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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그날들> 이건명 [No.136]

진행·정리 | 안시은 2015-01-27 7,116

행복의 나비효과

이건명은 올 한 해를 <삼총사>로 시작해 <프랑켄슈타인>, <두 도시 이야기>를 지나 <그날들>로 누구보다 바빴던 2014년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새해가 밝기도 전 들려온 <로빈훗> 캐스팅 소식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만 같은데 그에게선 언제나 행복의 에너지가 넘친다. 행복한 남자라 자칭한 이건명의 <그날들>부터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더뮤지컬 독자들의 질문을 통해 들여다봤다.



<그날들>이 전하는 이야기                                                                            

THE MUSICAL 최근에 출연한 작품 중 제일 애착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넘버도 알려주세요. (cwdodo)
이건명 캐릭터는 <그날들>의 차정학. 지금 하고 있으니까요.^^ 넘버는 ‘새장 속의 친구’를 좋아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정말 좋아하던 노래거든요. 
“‘새장 속의 친구’는 고등학교 때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파란 하늘위로 날아가버린” 같은 노랫말이 고등학생 감수성을 자극했었나 봐요. 어마어마하게 많이 불렀어요.”

THE MUSICAL  <그날들>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wm05230)
이건명  김광석 씨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습니다. 
“김광석 씨의 노래는 첫 소절만 불러도 그 상황으로 쑥 데리고 들어가는 마력이 있어요. “거리에~”, “어제는~”, “그대는~” 처럼요. 그런 노래를 무대에서 하는 건 어마어마하게 행복한 일이죠.”

THE MUSICAL  <그날들>에서 특히 인상 깊은 노래와 대사가 있으면 이유와 함께 알려주세요. (wakaba5s)
이건명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제 삶의 스타일과 비슷해서요. 

THE MUSICAL  <그날들>에서 ‘서른 즈음에’를 가장 좋아합니다. 정학과 함께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 행복해지거든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요. (cool1450)
이건명  ‘서른 즈음에’ 장면은 지금도 가슴이 아파서 잘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너무 힘들어요. 
“이 장면이 되면 차정학에게 많은 생각들이 물밀 듯이 밀려와요. 그녀와 강무영에 대한 생각에 운영관님의 개인사까지 생각이 미치거든요. 20대에서 40대 정학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올곧이 다 보여주는 장면이라 진짜 소중한 거죠. 차정학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 같고.”

THE MUSICAL  <그날들> 출연 배우 중 누구랑 제일 친하다고 생각해요? (wm06230)
이건명  패스!
“다 친해요. (강)태을이는 매일 집이 가까워서 차같이 타고 다니면서 친해졌고, (김)승대는 활동한 지 오래지 않은 <로미오 앤 줄리엣> 때부터 같이해서 친하고요. (유)준상이 형은 계속 같이하는 데다 친하지 않을래야 친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지)창욱이도 <잭 더 리퍼> 때부터 인연이 있고요. 규현이도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 <해를 품은 달>과 <싱잉 인 더 레인> 빼곤 다같이 했어요. 누구 하나를 꼽기는 힘들어요.”



뮤지컬 배우로 산다는 것                                                            

THE MUSICAL  뮤지컬 배우가 된 계기 궁금해요

이건명  춤, 노래, 연기가 정말 정말 좋아서요. 
“연극반이었고 스쿨 밴드하면서 만날 록을 불렀어요. 쉬는 시간에는 복도에서 춤 맞춰보고  저녁에는 춤추러 나이트클럽 다녔고요. 우연히 처음 본 뮤지컬이 <아가씨와 건달들>이었는데 사랑하는 노래랑 춤, 연기가 다 있었어요. 꼭 해야겠다 싶어서 다음 날 성악하신 삼촌한테 가서 노래 배웠어요. 삼촌이 “만날 록 한다고 다니던 애가 왜 노래야?” 하시더라고요. 삼촌 집에서 저희 집에 가던 길에 있던 무용학원에 가서 무용도 바로 시작했고요. 그때는 팔방미인만 할 수 있던 시대여서 아침부터 발레 수업 받고 탭댄스도 배웠죠. 한국 무용도 못하면 안 됐고요. 가락시장 가서 리어카 끌고 돈 없으면 막일해서 일당 받고 돈 모아서 노래 배우고 무용 배웠던 시절이었어요. 전부터 유학도 가고 싶었는데 아내를 놔두고 뉴욕이란 비싼 도시에 1년 반을 간다는 게 이기적이더라고요. 뉴욕대에 두세 달짜리 워크숍이 있어서 나중에 거길 가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THE MUSICAL  인터뷰에서 “뮤지컬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뮤지컬이 내 전부다”라는 답이 꼭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뮤지컬을 시작한 걸 후회해본 적은 없나요? (ysjtpwls83)
이건명  후회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뮤지컬 배우가 수입이 적던 시절, 수입 때문에 후회했던 적은 있습니다. 
“제가 뮤지컬 배우를 선택했을 땐 지지리도 힘든 직업이었어요. 뮤지컬 배우라고 하면 누구나 다 “힘들지? 그래도 넌 꿈이 있잖아.”란 말을 듣던 직업이었으니까요. 그랬는데도 뮤지컬 배우를 선택했던 걸 보면 현실이 아니라 행복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중간에 개인적인 슬럼프를 겪고 다른 일을 해볼까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돌이켜 봤을 때도 어떤 일을 해도 무대 위에 있을 때보다 행복하지 못할 거란 결론이 나서 더 달려보자는 생각으로 달린 거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행복을 좇았던 거네요.”

