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 월드 투어의 성공을 기원하며
2005년 처음 한국을 찾아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오리지널 팀이 3년 만에 다시 국내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국내 초연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자 2016년까지 계속되는 월드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라는 점이다. 경주에서 월드 투어의 여정을 시작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 팀을 응원하기 위해 뭉친 NDP 원정 응원단이 1박 2일의 일정으로 경주를 찾았다.
지난 12월 12일 오전 10시 30분. 미리 약속 장소에 도착해 있던 NDP 응원단 버스에 <노트르담 드 파리> 팀이 있는 경주로 떠날 응원단 멤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NDP 원정 응원대에 뽑힌 열네 명의 멤버들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한 애정도’를 기준으로 한 서류 심사를 거쳐 선발된 이들. 외고 프랑스어과 학생부터 공연계 취업을 희망하는 휴학생, 입사 면접 준비를 포기하고 경주행을 택한 취업 준비생, 월차를 내고 온 직장인까지, 응원단은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었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금세 첫 대면의 서먹함을 풀었다.
“내가 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좋아하는지 되돌아보고자 응원단에 신청한 뮤지컬 ‘팬질’ 8년 차 팬이에요. 이틀 동안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첫 내한 공연을 보고 뮤지컬 팬이 된 터라 다음 주에 있는 입사 면접 준비도 포기하고 왔습니다. 1박 2일 동안 재밌게 지내요.”, “회사에 월차를 내고 온 애아빠입니다. 오리지널 팀을 만난다는 설렘에 어젯밤 새벽 두 시까지 공연 실황 DVD를 복습하고 왔어요.” 버스가 출발을 알리자 응원단은 차례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친 후 이어진 레크리에이션 시간. ‘노트르담 드 파리’를 주제로 한 팀별 빙고게임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오후 4시. 서울 출발 다섯 시간 만에 드디어 경주 시내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한 응원단은 숙소에 짐을 풀고 짧은 휴식을 취한 후 모이기로 했다. 경주 맛집에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응원단. 응원단 멤버들은 저녁을 먹는 동안 배우들에게 선물할 응원 편지를 쓰면서 잠시 후면 <노트르담 드 파리> 월드 투어의 첫 번째 공연을 함께한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리지널 팀은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공연 관람 후 로비에 모인 사람들은 배우들의 호연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렇게 10분 가량 흘렀을까. 제작사 측이 준비가 완료됐다고 알리자 응원단 멤버들은 상기된 얼굴을 하고 팬미팅 장소인 리허설 룸으로 이동했다. “오늘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니 정말 기대돼요.”
‘앙샹떼(Enchante)!’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등장한 배우들을 향해 응원단은 목이 쉬도록 환호성을 지르며 그들을 맞았다. 응원단 대표로 불어 인사말을 준비한 김보미가 “<노트르담 드 파리>에 반해 불어를 배웠다”고 말하자 <노트르담 드 파리>를 대표하는 배우 맷 로랑은 우리 공연을 보고 불어를 배웠다는 건 우리에게 굉장한 영광이라고 따뜻하게 화답했다. 이날 팬미팅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이벤트는 응원단 멤버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인기 뮤지컬 넘버인 ‘대성당의 시대’를 부른 것이다. 예정에 없었던 깜짝 이벤트를 자청한 이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뮤지컬 넘버로 아마추어 뮤지컬 갈라 콘서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이십대 청년 우호식. 그가 노래를 마치자 ‘대성당의 시대’의 주인공 리샤르 샤레스트는 그를 따뜻하게 안아줬고, 여기저기서 따뜻한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이어진 개별 포토타임. 배우들은 응원단 한 사람 한 사람과 따스한 포옹과 인사말을 나누며 먼 길을 달려온 응원단에 고마움을 전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았다는 응원단 멤버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배우들과 작별을 고했다. 서울 공연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01 체험학습계를 내고 원정 응원단에 지원한 불어 전공 고등학생 심현정.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프랑스 공부에 대한 열정을 다시 되살렸다고.
02 빙고 게임 우승 팀에서 선물로 돌아간 <노트르담 드 파리> MD 교환권.
