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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DIARY] 2014 <사춘기> 비하인드 스토리 [No.135]

글 |배경희 사진제공 |스토리피 2015-01-08 6,519
사춘기 팀이 말하는 2014 <사춘기> 비하인드 스토리



2009년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창작뮤지컬 <사춘기>가 무대에 올랐다. 
<사춘기>는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가 쓴 『사춘기』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각색한 작품. 
작품은 제목처럼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오랜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온 <사춘기>의 팀 분위기는 어떨까? 2014 <사춘기>에 이름을 올린 
윤나무, 최성원, 강정우, 박정원, 네 사람의 시끌벅적한 이야기를 통해 그 분위기를 살짝 공개한다. 

윤나무_ 영민 : 전학 온 날 치른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 수재. 어두운 가정사가 있다.  
최성원_ 선규 :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심한 인물. 좋은 성적을 받아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강정우_ 반장 :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그야말로 학급의 리더. 
박정원_ 경찬 : 카톨릭대 진학을 목표로 하지만 공부엔 관심이 없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인물. 





<사춘기> 팀, 이것만큼은 자랑할 수 있다 하는 건?


최성원    저희 작품은 더블 캐스트 중 어떤 배우의 공연을 봐도 공연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작품을 위해서 같은 역을 맡는 배우끼리 각각 다른 점을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게 하거든요. 서로 시기하는 팀은 ‘쟤가 오른손을 뻗으면 난 왼손을 뻗겠어’ 하고 불필요한 경쟁을 하게 되는데 저희는 그런 사람이 없어요. 팀워크가 정말 좋은 거죠.
윤나무    저희 연습 기간이 10주였어요. 연습량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합이 잘 맞을 거예요. 또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그 어떤 팀하고 컵차기 게임을 해도 이길 자신이 있어요. 저희 팀은 한 게임에 백 개 넘게 컵차기를 하거든요. 특히 저희 연출님이 컵차기를 정말 잘하세요. 저는 지금껏 그렇게 컵차기를 잘하는 여성을 본 적이 없어요.  
역할과 99퍼센트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를 뽑자면?
윤나무    정원이. 눈빛부터 비극적인 느낌을 주는 게 꼭 경찬이처럼 외로워 보여요.
강정우    선규는 좀 찌질해야 하는데, 성원이랑 (조)형균이가 한다는 얘길 들었을 때 ‘아, 이해된다’ 싶었죠. 완전 인정! 
최성원    베스트 캐스팅 말고 미스 캐스팅을 꼽으면 안 돼요? 용철이 역의 (고)훈정이가 완전히 미스 캐스팅이거든요. 웃겨야 하는 역할인데 쓸데없이 너무 잘생겼어요. 쓸데없이 노래도 너무 잘해요. 쓸데없이 기타도 잘치고. 

가장 사춘기다운 에너지가 있는 멤버는?


최성원    저희 팀에 임병택이라고(다들 정신없이 웃는다), 웃으면 자존심 상하는 개그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제일 톡톡 튀어요.
강정우    스튜디오에서 다들 진지하게 노래 녹음을 하고 있는데, 병택이가 오더니 스튜디오 이름 ‘SJM’의 뜻을 알아냈대요. ‘SJM’은 숨지마라고. 진짜 웃어주기 싫었는데 웃음이 나더라고요. 
최성원    저희 팀 파이팅 구호를 담당하는 것도 병택이에요.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병택이의 멘트를 들으면, 힘이 막 솟아나요. 파이팅 구호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죠. 
박정원    파이팅 구호는 저희 팀에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죠.

나와 비슷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극 중 캐릭터는?


