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관객들은 어떤 뮤지컬에 울고 웃었을까?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을 맞아 올해 최고의 작품, 배우, 창작진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7인의 전문가(원종원 평론가, 정수연 평론가, 조용신 연출 및 칼럼니스트, <더뮤지컬> 박병성 편집장, 플레이디비 황선아 기자, 뉴시스 이재훈 기자,
조사 대상 : 2013년 11월에서 2014년 10월 사이 개막한 작품
Q. 올해 최고의 창작뮤지컬
올해 최고의 창작뮤지컬로는 대극장 창작뮤지컬로서 보기 드문 흥행을 기록했던 <프랑켄슈타인>이 꼽혔다. 라이선스 뮤지컬로 착각할 만큼 화려한 볼거리와 흡인력 있는 드라마가 관객에게 만족감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빅터와 앙리의 끈끈한 우정, 인간적으로 표현된 괴물 캐릭터 등을 매력 요소로 꼽는 응답자가 많았다.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은 셜록과 잭 더 리퍼라는 이미 익숙한 캐릭터들을 다시 한 번 흥미롭게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추리 뮤지컬다운 탄탄한 전개와, 셜록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추리 과정을 엿보는 듯한 무대가 재미를 더했다. 시즌제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시도도 의미를 인정받았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앞선 두 작품과 달리 ‘라이선스 뮤지컬 같지 않다’는 이유에서 지지를 받았다. 분단이라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상황과 정서를 잘 담아냈다는 것. 또한 원작 소설과 더불어 이미 유명한 동명의 영화를 뛰어넘는 유쾌함과 감동,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이다.
Q. 올해 최고의 라이선스 뮤지컬
올해의 남자 배우는 뮤지컬계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 드라큘라 역의 김준수는 <엘리자벳>의 토드에 이어 인간이 아닌 판타지적인 존재를 표현하는 데 탁월함을 입증했다. 특유의 미성이 드라큘라라는 캐릭터를 한층 신비롭고 애절하게 느껴지게 했다는 평이다. 유일하게 선보인 붉은 머리도 흡혈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잘 형상화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위는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도약하고 있는 <모차르트!>의 박효신. 풍부한 성량과 폭발적인 고음으로 노래를 잘 소화했을 뿐 아니라, 연기 면에서도 <엘리자벳> 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특히 중저음의 목소리 톤까지 높게 바꿔가며 모차르트의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잘 살린 점이 호평을 받았다. 3위는 최고의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최고의 라이선스 뮤지컬 <모차르트!>에 모두 출연했던 배우 박은태가 차지했다. 박은태는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와 괴물이라는 전혀 다른 두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연기해, 양쪽 모두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고음역대의 넘버를 공연 내내 안정적으로 소화해 말 그대로 ‘괴물 같은 가창력’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Q. 올해 최고의 여자 배우
1위 <위키드> 옥주현 31.4% (1413명)
여배우의 역할이 한정적이었던 국내 뮤지컬계에서 두 명의 여주인공이 이끄는 <위키드>는 여배우의 저력을 새로이 확인시켜준 작품이다. 이를 입증하듯 <위키드>에서 엘파바와 글린다를 연기했던 옥주현과 정선아가 사이좋게 최고의 여자 배우 1,2위를 장식했다. 두 사람 모두 배우와 캐릭터와 구분되지 않을 만큼 혼연일체 된 연기가 좋은 인상을 남겼다. 옥주현의 경우, ‘초록색 피부로 인한 주위의 비난을 이겨내고 자기 길을 걷는 엘파바에게서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극복하고 어엿한 뮤지컬 배우로 성장한 옥주현이 보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선아 역시 실제 성격이 묻어나는 능청스럽고도 발랄한 연기로 백치미 넘치는 공주병 캐릭터 글린다를 맛깔나게 소화했다는 평이다. <더 데빌>은 올해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갈린 작품이지만 그레첸 역의 차지연만은 이와 상관없이 열띤 지지를 받았다. 논란 많은 작품의 중심에서 흔들림 없이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 넘어지고 구르며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힘든 역할을 소화해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Q. 올해 최고의 연출가
최고의 창작진 부문은 국내 초연작의 창작진으로 후보를 한정했다. 그 결과, 최고의 창작 뮤지컬로 선정된 작품의 창작진이 그대로 순위에 올랐다.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은 극본가이자 연출가로 흥행 코드를 꿰뚫는 각색과 연출 능력을 보여줘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특히 모든 주요 배역의 1인 2역이라는 새로운 시도, 배우 각자의 개성을 존중한 연출이 호평을 받았다. <셜록홈즈2>는 추리물로서 짜임새 있는 극본과 긴장감 있는 연출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무대와 영상으로 사건의 흐름을 알기 쉽게 전달하면서 관객을 추리에 동참시킨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한 시즌제 뮤지컬로서 전작과의 연결 고리를 섬세하게 이으면서도 전작 미관람객에게 이질감이 들지 않게 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우 원작 소설과 영화의 내용을 뮤지컬 장르에 맞게 잘 다듬은 작가와 연출의 능력이 높게 평가받았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와 절묘하게 교차하고 또 반전을 거듭하면서, 주제를 선명하고 극적으로 전달했다.
Q. 올해 최고의 작곡가
최고의 작곡가 부문에서도 <프랑켄슈타인>의 이성준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관객이 좋아하는 고음역대의 강하게 휘몰아치는 곡으로, 서곡부터 마지막까지 빨려 들어가는 힘을 느끼게 했다는 평. <셜록홈즈2>의 최종윤 작곡가는 추리 뮤지컬의 분위기에 잘 맞는 긴장감 있는 넘버를 작곡했다. 무조건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아니라 셜록 홈즈의 이성적인 면을 잘 드러내주는 음악이어서 좋았다는 평이다. 시즌2에서는 앙상블을 추가해 시즌1에서 보여주지 못한 장대한 스케일의 곡을 선보였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창작뮤지컬과 관련된 모든 순위에서 <프랑켄슈타인>, <셜록홈즈2>, <공동경비구역 JSA> 세 작품이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더 데빌>의 작곡가 우디 박과 이지혜가 순위에 오른 게 눈에 띈다. 세련된 록 사운드의 음악에 작품과 별개의 매력을 느꼈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두 작곡가의 개성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더 데빌>의 강점으로 꼽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5호 2014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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