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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음악극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서재형 연출[No.91]

글 |김효정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1-06-03 4,714

<죽도록 달린다>, <청춘 18대 1>등 연극계의 새바람을 몰고 온 서재형 연출은 지난해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을 선보이더니, 올해 LG아트센터와 함께 음악극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쉬지 않고 달리는 서재형 연출을 만나 신작에 대해 들어보았다.

 

음악극에 도전하다?
극단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음악극을 하는 팀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 입봉작인 <죽도록 달린다>가 타악 음악극이에요. 실제로 드럼 주자가 라이브로 배경음악을 연주하니까 개념적으로 보면 음악극 안에 들어가죠. <청춘 18대1>에서는 넘버들로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도 해왔죠. 그 연장선상에서 명작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는데 때마침 <오이디푸스>가 보였어요. 

 

 

 ‘코러스’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원문을 보면 코러스가 써있어요. 세 명의 연기자와 열네 명의 코러스가 있다는 게 원래 대본에 있어요. 그걸 보고 코러스가 대사도 하고 노래도 읊조렸을 거라는 추측을 했죠. 코러스가 이번 작품의 가장 핵심 개념이에요. 오이디푸스를 비롯한 모든 배우가 코러스이고,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 연주, 춤을 무대에서 모두 직접 보여줄 예정이에요. 지금 연습 중인데 배우들이 아주 힘들다고 난리죠.(웃음)   

 

 

무대의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LG아트센터의 기존 객석을 쓰지 않아요. 무대 위에 300석의 객석을 만들어서 삼면에 관객이 앉고, 가운데 동그랗게 무대를 구성하고 악기들을 구석구석에 배치하는 거죠. 대극장이지만 약간 작은 중극장 규모인 셈이죠. 빈 객석은 나중에 오이디푸스가 한 번 쓰는 것 정도로 활용할 예정이에요. 아마 늘 객석에서만 보던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와 보면 LG아트센터가 얼마나 큰 공연장인지, 배우들이 얼마나 힘들지 새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최우정 작곡가와의 작업
최우정 작곡가를 스태프가 아닌 작가로 대우하고 싶었어요. 곡을 주시면 그걸로 제가 해석을 하고 혹시 해석이 안되면 수정을 조금 바라는 정도에요. 저보다 본인이 더 괴로우실 거예요. 스스로 고민의 양을 관객과 만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제가 할 몫이죠. 아무래도 뮤지컬이 아닌 음악극이니까요. 전체적으로 피아노의 선율이 음악을 이끌 거예요. 피아노 4대, 신디사이저 1대, 아코디언 3대, 어플용 피아노도 협찬 받았어요. 90퍼센트는 피아노로 구성을 하는 게 특징이죠. 지금 대본 페이지수가 36장인데, 6장 정도가 다 음악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입을 열면 다 음악으로 가는 거죠. 주제 의식이 드라마가 아닌 음악으로 잘 표현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정한 음악극이잖아요.

 

 한아름 작가와의 작업
한아름 작가가 작사를 했고, 전체적으로 오이디푸스 원문에 있는 말을 본인의 화법으로 바꿨죠. 근데 본인은 작사가로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소포클레스 형님하고 자기가 싸우기는 싫대요. 너무 대선배라.(웃음)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따라가는 방식으로 작업했어요. 

 

 

 

박해수를 오이디푸스로 캐스팅한 이유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봤는데 잘 못하더라고요. 근데 성장할 가능성이 보였어요. 요즘 배우들은 다들 꽃미남처럼 날씬하지 통나무처럼 두꺼운 배우는 없잖아요. 다 미소년처럼 예뻐서 전 그게 불만이거든요. 더러 못생기고 해야 하는데.(웃음) 보기 드문 체형과 얼굴을 가진 박해수와 언젠가 같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함께하게 된 거죠. 연습하면서 죽을만큼 힘들어하는데 이번에 잘해서 관객들에게 수컷 냄새나는 배우가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오이디푸스를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오이디푸스를 해수 씨 나이 대인 서른 정도로 잡았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쿨하고 나이스하잖아요. 근데 자신도 모르는 속에 있는 찐득한 것을 열었으면 해요. 요즘 시대 젊은이들도 속에는 끈적하고 단단한 것도 있다는 게 표현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상한 오이디푸스가 하나 나왔으면 해요. 나이스한데 속도 잘 차있는. 그리고 의지가 잘 표출되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에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자기가 찌르거든요. 그때부터 운명이 아닌 자신의 발을 스스로 움직여서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거죠. 발이 어디로 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모티프에요. 그런 ‘의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 계획
<호야>로 지방 투어를 갈 것 같아요. 그리고 7월에 <청춘 18대1>이 신촌연극제의 일환으로 공연돼요. 이번에는 공연 기간에 광복절이 있어서 기대하고 있죠. 그리고 가을에 <왕세자 실종사건>을 고궁뮤지컬로 경희궁에서 올려요. 음악을 많이 수정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한아름 작가와 새로운 뮤지컬을 계획하고 있어요.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폭력물이나 스릴러를 생각하고 있어요. 2~3년 동안 서정적인 것만 했으니까 이제는 좀 거친 게 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공연도 잘되어서 재공연되면 좋겠어요. 가능성이 보이면 손대고 고치고를 반복해서 다듬어 나가야죠. 그러니까 할 일이 많아요(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1호 2011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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