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들이 돌아왔다!
존재감 강한 누나들이 <쿠거>로 돌아왔다.
<쿠거>는 ‘쿠거’(연하남과 연애하는 연상녀)란 공통분모로 만나게 된 릴리, 클래리티, 메리-마리, 세 여성의 특별한 이야기.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매력이 아름다운 세 명의 배우가 이 작품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릴리 역의 김선경, 클래리티 역의 최혁주,
메리-마리 역의 김희원, 의리로 똘똘 뭉친 세 사람이 뿜어내는 즐거운 시너지!
이것이 바로 <쿠거>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의리로 뭉친 우리들
<쿠거>로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니 더 반갑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김선경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마치고, 몸이 좀 안 좋아졌어요. 너무 독한 연기를 해서 그런지.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었죠. 신체적인 변화가 컸어요. 10Kg 정도 살이 쪘으니까. 그래서 느낀 건, 아프면 안 되겠구나! 그래서 뮤지컬 무대가 더 그리웠어요.
최혁주 저는 크게 두 가지 일이 있었어요. 하나는 <꽃신>을 공연한 것. 강효성 선배님의 권유로 출연하게 됐는데, 사명감으로 무료 공연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죠. 그리고 이 작품에서 좋은 평을 받으면서 영화계에서 간간이 제의가 들어왔어요. 지금까지 영화 쪽은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어서 영화 오디션을 보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 운동을 열심히 해서 멋진 보디라인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어요.
김희원 전 희원극단을 운영하면서, 6~7년간 제작을 했어요. (큰 목소리로 강조하며) “지금은 <언틸더데이>를 CTS홀에서 공연하고 있어요.” 3월 24일부터 4월 12일까지요. 선경 언니가 드라마투르그 겸 액팅 코치로 도와주셨고요.
최혁주 야! <더뮤지컬>이 라디오니? (웃음)
김희원 제작을 하다 보니 주변에 선배님들이 ‘네가 잘돼야 널 믿고 투자한다. 큰 작품에 출연을 해라’라고 조언해서 지난해 <레베카>에 출연했어요. (반 호퍼 부인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는데, 실제로 보니 무대에서의 이미지와 비슷해요.) 나타나기만 하면 많이들 웃어주시더라고요. 원래 성격이 그래요. 밝고 엉뚱해요. 범띠라 의리도 있고. 크크.
다들 사이가 돈독해 보여요! <쿠거>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최혁주 선경 언니가 제 공연을 많이 봤어요. 그러곤 계속 ‘난 뭐든 작품을 하면 꼭 너랑 할 거야’라고 말했어요. 세월이 지나면서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드디어 너랑 나랑 같이할 작품이 생겼다” 했죠. 뭔지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오케이 했어요.
김희원 선경 언니는 저를 보면 짠하대요. 코믹하면서, 노래도 시원시원하게 부르는 달란트가 있는데, 너무 계란으로 바위만 치고 있다고. 그래서 절 돕고 싶다면서 여기로 데려왔죠. 선경 언니가 ‘못난이 에이전시’의 회장님이세요. 잘 안 풀리는 동생들을 위해 만든 거래요.
최혁주 못난이? 혹시 나도 거기 있어?
김희원 응, 우리. 크크.
최혁주 난 모르는 일인데. 언니, 저 의외로 잘 풀리고 있어요. (웃음)
김선경 이 둘은 제가 본 배우들 중에 가장 끼가 많고 재능 있는 친구들에요. 성격도 좋고 의리도 있고. 그런데 재능과 끼에 비해 많은 무대에서 선택되지 않아 안타까워요. 못난이 에이전시가 못나서 못난이가 아니라 재능이 뛰어난 캐릭터 배우를 비유한 거죠. 얘네들 데리고 걸 그룹 만들 거예요. 얘들은 계약을 안 한다지만. (웃음)
최혁주 정말 든든한 선배님이에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에요. 정말 의리! 우리도 그 의리가 없었으면 참여 못하죠.
