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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조금씩 앞으로, 정동화 [No.137]

글 | 배경희 2015-03-13 5,413

자신은 언제나 70점대 배우라고 말하는 정동화. 
그 말의 의미는 지나친 겸손이 아니라 여전히 보여줄 게 많다는 뜻 아닐까. 
군 제대 후 안정적으로 무대에 복귀해 이제 막 배우 인생의  다음 장을 넘긴 정동화가 말하는 인생의 작품들. 


잊지 못할 데뷔작 <마리아 마리아>
“‘연영과’ 진학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해 대학에 들어갔지만, 대학생활은  제 기대와 무척 달랐어요. 실망감에 한 한기를  마친 후 휴학을 하고 오디션 사이트 ‘OTR’을  뒤지기 시작했죠. 그때 오디션을 본 작품이  <마리아 마리아>예요. 당시엔 이십대 초반의  배우가 많지 않았는데, 운 좋게 예수 역의  언더스터디로 발탁됐죠. 그런데 공연이 개막하고 나서 예수 역을 맡은 배우가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공연을 못하게 되면서 얼결에 예수를 하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제가 처음 무대에 서는 날 모든 스태프들이 다 떨면서 극장에 왔던  기억이 나요. (웃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첫 공연을 마쳤지만,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해요.  좋은 역할로 첫 단추를 잘 끼워서 좋은 작품을  계속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터닝 포인트 <형제는 용감했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처음으로 러브콜을 받았던 작품이에요. 오디션을 보지 않고 바로 계약서에  사인할 때의 짜릿함이란.(웃음) 
<형제는 용감했다>를 인생의 작품으로 고른 건  제게 터닝 포인트가 됐기 때문이에요. 이전에는  그저 뜨거운 열정만 가지고 작품에 임했다면,  <형제는 용감했다>를 하면서 배우로서의 가치관이 생겼다고 할 수 있죠. 그동안 주로 맡아왔던  에너지 넘치는 청춘 캐릭터와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됐고요.  특히 첫 공연 커튼콜을 잊을 수 없는데,  정말 신이 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여러분, 자리에서 일어나세요’를 외쳤더니  관객들이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보내줬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가슴에 깊이 새겨진 <스프링 어웨이크닝>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2009년 초연 당시 오디션 제의를 받았어요. 하지만 당시 다른 공연 출연이  예정돼 있어 오디션에 참여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캐스팅된 배우를 보니까 오디션을 봤어도 안 됐겠구나 싶더라고요. (웃음) 초연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터라 재공연 때 다시 오디션 콜을  받아서 정말 기뻤어요. 자살을 택하는  사춘기 소년 모리츠를 원 캐스트로 연기하면서  체력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칠 때도 있었지만,  <스프링 어웨이크닝>과 함께한 석 달은  제 배우 인생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제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인 만큼 관객 분들도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오래도록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새로운 도전
“입대를 결정하고 나서, 관객들에게 열심히  눈도장을 찍고 가라는 하늘의 뜻인지 세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게 됐어요. 그 세 작품 중 마지막  작품이 연극 예요.  제가 맡은 역할은 여장 남자 송 릴링.  저는 제가 여장을 하면 예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놀랐어요. (웃음)  그래서 송 릴링을 여성적인 이미지보다는  중성적인 인물로 표현했죠. 를  공연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한 관객이 다신 그 버전의 공연을 못 본다는 슬픔에 로비에 주저앉아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예요. 수작으로 꼽히는 공연을  잘 마친 것 같아서 무척 행복하더라고요.”



연기하는 즐거움 <쓰릴 미>
“<쓰릴 미>가 팬덤이 있는 인기 뮤지컬이라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공연을 한 번도 못 본 터라  어떤 작품인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직접 참여해보니  이 작품이 롱런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탄탄한 스토리와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음악!  개인적으로 <쓰릴 미>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두 남자의 미친 사랑인데, 그 이야기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두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 2인극이라 배우 입장에선  극을 이끌어 가는 쾌감이 있는 작품이고요.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상대 배우와 큰 약속만 정하고  공연하는데, 그러다 보니 매 공연마다 미묘한 변화가 있어요.  공연 중 ‘헉!’ 하고 놀라는 관객들의 호흡 소리가  느껴질 때의 희열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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