윤나무    공부를 좀 잘했다면 반장이요. 운동하는 거 좋아하고, 애들하고 노는 거 좋아하고, 저도 그랬어요. 같이 어울리던 친구 중에 음식점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가게 안에 방이 하나 있었어요. 거기서 애들하고 주류 냉장고에 들어있던 술을 한 병씩…. 아, 이런 얘기하면 안 돼나? 
최성원    전 용용 브라더스. 저도 학교에서 분위기 메이커였거든요. 영민이나 선규랑 닮은 모습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학업 스트레스가 큰데, 전 학창 시절 학업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아서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한 번도! 학교 다닐 때 방학만큼 좋아했던 게 시험 기간이에요. 일찍 끝나니까 방학 같아서. (일동 웃음)
강정우    제 사춘기는 반장하고 경찬을 섞으면 될 것 같아요. 경찬에게는 친구들과의 우정이 현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탈출구인데, 저도 그랬거든요. 아픔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것도 닮은 거 같고. 요즘엔 뻔뻔해져서 잘 드러내지만요. (웃음) 
박정원    저는 영민이랑 제 사춘기를 비교하게 돼요. 영민이가 좀 특이한데, 저도 학창 시절에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너무 싫었어요.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관심 받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아, 공부도 웬만큼은 했고. (여기저기서 야유가 쏟아진다.) 
최성원    너 예고 나왔잖아. 예고에서 공부를 하면 얼마나 한다고. 
박정원    아니, 그러니까 막 잘했다는 건 아니고…. 
윤나무    왜 그래, 그래도 정원이 인(In) 서울 대학 갔잖아, 인 서울. 
최성원    그래, 그럼 뭐, 공부를 어느 정도 했던 걸로 하자.

사춘기에 날 불안하게 했던 요소가 있다면?


강정우    저는 나한테 사춘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학창 시절이 행복하게 지나갔어요. 정말 즐겁게 보냈죠. 그 시기에 해야 될 것도 다 해보고, 안 해야 될 건 더 해보면서. (웃음) 
윤나무    전 집안 사정이나 뭐 이런 거에 대해 아무 걱정 없이 보내진 못했어요. 운동하는 걸 좋아했던 것도 운동하면서 땀 흘리면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 근데 너무 고통스러웠단 생각은 안 들어요. 아프고 아슬아슬했던 기억보단 재밌었던 기억이 더 많죠.
최성원    자존감이 없었던 게 저를 제일 괴롭혔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몸무게가 98킬로그램이 나갈 정도로 뚱뚱했던 터라 외모 자신감이 제로였거든요. 그런 제가 배우를 꿈꾼다고 하면 친구들이 비웃을 것 같은 느낌? 꿈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게 괴로웠어요.
박정원    사춘기 때 절 가장 혼란스럽게 했던 건 첫사랑이에요. 첫사랑 때문에 별별짓을 다해봤거든요. 배신감에 너무 힘들어서. (웃음) 그땐 너무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만큼 찬란하고 눈부시지 않았나 싶어요. 

성에 일찍 눈 떴을 것 같은 멤버를 꼽으면?


강정우    첫사랑하고 해볼 수 있는 거 다 해봤다는 정원이. 뭘 해봤는지 모르지만 다 해봤다니까. 그리고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고 했는데 그때 뭘 했는지…. (다들 또 정신없이 웃는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마음을 울렸던 뮤지컬 넘버는?


박정원    영민이가 부르는 ‘이 세상의 바보들아’를 처음 들었을 땐, 제 잘난 맛에 사는 쟨 뭐야 싶었어요.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외롭지 않다고 얘기하는 게 사실은 외로워 죽을 것 같다는 말의 반어법처럼 들리더라고요. 전 이 노래가 제일 좋고 슬퍼요. 
강정우    선규가 자살하기 전에 노래를 부를 때 ‘오늘은 울지 않을래’ 하는 부분에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
최성원    이 작품을 몰랐을 때 (박)정아 작곡가님(<사춘기> 작곡가) 콘서트에서 ‘그레첸’이라는 곡을 처음으로 듣게 됐는데, 정말 좋았어요. 선율도 독특하고. 요즘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곡을 좋아해요. 저희 작품에서 가장 밝은 노래에요. 
윤나무    저는 ‘너만 보여’가 좋아요. 선율도 좋고, 가사도 좋죠. 이 노래의 가사를 듣다보면 제 학창 시절 생각이 나기도 하고요. 

내가 생각하는 <사춘기>의 매력은?


박정원    저희 작품은 누구나 겪은 사춘기를 소재로 하잖아요. 게다가 각각 성격이 다른 여덟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기 때문에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가장 혼란스러웠던 그 시절을 같이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강정우    <사춘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담배 하나 피운 걸로 어른이 된 것 마냥 좋아해요. 성인이 된 우리에겐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땐 여기 나오는 아이들처럼 작은 거 하나에 벅차올라 하고 힘들어하고 그러잖아요. <사춘기>는 눈부셨던 젊은 날을 기억하게 해주는 공연인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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