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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DIMF <마타하리>·<마마 러브 미 원스 어게인>·<몬테 크리스토>[No.131]

글 |박병성 사진제공 |DIMF 사무국 2014-09-10 4,517
각 나라의 개성과 문화가 느껴졌던 해외 초청작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하 DIMF)이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매해 여름 대구시에서 펼쳐지는 DIMF에서는 개발 과정에 있는 창작뮤지컬을 본 공연에 앞서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액터 뮤지션 방식으로 공연한 <모비딕>,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각색한 <마이 스케어리 걸>, 동명의 인기 드라마를 각색한 <풀 하우스>가 대구에서 먼저 소개되었다. 딤프의 또 하나의 매력은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해외 뮤지컬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프랑스나 비엔나, 최근에는 체코 뮤지컬이 소개되었지만 그 외 나라의 뮤지컬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올해에는 슬로바키아의 <마타하리>, 중국의 <마마 러브 미 원스 어게인>, 러시아의 <몬테 크리스토> 등이 해외 초청작으로 페스티벌 기간 중 대구를 방문했다. 



슬로바키아의 <마타하리>

슬로바키아는 체코슬로바키아로 더 익숙한 나라이다. 1차 대전 이후 슬로바키아는 체코와 합병한 형태로 독립한 후, 1993년이 되어서야 분리되었다. 공산권 국가였던 슬로바키아의 주민들은 대중예술보다는 클래식과 발레를 즐기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영미권 뮤지컬의 투어 공연이 소개되는 등 서서히 뮤지컬의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마타하리>는 슬로바키아의 한 국립극장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동유럽권의 연극적 전통과 유럽의 음악극 전통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1차 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이중간첩으로 살았던 마타하리의 일생을 극화했다. 타고난 아름다움을 지닌 마가렛 젤러가 마타하리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다. 중절모를 눌러쓰고 사형대에서 눈가리개를 거부하던 이중간첩 마타하리의 카리스마는 잠깐, 작품은 그저 평범한 여자였던 마가렛 젤러에 포커스를 맞춘다. 마타하리를 양국 정부에 이용당한 인물이라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슬로바키아의 뮤지컬 <마타하리>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이야기가 절묘하게 짜여진 형식보다는 일생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취한다. 느슨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조바심 내지 않고 차근차근 드라마를 전개해간다.   

연극의 전통이 강한 동유럽의 작품답게 전체적으로 춤이 많은 음악극이라는 인상을 주면서도, 장면 전환이나 세심한 드라마 전개 등 연극적인 특성을 느낄 수 있었다. 댄서이기도 했던 마타하리가 주인공이므로 이야기에 춤이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클래식한 발레와 인도풍의 동양적 안무가 결합된 댄스는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녀의 운명을 검은 옷, 흰옷 그리고 황금 옷의 무희로 상징해서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상징적인 캐릭터나 노래 구성, 그리고 극 전개는 프랑스 뮤지컬에 가깝게 느껴졌다. 



중국의 <마마 러브 미 원스 어게인>

가깝지만 먼 나라, 하면 일본을 떠올리지만 중국 역시 우리에게는 그런 나라다. 중국 하면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세계 최대 경제·군사 강국이지만 문화는 아직 현대화되지 않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경제적 지원과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지닌 중국은 문화 역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뮤지컬 <마마 러브 미 원스 어게인>은 그러한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 실제 벌어진 모친 치상 사건을 소재로 꾸몄다. 드라마는 다소 신파적이다. 재벌가와 결혼한 무용수. 집안의 반대로 아이를 혼자 키우던 그녀는 밤무대까지 서가며 아들의 유학비를 마련한다. 일본 유학 후, 프랑스 유학을 준비하던 아들은 더 이상 학비를 대지 못하는 어머니를 우발적으로 칼로 찌르게 된다. 어머니는 재판관에게 선처를 바라며 아들을 용서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스토리였고, 극적 구성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요소가 많았다. 단지 대극장을 채우기 위한 소재로 춤이 이용되는 듯한 인상도 준다.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 배우들의 기량이 뛰어났고 제작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자녀 가정이 대다수인 중국에서 이러한 소재는 우리와는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페스티벌용으로 만든 대극장 공연이 아닌 규모를 좀 줄여 소극장에서 드라마를 강조한 공연으로 만났다면 또 다른 평가가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의 <몬테 크리스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을 읽고,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들으며, 체호프의 연극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뮤지컬을 만들까. <몬테 크리스토>는 좀체 경험하기 힘든 러시아 뮤지컬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프랑크 와일드혼의 <몬테크리스토>가 이미 국내에 소개된 상태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프랑크 와일드혼의 작품이 에드몬드 단테스와 메르세데스의 사랑에 중점을 뒀다면, 러시아의 작품은 뒤마의 원작을 충실하게 전개한다. 와일드혼의 버전에 비해 복수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원작의 복잡한 드라마를 담아내다 보니 2막에서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이 명확하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몬테 크리스토>에서 돋보인 것은 음악, 무대와 조명, 연출 그리고 안무였다. 예술 강국 러시아답게 각 부문의 완성도에서 앞선 작품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차막 너머로, 조명에 비친 휘어진 기둥들에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만드는 첫 장면부터 압도적이었다. 하나의 예술품같이 아름다운 기둥들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방향을 바꾸면서 배가 되고, 감옥이 되고, 저택이 됐다. 매우 간단한 무대장치로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는 연출이 놀라웠다. 클래식과 록이 적절히 가미된 음악은 아름다웠다. 모든 음악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어 노래 전체의 강약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는 앞선 슬로바키아의 뮤지컬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는 특징인데, 유럽권 뮤지컬의 일반적인 경향인 것 같았다. 우아한 발레와 현대무용을 적절히 섞은 앙상블의 춤은 그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앙상블 중에는 볼쇼이 발레단 출신의 배우가 포함되어 있다고 전해들었다. 남자 배우들의 역동적인 애크러배틱의 기량은 최고 수준이었다. 러시아의 <몬테 크리스토>는 음악, 무용, 무대 연출을 따로 떼어놓고 감상해도 좋을 정도로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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