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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호드웍스의 <새벽> [No.134]

글 |송준호 사진제공 |서울세계무용축제 2014-12-08 4,053

‘우리’의 몸과 일상에 대한 진솔한 탐구



공연에서 ‘나신(裸身)’은 장르 불문하고 언제나 화제가 되어왔다. ‘벗은 몸’의 말초적인 자극이 주는 힘 때문이다. 이런 공연은 지난 세기에는 ‘예술’과 ‘외설’의 판별에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몸이 주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로 활용되며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이런 관념적인 주제에서도 시종일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가장 큰 힘은 물론 ‘벗은 몸’이 주는 원초적인 호기심에 있다.

서울세계무용축제의 폐막작으로 소개된 호드웍스 무용단의 <새벽>도 무용수들이 실오라기 하나 없이 벗고 등장한다는 컨셉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두 쌍의 남녀가 짝을 이룬 구성에 제목도 ‘새벽’이니, 현대무용의 문외한들에게도 귀가 솔깃해지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네 명의 무용수들은 등장하자마자 사각의 무대 네 모서리에서 옷을 벗고, 각기 짝을 이뤄 몸을 밀착하고 교차시키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적당히 어두운 객석과 그보다 약간 밝은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무용수들의 몸이다. 이때 부각되는 그들의 몸은 타이트하게 조율된 무용수의 전형적 신체가 아니라, 적당히 마르거나 살이 붙은 상태다. 관객의 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날것의 몸은 자연스레 관람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호드웍스는 이런 관객의 불편함을 전략적이고 집요하게 공략한다. 객석 앞쪽 무대를 둘러싸는 좌석을 따로 마련해 관객들이 모든 각도에서 무용수들의 몸과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무용수들은 물구나무서기와 다리를 벌리는 동작을 반복하며 은밀한 부위를 사방의 객석을 향해 낱낱이 공개한다. 관객들은 그들 앞에 펼쳐진 도발에 집중하다가 문득 건너편의 관객과 눈이 마주치며 민망함을 느끼게 된다. 타자의 몸에 대한 관음의 현장을 들통나게 하는 짓궂은 객석 배치다.

그런데 무용수들은 객석을 향해 몸의 모든 부위를 과감히,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 보임으로써 ‘벗은 몸’에서 오히려 ‘음란함’의 가능성을 지워버린다. ‘새벽’은 이때 찾아온다. 여기서 ‘새벽’은 밤과 아침 사이의 물리적 시점이 아닌, 다른 두 상황 사이에서 의식이 변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몸의 에로티시즘이 무뎌지는 찰나, 이들은 그런 의식의 변화를 전복하듯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때 전자음으로 이루어진 음향 효과도 박동 수를 급박하게 고조시킴으로써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건조하게 반복되는 동작은 에로틱한 느낌보다 노동의 고됨을 연상케 한다. 이윽고 두 커플의 ‘피부 마찰’이 절정을 통과하며 네 사람은 점차 움직임의 속도를 낮춘다. 마치 관계 후의 피로와 허무함을 표현하듯 움직임까지 잦아들면서 무용수들은 각자 바닥에 드러눕고 숨을 가다듬는다. 이후 처음과 마찬가지로 네 모서리에 벗어놓은 옷을 입고 무용수들이 퇴장해버린 무대에는 그들이 흘린 땀과 머리카락만이 지난 시간을 입증한다.

<새벽>은 많은 춤 작품에서 다루는 거창하고 추상적인 몸 담론과 거리가 있다. 여기서의 ‘몸’은 소박하고 실체적이다. 작품은 ‘인류’나 ‘사회’가 아닌, ‘우리’의 몸을 들여다본다. 즉흥적인 교류와 반복된 동작의 여정 끝에 기다리는 것은 결국 우리의 일상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4호 2014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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