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저의 대학로 뮤지컬 데뷔작이었어요. 평소 좋아했던 이희준 작가와 연락이 닿아 작품 제의를 받고, 기쁨과 떨림을 동시에 느끼면서 정신없이 대본을 읽었던 기억이 나요. 대본 자체가 굉장히 흡인력이 있고, 가사들이 정말 좋아서, 이 작품을 위해 다른 사전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대본 자체를 많이 느끼려고 했죠. 물론 베데킨트의 원작 희곡도 읽었어요. 이미 같은 원작의 뮤지컬이 만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이 희곡 말고 다른 자료는 보고 듣지 않기 위해 노력했어요. 더불어 제 학창 시절을 다시 생각해보며, 그때 좋아했던 음악들, 그때 나의 심리, 그때의 친구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죠.
‘발푸르기스의 밤’
‘발푸르기스의 밤’을 표현하기 위해 특정 음정을 만들었고, 그것을 노래 멜로디에 사용했어요. ‘발푸르기스의 밤’, ‘메피스토의 계약’, ‘그레첸’, ‘나는 문을 닫는다’, ‘나랑 같이 춤추러 갈래?’ 이 다섯 곡은 <사춘기>의 중심을 이루는 곡들이에요. 대본을 읽자마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다섯 곡은 정말 잘 써야 하는 곡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장르, 조성, 분위기 등을 정해 이 곡들을 먼저 작업했어요. 특히 각 뮤지컬 넘버의 피아노 모티프를 만드는 데, 많은 공을 들였어요. <사춘기>는 뮤지컬 넘버마다 특정한 분위기가 있거든요. 그만큼 기존 장르에 기대기보단, <사춘기>만의 음악적인 느낌과 잘 어울리는 피아노 모티프를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메피스토의 계약’
시적이고 추상적인 가사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사춘기>에서 언급되는 문학 작품들을 다시 읽어봤어요. 새벽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가사였고 그 시간쯤 읽었을 때 뭔가 더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곡이었어요. 뮤지컬 작업을 계속하면 할수록 창작자에게 새벽은 가장 소중하면서도 위험한 시간인 것 같아요. 이 노래도 그런 느낌이 들어요.
‘나는 문을 닫는다’
가사가 정말 슬퍼요. 인간은 자신의 상상 속에서 한 번쯤은 자살을 경험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첫 음악적인 모티프를 정하고 나서 무엇에 휩쓸리듯 계속 상상을 하면서 멈추지 않고 만들었던 곡이에요. 연습실에도 이 곡 작업을 할 땐 슬픔과 두려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흐르는 마음 등 항상 여러 가지 복잡하고 애잔한 마음이 들어요.
‘너만 보여’
<사춘기> 초연이 2007년도였어요. 그때 제가 생각한 사춘기의 느낌과 지금 청소년들의 느낌이 달라졌을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음악 장르도 예전과 많이 바뀌었을 테고. 요즘도 학교에서 수업하기 싫을 때 누군가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웃음) 제가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트로트를 굉장히 많이 불렀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것 같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축제 기간에 술을 마시면서 부르는 노래는 트로트(2007년)에서 발라드(2014년)로 새로 작업했어요. 학생들이 당시 인기가요를 부르는 느낌으로 표현되지만, 가사 자체에 경찬이의 마음이 많이 담겨 있어요.
‘젊은 날의 초상’
초연 때 곡과 제목은 같지만, 새로운 뮤지컬 넘버에요. 밴드 장면에 부르는 노래인데, 초연 때는 약간 학생 건전가요 같았고, 이번엔 록으로 다시 썼죠. 가끔 이희준 작가의 가사를 볼 때 웃음이 빵 터지면서 속이 시원해질 때가 있어요. 곡을 쓰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죠. ‘마마 돈 크라이’에서도 ‘달의 사생아’와 ‘Half Man Half Monster’를 쓸 때도 그런 기분이었는데, ‘젊은 날의 초상’을 작업하면서 계속 낄낄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정말 속이 시원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6호 2015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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