03 배우들에게 선물할 응원 메시지 카드를 적는 중.
04 한국 초연부터 팬클럽 운영진으로 활동해온 응원단의 한 멤버가 공개해준 <노트드담 드 파리> 과거 사진들.
05 공연 관람을 위해 경주 예술의전당에 도착한 응원단의 기념사진 촬영
06 팬미팅 현장에는 이날 공연의 주조연 배우들은 물론 공연에 출연하지 않은 배우들까지 참여했다.
07 배우와 응원단의 선물 교환식. 배우들은 불어로, 영어로, 한국어로 쓰인 응원 편지에 큰 고마움을 표했다.
Mini Interview
에스메랄다: 스테파니 베다
첫 공연을 마친 소감은?
<노트르담 드 파리>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에요. 음악, 안무, 무대, 어느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죠. 때문에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어요. 특히 세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에스메랄다 역은 매우 매력적이죠. 경주에서 이주 간의 리허설을 거친 후 정식 공연을 하게 됐는데, 공연이 끝나고 막이 올라가는 순간 기립하는 관객들을 보고 감동했어요.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모두 우리 작품에 동화된 느낌을 받았죠. 한국 관객들은 반응이 열광적이라 매우 신나기도 했어요. 앞으로의 만남이 기대됩니다.
한국 응원단의 응원 편지 중 인상적인 메시지가 있었다면?
응원 메시지를 한국어로 써주신 분도 있었고, 프랑스어와 영어로 써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한국어로 쓰인 글은 한국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읽어봤죠. 개인적으론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인데 제게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뭉클했어요. 모든 응원 메시지가 다 감동적이어서 하나를 고르기는 쉽지 않아요. 다만, “오늘을 잊지 않겠습니다. 궁서체로 진심을 담아”라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이 말을 해석해준 한국 스태프가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매우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했는데, 그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재미있고 고마웠어요. 응원 메시지를 남겨준 응원단 모두에게 감사해요. 덕분에 월드투어를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스메랄다를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에스메랄다로 무대에 설 때 싱어로서 관객들께 좋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하지만 노래뿐만 아니라 감정 조절과 표정 연기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많아요.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 등 많은 남자들을 설레게 하는 아름다운 집시니까요. 춤에 대한 재능과 매혹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아이 같은 순수함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죠. 자신의 신념을 위해 현실이나 권력에 끝까지 굴하지 않는 강인함도 가졌고요. 그런 캐릭터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숙제에요. 무엇보다 집시 여인의 자유로운 매력을 잘 표현했으면 해요.
콰지모도: 맷 로랑
오랜만에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게 된 소감은?
우선 월드 투어의 첫 시작을 <노트르담 드 파리>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많은 한국에서 시작해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한국은 콰지모도의 감정을 가장 잘 이해해주고,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죠. 개인적으론 한국 관객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월드 투어 일정을 한국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2005년 한국을 처음 찾았을 때 많은 팬이 생겼고, 이후 한국에서 여러 차례 공연하면서 친구도 많이 사귀어서 언젠가 한국에 집을 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웃음)
응원단과의 만남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경주에서 첫 공연을 끝내고 한국 응원단과 만났는데,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노트르담 드 파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특히 인상에 남은 건, 응원단 대표가 우리들에게 프랑스어로 인사말을 해줬던 거예요.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감동을 받아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이 말문을 열기 전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고 저 역시도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그 마음과 노력이 참 고마워서요.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더 열심히 이 공연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기대하는 게 있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가 한 공연 안에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이번에 타이거(이재범) 등 한국 댄서들이 공연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보니 서로 다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작품 속 이민자들인 집시를 상징하는 다양한 느낌의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이번 한국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관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오랜 기간 공연하지 않은 프랑스어 버전의 <노트르담 드 파리>를 다시 공연한다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에요. 한국 관객들이 프랑스 원어가 전할 수 있는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랭구와르: 리샤르 샤레스트
월드 투어의 첫 번째 도시인 경주에 대한 인상은?