김희원 어머니 같아요. 저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닌데 진짜 엄마 같아요.
<쿠거>의 매력을 좀 소개해 주세요.
최혁주 첫 리딩 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박이다! 이건 반드시 지금 공연되어야 하고, 여기 참여한 사람들은 분명히 빛을 보겠구나! 그 뒤에 음악을 들었는데, 노래도 정말 좋더라고요. <메노포즈>는 기존에 있던 노래로 만든 작품이지만, 이건 창작곡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럽고 좋았어요.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맘마미아!> 이후에 거의 없었는데, 이 작품이 나와서 관객들이 분명히 행복할 거예요.
김희원 여자들이 어린 남자를 사귀면 막 이상한 시선을 보내잖아요. 이 작품을 보면 그게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여자도 영혼이구나! 여자도 사람을 사랑하는 존재구나! 무엇보다 중년 여성들이 자신감을 얻을 거예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거든요.
김선경 쿠거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단순히 능력 있는 여자가 젊은 남자를 꼬시는 거라고. 근데 그게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연상 연하 커플이 늘어나는 이유는, 성숙된 여인이 좋은 남편을 만든다는 개념과 비슷해요. 남자들은 사회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자기를 포용해 줄 수 있는 여자를 찾게 돼요. 반면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연애 시기를 놓친 여자들은 예전의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을 그리고요. 이렇듯 나이랑 상관없이 그냥 서로가 원하는 부분이 공통분모로 만난 거예요. 그 만남에서 파생되는 좋은 효과를 보여주는 공연이 바로 <쿠거>고요. 그리고 이 공연을 보시면 굉장히 치유가 될 거예요. 또한 한 번 크게 웃으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건강해질 수 있는 그런 작품이죠.
여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을 것 같은데, 각자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볼까요?
최혁주 재밌는 장면이 많아요. 클래리티가 ‘훌리오’란 기구를 사용하며 노래하는 장면이 있어요. 오르가슴을 느끼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 장면이 인상적이더라고요. 여자로서 한 번도 사용 못해 본 기구거든요. 굉장히 호기심을 자극했죠. 그리고 릴리의 러브신도 기대돼요. (노우성) 연출님이 수위를 높일 거란 말씀을 하셨거든요. 얼마나 멋있겠어요? 선경 언니를 벗긴다는 거 자체가 정말 기대돼요. (웃음)
김선경 개인적으론 혁주를 벗겼으면 좋겠어요. 몸이 정말 예쁘거든요.
김희원 메리-마리는 아기를 낳고 난 뒤 남편에게 성적으로 무시를 당했어요. 주변에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도 아기를 낳고 나면 남자들이 무시를 많이 한대요. 그래서 메리-마리는 복수심을 갖고, 진정한 섹스를 찾아 나선 거예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큰일이 터져서, 충격을 먹어요. 그때 메리-마리가 릴리에게 치유받는 장면이 전 좋더라고요. 마음에 와 닿아요.
김선경 얘는 그 장면으로 위로를 받고 싶나 봐요. ‘엄마의 자장가’란 노래인데, 저희 작품에서 가장 동요 같은 곡이에요.
최혁주 희원이가 부르는 노래인데, 그렇게 선경 언니한테 불러 달라고 해요. 자기가 들으려고.
김선경 희원이는 소울 창법인데, 제가 좀 성가대 창법이거든요. (웃음) 저희 작품이 노래가 정말 좋아요. 릴리가 부르는 ‘게리가 맞아’란 노래도 다들 좋아해요. 릴리는 굉장히 가정적인 주부거든요. 자기가 없으면 가정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자기 생활이 없어요. 가정을 위해서라면 자기는 없어도 될 존재라고 부르는 노래라, 슬퍼요.
최혁주 선율도 좋고, 귀에 착착 감기는 그런 노래예요. 특히 우리나라 주부들이 릴리를 보면서 많이 공감할 거예요. 내가 이렇게 살아왔는데!
