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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REVIEW] 창작산실 <바람직한 청소년> [No.137]

글 | 박병성 사진제공 | 문화예술위원회 2015-02-26 5,018

바람직함을 강요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



동성애자 이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청소년기의 고민을 반영했던 연극 <바람직한 청소년>이 동명의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플롯으로 전개된다. 첫째는 성장 드라마다. 전교 1등 정이레는 전국 상위 0.3% 안에 드는 학생이다. 서울대 진학이 기대되는 그가 과학실에서 지훈과 키스하는 사진이 학교 게시판에 오르면서 반성실에 오게 된다. 그곳에는 오토바이를 훔쳐 타다 사고를 낸 일진 박현신이 먼저 와 있다. 동성애자이자 전교 1등인 정이레와 학교의 문제아 박현신은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쌍이다. 너무 다른 이레와 현신이 서로의 목적을 위해 도우면서, 혐오하기까지 했던 상대를 이해해가는 이야기가 첫 번째 플롯이다. 뮤지컬 넘버 ‘바퀴벌레’는 이레를 마치 전염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여기는 현빈의 생각을 코믹하게 드러낸다.

전교 1등 이레는 동성 친구 지훈과 키스하는 사진이 찍히면서 인생이 꼬인다. 반성실을 함께 쓰는 일진 현신의 힘을 빌려 사진을 찍은 범인을 찾아 나선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학교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알게 되고, 눈여겨보지 않았던 왕따 친구의 아픔도 알게 된다. 둘의 인식의 확장을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는 범인을 쫓는 수사물의 플롯을 띠고 있다. 무대 한쪽 벽면에 ‘D-10’에서 카운트다운되는 종이는 결론을 향해 가는 수사물의 구조를 드러내는 장치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수사물이 아니어서 카운트다운의 의미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단지 그것을 뜯어내는 학생들의 손길이 거친데, 억압당하는 학생들의 분노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교장과 학생주임은 동성애자인 이레의 사랑을 부정하고, 일진 현신의 일탈을 관심 있게 살피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청소년으로 길러내기 위해 억지 반성을 강요하고, 규제에 따르라고 위협한다. 이처럼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욕구와 기성인들이 규격화된 ‘바람직한 청소년’의 관념 사이의 갈등이 세 번째 플롯을 형성한다. 결국 이레와 현신은 기성세대가 원하는 ‘바람직한’ 반성문을 완성하고 면제부를 받게 되지만,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구속일 뿐이다. 극은 이레가 반성문을 집어던지며 기성세대에 순응하지 않고 대항할 것을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세 가지 플롯으로 가볍지 않은 청소년들의 문제를 다루지만 그것을 다루는 톤은 결코 무겁지 않다. 청소년들의 일상용어를 날것 그대로 사용하려고 노력했고, 현신을 따르는 기태와 종철은 독특하고 유쾌한 말투와 행동으로 뮤지컬에서도 즐거움을 준다. 노래까지 맛깔나게 소화해낸 박원진, 구도균 두 배우는 연극에 이어 뮤지컬에서도 대체불가의 매력을 보여준다.
무대 중앙에 반성실이 자리하고 그 사면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극을 전개시킨다. 좁은 공간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한 연출이었다.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간 코믹송들은 드라마적인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이레와 지훈의 관계를 드러내는 곡들은 청소년들의 사랑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낡은 느낌을 준다. 발라드 곡들이 극을 전달하지 못하고 단조로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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