공연에 앞서 이주 동안 리허설을 진행했지만 일정이 촉박해 아름다운 경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어요. 하지만 경주가 한국의 역사를 간직한 매우 의미 있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투어는 제작진이 한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경주에서 첫 공연을 한 것이라고 알고 있어요. 한국의 다양한 지역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입니다.
오랜만에 그랭구와르로 무대에 서는 소감은?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그랭구아르는 한 발은 무대 위에, 또 다른 발은 객석에 올려놓고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인물이에요. 작품의 첫 장면을 이끄는 인물이기 때문에 책임감도 크고요. 2005년에 한국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공연하기 전까지는 페뷔스 역을 맡았는데, 한국 공연에서 처음으로 그랭구아르를 연기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한국 무대는 조금 더 특별해요. 다시 그랭구아르로 무대에 서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예전 공연에서는 짧은 머리로 그랭구아르를 연기했는데, 이번엔 긴 헤어스타일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가발을 준비했어요. 그랭구와르는 지적이면서도 로맨틱한 인물이기 때문에 연출가가 가발을 쓰길 원했거든요. 긴 머리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조금 어색하지만 가발을 쓰고 몸을 움직이는 것에 적응하고 있어요.
한국 응원단이 팬미팅 현장에서 ‘대성당들의 시대’를 불렀을 때 어땠나?
한국 관객이 불러주는 ‘대성당들의 시대’를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함께 듣는 것은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정말 굉장했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말 멋있게 부르더라고요. 그 응원단 친구뿐만 아니라 한국 관객들이 매우 열정적이라는 것은 이미 몇 차례의 내한 공연을 통해 잘 알고 있어요. 2005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나오니 관객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다가 배웅해주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마치 슈퍼스타가 된 기분이었죠. 그 이후 10년이 지났으니 이젠 팬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느낌도 있고 좋아요. 약 4개월 동안 한국에서 투어 공연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 만날 관객들과 또 어떤 감동을 주고받게 될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랭구와르/페뷔스: 존 아이젠
월드 투어의 첫 번째 도시인 경주에 대한 인상은?
경주는 한국의 문화와 유적이 많은 곳이라 들었어요. 우리가 공연했던 경주 예술의전당 건물 내에도 한국의 전통 의복을 전시해둔 전시실이 있었죠. 아쉽게도 유적지를 방문해보진 못했지만, 숙소에서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밖을 보면 작은 언덕들이 많아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과거 왕가의 무덤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신기했어요!
<로미오 앤 줄리엣>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을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로미오 앤 줄리엣>은 제가 한 인간으로서, 또 예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머큐시오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의 몸과 영혼을 찾아내려고 많이 노력했었죠. 그런데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사랑해주고, 작품에도 큰 관심을 보내줘서 매순간 감격했어요. 그래서 하나의 일화를 이야기하기보다는 한국 팬들이 보내준 사랑이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문화가 다르고, 다른 언어로 노래하는 작품을 좋아해주시는 것은 정말 가슴 벅찬 일이죠. 공연이 끝나고 오랜 시간 기다려주는 관객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요. 한국 관객들은 제가 한국에 올 때마다 큰 상을 주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 역시 매일 밤마다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을 즐기려고 합니다.
그랭구와르와 페뷔스를 둘 다 연기하는 건 어떤지?
공연 연습을 하면서 배우들끼리 어떻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됐는지 서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저는 열두 살 때부터 무대에 올랐는데, 저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작품이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에요. 이 작품 덕분에 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제가 지금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그랭그와르와 페뷔스 두 가지 역할을 연기하고 있어요! 매우 멋진 일이죠. 자유롭고 부드러운 그랭구와르와 남자답고 야망을 가진 페뷔스는 다른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이라 두 인물을 연기하는 게 매우 흥미로워요. 한 공연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제게 큰 도전이죠. 하지만 동시에 영광스러운 일이고요. 특히 이 작품에는 정말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은데,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면서 ‘대성당들의 시대’, ‘아름답다’, ‘괴로워’, ‘달’ 등 좋은 뮤지컬 넘버를 모두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매력적인 일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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