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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연극 라인업 가이드 [No.136]

글 | 나윤정 2015-01-28 5,904

의미 있는 초연 무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었던 2014년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셰익스피어를 만날 수 있는 한 해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셰익스피어를 예고하는 무대가 마련된다. 명동예술극장의 2015년 첫 제작 공연으로 이름을 올린 <리어왕>(4월 15일~5월 10일, 명동예술극장). 2013년 <황금용>으로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한 윤광진이 연출을 맡아 고전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국내 연출가 최초로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에 셰익스피어 작품을 올린 양정웅은 이번엔 <페리클레스>(4월 27일~5월 2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도전한다. 셰익스피어를 한국적 색채로 재해석해 명성을 얻은 양정웅 연출이 셰익스피어의 첫 로맨스 <페리클레스>를 어떤 모습으로 그려낼지 기대를 모은다.

2013년 첫 시작을 알린 두산아트센터의 ‘두산인문극장’은 사회의 중요한 담론 아래 공연과 인문의 만남을 펼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 올해 두산인문극장에는 총 3편의 연극이 이름을 올렸다. 레바논의 극작가 겸 연출가 라비 무르에가 쓰고 연출한 <구름을 타고>(3월 28일~4월 4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는 라비 무르에의 예술가 형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으로, 레바논 전쟁으로 상처 입은 17세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국 극작가 루시 커크우드의 <차이메리카>(4월 14일~5월 16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공생관계에 관한 연극으로 최용훈이 연출을 맡았다. 히키코모리 현상을 다룬 일본 극작가 이와이 히테토의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5월 26일~6월 20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는 박근형 연출로 공연된다.

<과학하는 마음>, <잠 못 드는 밤은 없다> 등으로 국내 관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극작가 히라타 오리자의 <모험왕>(7월 10~14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방황하는 일본인 배낭 여행자의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그 뒤를 이어 <신모험왕>(7월 16~26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란 작품이 공연된다는 사실. 연극배우 故 박광정이 생전에 히라타 오리자와 한국과 일본 배낭 여행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자고 논의한 것이 시초가 된 작품이다. 올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여, 한일 공동작 <신모험왕>이 탄생하게 됐다. 히라타 오리자와 호흡을 맞출 공동 창작자는 그간 히라타 오리자와 작품을 꾸준히 국내에 소개해 온 극작가 겸 연출가 성기웅이다.

한태숙 연출의 <장화홍련>, 서재형 연출의 <메디아>, 고선웅 연출의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연극 연출가와 창극의 조우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국립창극단이 올해는 정의신 연출가의 신작을 공개한다. 그가 연출할 작품은 브레히트의 대표작 <코카서스의 백묵원>(3월 21~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코카서스의 한 계곡을 두고 두 집단농장의 소유권 다툼을 그린 이야기로, 국립창극단이 브레히트 작품을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내한 공연





예술적 자극은 국경을 초월한다. 올 3월 최초 방한하는 영국 극단 컴플리시테는 <라이온 보이>(3월 5~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로 무대 위 판타지를 펼친다. 컴플리시테는 텍스트 중심의 연극에서 탈피, 초현실적인 이미지·영상·움직임을 무대화하며, 영국 현대 연극계에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긴 극단이다. 지주 코더의 모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라이온 보이>는 고양이 언어를 이해하는 찰리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 극단 컴플리시테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2014년 제작한 최신작인 만큼, 극단의 고유한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캐나다 출신의 천재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는 그의 대표작 <바늘과 아편>(9월 17~19일, LG아트센터)으로, 8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991년 초연한 <바늘과 아편>은 현대 연극사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르파주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 프랑스의 영화감독이자 작가 장 콕토, 미국의 재즈 트럼펫터 마일즈 데이비스, 캐나다의 배우 로베르, 세 남자의 사랑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르파주 스타일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의 백미는 환상적인 미장센. 정육면체를 반으로 잘라놓은 듯한 무대 세트를 공중에 매달아 놓았는데, 이것이 회전하며 뉴욕의 밤거리, 파리의 재즈 클럽 등을 화려히 펼친다.

두 거장의 만남으로 반가운 무대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11월 24~28일, LG아트센터)를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하는 것. 부조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선 15세 소년 카프카의 여정을 니나가와 유키오 특유의 매혹적인 미장센으로 만날 수 있다. 23개의 투명 아크릴 상자 세트가 무대를 가득 채우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장소들을 환상적으로 구현한다.




한층 깊어진 재연 무대






좋은 작품은 해가 거듭될수록 결이 깊어진다. 노부부의 마지막 일상을 아름다운 무대 언어로 풀어낸 배삼식 작·손진책 연출의 <3월의 눈>(3월 13~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이 다시 돌아온다. 故 장민호, 백성희, 오영수, 변희봉, 박혜진 등 쟁쟁한 노배우들이 연륜을 담은 깊이 있는 연기로 더욱 감동을 주었던 작품. 이번 무대 역시, 노배우의 숨결을 통해 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이다.

<푸르른 날에>(4월 30일~5월 31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는 올해로 5년 연속 같은 장소, 같은 달에 공연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를 남긴다. 고선웅 특유의 재기발랄한 연출로,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 휘말린 한 남녀의 30년 인생 역정을 그린 작품. 무대는 역사의 아픔이 담긴 무거운 소재를 가벼운 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표현하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올해가 초연 멤버들이 꾸미는 마지막 무대라고 하니, 잊지 말고 챙겨보면 좋겠다.

2010년 토니상 연극 부문 최다 수상작에 빛나는 <레드>(5월 3~31일,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공연 계획을 알렸다.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의 삶을 무대화한 이 작품은 마크 로스코와 그의 조수 켄의 불꽃 튀는 대화가 인상적이다. 긴장감 넘치는 2인극인 만큼, 두 배우의 팽팽한 연기 대결을 감상하는 것이 큰 재미다. 이번 무대는 김태훈이 연출을 맡는다.

살인 사건에 얽힌 한 형제와 그들을 취조하는 형사들의 진실공방을 담은 마틴 맥도너의 <필로우맨>(8월 1~30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 2007년 국내 초연한 이 작품은 2012년 변정주가 연출한 소극장 버전으로 재조명받았다. 이번 재연 역시 변정주 연출 버전이며, 2012년과 같은 극장에서 공연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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