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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 1기 [No.135]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15-01-06 4,256
내일을 향한 첫걸음 



11월 8일 오전 11시, 대학로 쁘띠첼 시어터 4층 대학로 CJ E&M 사무실. 주인도 없는 사무실에 객들이 모여든다. <비스티 보이즈>의 성종완 작가, <라스트 로얄 패밀리>의 전미현 작가, <풍월주>의 정민아 작가 등 면면이 낯설지 않다.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이 있는 날이다. 조광화, 오은희 작가를 필두로 2013년 4월에 구성된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은 지금까지 매달 두 차례 뮤지컬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이날은 아이템 단계부터 멘토들과 동료 작가들의 비평에도 꿋꿋이 아이디어를 키워온 채정원 작가가 를 발표했다. 이 작품을 함께 개발 중인 이승규 작곡가도 이 시간을 같이했다.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
멘토    조광화 작가 겸 연출가, 오은희 작가, 김종헌 프로듀서, 구소영 음악감독,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
참여 작가    성종완, 오혜원, 이동규, 이오진, 이채경, 전미현,  정민아, 정준, 채정원, 한재은
공모전 당선 및 발표된 작품  <글루미데이>, <드가장>, <바람직한 청소년>, <비스티 보이즈>, <서시>, <소행성 b612>, <안녕?! 네버랜드>, <앵화원>, <어린왕자>, <원데이>, <캘빈 템퍼레처>,  총 12작품.
 

 

한국 극작 워크숍이 뿌린 씨



‘왕따 이야기를 하는 건지, 사회를 풍자하는 건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문수나 정은이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계기적 사건이 약하다.’, ‘만화적인 느낌이 재밌고, 위트 있는 대사들이 좋았다’, ‘가사는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나치게 3,4조, 4,4조 일색이라 연상되는 노래가 일정하다.’ 때로는 작가에 대한 생각과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묻기도 하면서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을 서슴없이 날렸다. 작품에 대한 비평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오프닝 곡은 위기 상황에서 영웅을 찾는 곡인데 너무 얌전하다. 마블코믹스나 한스 짐머처럼 영웅물 느낌이 나는 곡이었으면 좋겠다.’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문수였다. 영웅을 조종하는 인물로서 문수가 부각된다면 현실 풍자적인 색채가 부각될 것 같다.’ 아직은 못난 새끼 오리를 내놓은 어미 오리로서 동료 작가와 멘토들의 냉철한 지적과 분석을 듣고 있는 것이 편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말들을 새겨보면 작품의 장점과 단점이 보이고, 앞으로 개선할 지점들이 보인다.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이 결성된 것은 2013년 4월이었다. 1기생으로 10명을 선발하여 그때부터 월 2회씩 워크숍을 진행했다. 2013년에는 아이템을 개발해 대본으로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고, 2014년부터는 가능하다면 협업 작곡가가 참여하여 샘플 곡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이 결성된 계기는 1965년 드라마센터의 한국 극작 워크숍에서부터 출발한다. 한국 극작 워크숍은 유치진 선생이 만들고 여석기 교수가 주도하였는데, 이를 통해 윤대성, 박조열, 노경식, 오태석, 이강백 등 한국의 대표적인 극작가들이 배출됐다. 30년이 지난 1995년 이제 중견 극작가가 된 이강백 작가와 한상철 평론가 주도로 한국 극작 워크숍이 부활했다. 그때 멤버들 중에 조광화, 오은희 작가가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국내 대표 뮤지컬 작가인 조광화, 오은희 작가는 우리가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되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작가와 작곡가의 환경은 여전히 냉혹하다. 미래의 뮤지컬계를 이끌어갈 창작자들이 지속적으로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극작 워크숍이 두 작가에게 힘겨운 시기를 견뎌낼 힘을 준 것처럼, 후배 작가들에게도 작은 버팀목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소박한 목적으로 출발한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 1기가 내년 1월 활동을 마치고 졸업하게 된다. 10명의 작가가 워크숍 동안 개발한 아이템이나 시놉시스는 총 22편, 이 중 대본으로 완성된 것이 총 17편이다. 이 중 <글루미데이>, <비스티 보이즈>, <바람직한 청소년>, <드가장> 등이 정식 공연을 올렸고, , <원데이> 등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었다. 이렇게 작품을 올렸거나, 공모전에 소개된 작품이 총 12작품. 첫 회의 활동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고아였다가 부모가 생긴 것 같다.’ 이오진 작가는 멘토들의 존재를 이렇게 표현했다. 특히 바쁜 일정 속에서도 워크숍을 거르지 않았던 조광화, 오은희 작가의 열정과 후배들의 사랑은 이 워크숍을 끌어온 원동력이었다. 혹독한 지적과 꾸짖음, 독려가 큰 힘이 되었지만, 수십 년간 작가의 자리를 지켜온 두 작가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후배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참여 작가들은 한결같이 함께하는 동료가 생긴 것이 큰 힘이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신인 작가 시절에는 더욱더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 힘겨운 터널을 함께 걸어가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다. 한재은 작가는 “부지런하고 재능 많은 동료들을 보면서 나를 채찍질할 수도 있고, 아주 사소한 작업 습관들을 공유할 수 있어 참 즐거웠다”며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의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동규 작가의 말대로 현재 신인 뮤지컬 작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기 때문이다. 워크숍도 워크숍이지만, 워크숍 후에 술을 마시며 나누던 푸념과 격려는 외로운 작가의 길을 충전해주는 에너지원이었다. 뮤지컬 정보와 자료를 공유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해 사심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 1기가 2015년 1월까지 활동을 마치면 졸업을 하게 된다. 처음 시작할 때 2년이라는 시간이 꽤 길게만 느껴졌지만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오니 아쉽고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험난한 창작의 파도를 홀로 겪어야 할 것이 벌써부터 걱정인 참여 작가들은 어떤 형태든 이 인연을 이어갈 궁리를 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작가 워크숍은 내년 후반기쯤 새로운 멤버로 두 번째 발걸음을 이어갈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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