THE MUSICAL  많은 공연을 해왔는데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공연이 있나요? (skymio)
이건명  예전엔 많았는데 이젠 작품이나 캐릭터보단 행복한 팀에서 작품 하는 게 더 중요해졌어요. 
“조율이 힘들었던 연출과 공연했을 때 불행했어요. 후에 그 분이 하는 다른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하고 싶은 작품이었지만 안 했어요. 불행할 게 뻔하다는 걸 알아버린 거죠. 어릴 땐 폭력적인 선배 한 둘 있으면 극장가기 싫었고요. 그냥 싫어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시기에 행복하지 못했단 걸 느끼게 된 것 같아요.”

THE MUSICAL  작품을 선택하는 데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보나요? (reno)
이건명  끝나는 그 날까지 행복할 수 있는 팀인지 보고 판단합니다. 
“최근엔 왕용범 연출과 많이 했는데 호흡이 잘 맞아요. 한 작품 끝나고 다음 작품 들어가는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것도 있고 제작진과 배우의 스타일이 잘 맞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도 워낙 오픈되어 있는 사람이에요. 왕용범 연출도 글을 쓸 줄 알고 이성준 음악감독은 곡을 쓸 줄 안다는 커다란 무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에 따라 맞춰서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팀이에요. <로빈훗>도 리딩 끝나면 많은 얘길해요. (라이선스지만) 51% 창작인 거죠.”

THE MUSICAL  곧 <로빈훗>이 개막하는데 관람 팁을 준다면요? (shkim836 )
이건명  이제 시작이라 저도 아직은….
“요즘 많이 했던 얘기 중 하난데 요즘처럼 정의가 필요한 시기가 또 있을까요? 영웅물이 자꾸 나온다는 건 영웅을 기다린다는 거예요. 로빈후드가 대단한 영웅은 되지 못하지만 정의를 외칠 줄 아는 용기는 갖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게 가장 큰 관점일 거예요. 디큐브에서 정의를 외치고 샤롯데에서 정의를 외치고 대학로에서 정의를 외친다면 서울은 정의를 외치는 게 되잖아요. 그 중 하나의 꼭짓점이 되고 싶어요.”



무대에서 지금까지                                                                        

THE MUSICAL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하나만 이야기해주세요. (gn5424)
이건명  <맘마미아!> 때 바지 속에 수영복을 입고 있어야 하는데 수영복을 안 입고 나갔어요. 그래서 제 바지를 벗기려는 친구들과 무대 위에서 (눈빛으로) 싸웠던 기억이 나요. 


THE MUSICAL  여태까지 했던 작품 중 탐나는 여자 배역이 있다면? (sjsoyoon)
이건명  아이다.
“<아이다>의 ‘아이다’는 정말 매력적이죠. 노예로 잡혀와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했던 여자가 사랑 하나에 나라를 등질 수 있는 뜨거운 사랑을 해요. 결말도 사랑으로 끝이 나고. 물론 죽음을 맞이하지만 수천 년 후에 박물관에서 ‘어! 이 남자’ 하면서 만나며 막이 닫히는데 미치죠. 정말 짜릿한 작품이에요. 최고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죠.”

THE MUSICAL  그동안 했던 작품 중 가장 어려웠던 넘버와 지금 부르면 잘 부를 것 같은 넘버를 알고 싶습니다. (alsryd)
이건명  <프랑켄슈타인>의 ‘후회’란 곡인데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눈물 참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THE MUSICAL  했던 작품 중 꼭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 (alf77)
이건명  조나단 라슨의 작품요. <렌트>와 <틱틱붐>. 
“<렌트> 할 때 ‘52만 5천 6백분’을 부르면서 52만 5천 6백분을 깨달았죠. ‘한량처럼 사는 게 다가 아니겠구나. 1분의 소중함을 나도 깨달아야겠구나’ 했어요. 그때 인생이 좀 많이 바뀌었죠. 진중하게 시간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요. <렌트> 때부터 이건명이란 이름이 여기저기 오르내리면서 한창 인기가 올라갈 때 저도 인간인지라 자만에 빠지기도 했었고, 그러다 인기가 떨어지면서 겸손을 배웠어요. 지금은 그때 배웠던 겸손한 태도로 살고 있어요. 나를 좀 더 진중하게 바라보는 시점이 되니까 인생이 훨씬 행복해요.”



