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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드림걸즈> 이승원 [No.139]

글 | 나윤정 사진 | 김호근 2015-04-15 9,318

진심이 빛을 발할 시간 

<드림걸즈>의 씨씨는 드림스의 음악을 만드는 유능한 작곡가이지만, 에피의 ‘동생’이란 설정 때문에 다소 어리고 귀엽게 해석될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배우 이승원이 맡은 씨씨는 조금 특별했다. 그는 인물의 드라마를 강조하며 캐릭터의 강약을 잘 조절했고, 이를 통해 씨씨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했다. “씨씨를 귀여운 남동생으로 생각하는 관객들에겐 제가 너무 심각하고 어두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씨씨는 노래를 잘 써서 유명해지고 싶어하고, 드림스를 스타로 만들고 싶어해요. 그는 작곡가일 뿐 아니라 그룹의 매니저 역할까지 도맡았던 똑똑한 친구예요. 그런데 왜 마냥 어려 보여야 할까? 어쩌면 큰 오빠 같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그게 더 진실하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승원은 유독 진지해졌다. “씨씨는 지금의 저 같아요. 대중예술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성공하고 싶어 하죠. 저 역시 에피가 그룹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씨씨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저와 씨씨의 접점을 찾았고, 그걸 밖으로 끄집어냈어요.” 이렇듯 이승원은 배역을 향해 갈 때, 늘 자기 자신에서부터 출발한다. “저로부터 시작해요. 완벽한 빙의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 몸이고, 제 목소리인 거잖아요. 여기에 묻어 나오는 색깔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 만큼 이 작품에서 해야 할 역할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제 마음을 찾죠. 그래서 무엇보다 경험을 중요시해요.”




배우에게 경험만큼 좋은 재료가 있을까? 지금의 무대는 결국 이승원의 지난 시간이 빚어낸 결과물일 테니, 자연스레 그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의 입에서 ‘힙합’이란 예상치 못한 단어도 튀어나왔다. “힙합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었어요. 고향이 춘천이었는데, 춘천 대표로 롯데월드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고요. (웃음) 그래서 처음에는 실용음악과를 가고 싶었는데, 입시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때 고모가 연기를 먼저 배워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하셨죠. 임창정 씨가 한창 만능 엔터테이너로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거든요.” 그 길로 그는 춘천 아트쓰리시어터 극단에 입단, 고등학생의 어린 나이에 호기롭게 극단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온몸에 밀가루 칠을 하고 팬티만 입은 채로 거리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사춘기 시절이라 부끄럽기도 했지만, 연기에 대한 벽을 깰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 경험이 지금 저에게 큰 양분이 되었죠.”


이후 연극영화과로 진학해 배우의 꿈을 실현시킨 이승원. 2007년엔 <신사, 숙녀 여러분>의 랄프 소위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했고, 이어 <스펠링비>, <마이 페어 레이디>, <지킬 앤 하이드> 등의 앙상블로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그와 뮤지컬의 인연을 맺게 해준 특별한 작품이 하나 발견됐는데, 바로 <레 미제라블>이었다. “졸업을 앞둔 시기 교수님이 4학년은 무조건 <레 미제라블> 오디션을 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DVD를 처음 봤는데, 와! 이게 뮤지컬이구나! 충격을 받았죠. 결국 공연이 무산되긴 했지만, 오디션 과정을 하나씩 통과해 나가면서 저의 가능성을 확인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2013년, 그는 마침내 <레 미제라블> 무대에 서게 됐다. 당시 그는 영화 연기를 하려고 일 년 반 정도 공연을 쉬고 있었는데, <레 미제라블> 측에서 수년 전 오디션을 잊지 않고 연락을 준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이 다시 그를 뮤지컬 무대와 연결해 주었다. 그는 앙상블 겸 마리우스 커버로 무대를 오르내린 그 순간을 ‘감사한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표현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무대의 소중함을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죠.” 


그의 깨달음은 곧 <드라큘라>의 랜필드를 통해 빛을 발했다. 드라큘라를 주인님으로 모시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랜필드는 이 작품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고, 자연히 이승원의 이름을 주목하게 했다. “상투적인 광기가 아니라, 좀 다르게 미치고 싶었어요. 보통은 연습실에서 찾은 베스트를 무대에서 재연하려 하는데, 랜필드만큼은 다 잊어버리고, 매회 새롭게 느끼고 표현했어요. 그런데 실은 그게 더 어려워요. 내 캐릭터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벌거벗고 무대에 서는 기분이에요. 다행히 랜필드는 역할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어느 정도 ‘랜필드가 내 안에 들어왔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매회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었죠.”


이런 시간들을 거쳐, 비로소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임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는 이승원. 진심으로 온전히 채워진 그의 무대가 앞으로 더욱 우리의 마음을 흔들 것이란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예전에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재미도 없고, 자꾸 욕심이 났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무대에 서는 게 재밌어요. 단순히 랜필드를 맡고, 씨씨를 연기해서가 아니에요. 진심이란 화두를 찾았기 때문이에요.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네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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