넘는 실험들이 일반화된 흐름이 되면서 춤은 ‘무용’이라는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어우러지고 있다. 무용수들은 이제 움직임뿐만 아니라 대사를 하기도 하고 노래도 부른다. 심지어 몸보다는 도구 활용이 많은 공연도 있다. 이런 시도에 대해서 ‘무용인가 아닌가’를 고민하는 것은 촌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모든 실험은 ‘크로스오버’나 ‘컨템퍼러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곤 한다. 하지만 연극의 난해한 철학이나 현학적 대사가 버거운 관객들, 뮤지컬의 떠들썩한 무대나 가벼운 이야기가 힘든 관객들, 클래식 공연의 정형화된 연주 형태가 졸렸던 관객들이 좋아했던 공연은 따로 있다. 오로지 몸으로만 표현하고 관객에 말을 건네는 신체극으로서의 춤 공연이다. 

그런 점에서 마임, 무용, 서커스 등 다양한 장르의 움직임 공연을 선보여온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은 다분히 고집스러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지난 2년간 이 행사의 주제는 몸 또는 오브제였다. 9회째를 맞는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 역시 ‘움직임’과 ‘신체’다. 이건 비슷한 주제로 동어반복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춤에서 신체나 움직임보다 다른 가치가 더 주목받는 시대에서는 의미 있는 고집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추상적인 주제나 난해한 전개 방식에 천착하는 것도 아니다. 공동창작 작품인 <벽난로 가에서의 꿈>은 비운의 천재 조각가인 까미유 끌로델을 동생, 부모, 연인와 대비시켜 그의 삶과 광기를 몸짓으로 풀어낸다.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논란 클럽>은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을 모티프로 미디어가 만든 가상 이미지를 무대 언어로 흥미롭게 재현한다. 신작 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된 <나 누구랑 얘기하니?!>는 웃음을 자아내는 제목만 봐도 소통 욕망에 관한 작품임을 짐작케 한다. 내용보다 형식이 주목받는 시대에서 무대 언어의 재발견과 작가주의적 작품 개발을 추구하는 이런 페스티벌의 행보는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아크람 칸 <데쉬>
2007년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의 <신성한 괴물들>, 2009년 영화배우 줄리엣 비노쉬와의 , 2011년 아크람 칸 컴퍼니의 <버티컬 로드> 등 이미 세 차례나 국내 관객과 만난 아크람 칸이 이번엔 솔로 작품으로 돌아온다. 벵갈어로 ‘고국(Homeland)’이라는 뜻을 지닌 <데쉬(DESH)>는 2011년 초연 직후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아크람 칸 최고의 걸작’이란 평을 받은 작품이다. 한 사람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춤과 음악을 병행하는 인도 전통춤 카탁의 양식을 잘 보여준다. 아크람 칸은 80분간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버지로 분하기도 하고 10대 시절을 연기하는 등 경이로운 움직임과 변신을 선보인다. 
6월 14일~15일 LG아트센터

장수미 <아이의 아이>
독일 사샤 발츠 무용단을 거쳐 현재 독일과 스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과 즉흥 공연을 시도해온 장수미가 자신의 개성을 담아낸 신작을 선보인다. <아이의 아이>는 미국에서 즉흥 연주 및 작곡으로 현대음악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첼리스트 이옥경과의 프로젝트다. 무려 5시간 동안 극장 전체를 무대로 춤과 음악은 기본이고, 요리, 의상 피팅, 관객과의 인터뷰 등 즉흥의 의미와 반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연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연자와 관객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관객은 퍼포먼스의 대상이자 참여자가 되는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6월 14일~15일 LIG아트홀ㆍ강남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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