그의 취향                                                                             

THE MUSICAL  만약 이 세상에 뮤지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forz07)
이건명  여행 작가나 작은 바의 사장님. 

THE MUSICAL  여행이 취미라고 알고 있는데 가본 곳 가장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와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다’ 하는 여행지 알려주세요. (sjsoyoon)
이건명  지금 가보고 싶은 곳은 이집트 사막에서 별을 보고 싶네요. 추천해주고 싶은 곳은 인도! 죽기 전에 아시안 하이웨이가 꼭 개통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시아는 일본, 중국부터 물을 좋아해서 필리핀도 갔고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도 갔어요. 유럽도 좀 다니고 신혼여행은 브라질로 다녀왔어요. 공연 끝나면 여행을 많이 갔는데 결혼한 후엔 책임감이 많이 생겨서 혼자 나가기보단 같이 나가려 하고 같이 못가면 자제해요. 결혼한 지 1년 됐는데 아직 한창 좋아요.^^”

THE MUSICAL  여가 시간에는 주로 뭘 하며 보내나요? (reno)
이건명  운동, 여행, 그리고 소일거리들.
“전 총각 때도 근처 공기 좋은 곳에 차를 가져가서 좋아하는 곳에서 음악 틀어놓고 커피 테이크아웃 해서 책 보고 쉬던 사람이라 집에서 가만히 쉬는 건 정말 힘들 때나 해요. 남들은 힘든데 어떻게 운동하러 가냐 하지만 전 운동하면 에너지가 차요. 그러면서 체력이 늘어가는 게 좋아요. 요즘은 바쁘다 보니까 시간 없어 못했던 것들을 해요.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적한 카페들이 많아요. 야외 테라스에 나가서 책을 본다든지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정말 힘들 땐 밀린 <무한도전>을 본다든지 하는 소일거리들을 해요.” 


THE MUSICAL  술을 좋아하는 편인가요? (so20you)

이건명  사랑한다 표현하고 싶습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어서 주당은 벗어났고요. 이제는 즐겨요. 집에 ㅉㅈw세계 술이 다 있어요. 와인부터 소주, 막걸리, 꼬냑, 보드카, 데킬라, 몰트 위스키까지. 그날 회를 떠왔으면 사케를 꺼내기도 하고 과일만 있으면 꼬냑을 꺼내기도 해요. 와이프가 김치전을 부치면 막걸리 꺼내기도 하고요.”

THE MUSICAL  할 줄 아는 음식이 있나요? 집에서 즐겨하는 음식은? (cwdodo)
이건명  라면은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잘 끓임. 
“레시피가 있다기보단 먹고 싶은 라면을 끓이는 거죠. 예를 들면 냉장고에 주꾸미가 있으면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대게 다리를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들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라면은 주로 ‘너구리’와 ‘신라면’을 먹어요. ‘너구리’가 그렇게 좋아요.”

THE MUSICAL  자신만의 패션 철학이 있다면? (thonya)
이건명  편안한 멋을 추구한다고나 할까? 
“항상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도 편해서고 빵모자도 그래요. 집에서 머리 손질하고 나올 시간도 없고 공연 끝나고 클렌징하고 드라이하고 나올 시간도 없거든요. 그래서 모자를 쓰는 건데 스타일이 되어 버린 거죠.”



행복한 남자                                                                          

THE MUSICAL  늘 좋은 에너지만 나눠주는 비결이라면요? (alf77)
이건명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계속 세뇌시키는 거죠^^

THE MUSICAL  인생에서 힘들었을 때가 있었나요? 항상 밝아보여요. (so20you)
이건명  아직도 종종 있는데 힘들어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해요. 
“비디오 테이프 회수하는 알바할 때 엘리베이터 거울을 봤는데 얼굴 표정이 진짜 슬펐어요.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란 생각이 들어서 억지로 웃었어요. 그렇게 웃다 보니 웃음이 습관이 됐어요. 뮤지컬 배우할 때였는데 15년 쯤 전이네요. 그땐 연봉 1백만, 2백만 원일 때니까 데이트를 하려 해도 커피 값이 없을 때라 그때 인생이 힘들었죠. 예전엔 소수 톱 배우만 먹고 살만 했다면 요즘엔 그래도 어느 정도 위치까지만 가도 먹고 살 수 있으니 틀이 커진 거죠”

THE MUSICAL  2015년 계획이 있다면요. (alf77)
이건명  2015년에도 2014년처럼만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2014년엔 무대설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많았고요. 2015년에도 이렇게만 됐으면 좋겠어요. 그 행복은 제가 연습만 열심히 하면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다음은 제 몫인 것 같고. 전 무대 서는 게 좋은 사람이라 이런 무대들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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