내 삶의 여왕
최근 들어 연상 연하 커플을 소재로 한 작품이 더 각광받았잖아요. 그중 기억나는 작품이 있다면?
최혁주 김희애 씨가 열연했던 <밀회>! 시청률도 대단했잖아요. 호기심이 생겨요. 그런 게 우리가 정말 원하는 거 아니에요?
김선경 최고지. 그런 커플들을 범죄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는데, 범죄 아니에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는 거죠. 내 가슴이 뛰고 있다는 걸.
김희원 예전에 아홉 살 연하를 사귄 적이 있는데, 서로 사랑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도 범죄자 취급을 받았어요. 주변에서 능력 좋다며 비아냥거리고.
김선경 그렇게 치면 (박)해미 언니가 범죄자야? 그런 거 다 질투예요. 자기가 못하는 걸 누군가 하니까. 사실 여자는 마음이 허락되지 않으면 문을 열 수 없어요. 정신적으로 통하는 게 있어야 사랑을 해요.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다 연상 연하 커플이잖아요. 이건 시대의 현상이거든요. 한혜진-기성용 커플 같은 현대의 상황들도 <밀회> 만큼이나 인상적이에요.
같이 연기해 보고 싶은 연하남을 한번 꼽아볼까요?
김선경 난 현빈! 현빈 좋아해요. 굉장히 매력적이고, 사람이 좋아 보여요. 그보다 더 어린 친구를 꼽으라면 지드래곤? 참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왠지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아기 같거나 어른 같거나. 중간은 없을 거 같아요. 굉장히 비상해 보여요.
최혁주 음… 갑자기 생각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없네. (조)정석이랑 전에 같이 공연한 적은 있어요. 로맨스는 아니었지만.
김선경 정석이가 널 싫어할걸. (웃음)
최혁주 정석이가 저랑 이야기하면 너무 예의를 갖춰요. 기합받는 자세로. (웃음) 희원이는 누가 좋니?
김희원 나는 없어요. 크.
최혁주 저스틴 비버 같은 남자도 좋은데.
김선경 한국 남자는 없어?
최혁주 전 외모보다는 연기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배우랑 호흡 맞춰보고 싶어요. 설경구 씨?
김희원 연하남이 아니잖아. (웃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는 거 같은데, 지금의 생각은 어때요?
김선경 존중! 나이를 떠나서 한 인격체로서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그 마음이죠. 열정적인 거 다 필요 없어요. 열정적인 사랑도 해봤지만, 굉장히 짧더라고요. 사랑도 짧고, 열정도 짧고, 믿음도 짧고. 그런데 존중은 길더라고요. 존중이 정말 단단한 사랑을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최혁주 비슷한 생각인데요. 저는 남자를 무조건 존경해야 사랑하는 마음도 같이 생기거든요. 조금만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더라고요. 그게 선경 언니가 말한 존중 같아요. 아, 그런데 요즘은 가진 것도 좀 보게 되더라고요. (웃음)
김선경 그래, 현실적으로 너무 없으면 힘들지. 옛날에 우스갯소리로 그랬어요. 누가 어떤 남자 만나고 싶냐 물으면, 나한테 돈 꿔달라고만 안 하면 된다고. 물론 저에게 돈 꿔달라고 했던 남자들은 없었어요. 제가 좋으니까 자꾸 해줬던 거죠. 그러다 보니 계속 빚이 쌓이더라고요. 그냥 나한테 손 벌리지 않는 정도만 되면 좋겠다, 하는 거죠. 그보다 진짜 중요한 건, 대화가 통하는 거더라고요.
김희원 전 지금 독신을 선언했어요. 아버지랑 둘이 살다 보니 아버지께 잘해드리려 하고 있고, 외로울 땐 하나님께 의지하고. 그게 제 인생이에요.
클래리티의 노래 중에 ‘난 내 삶의 여왕’이란 곡이 있죠. 내 삶의 여왕이 되고 싶은 동생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한마디 부탁드려요.
김선경 무엇보다 삶을 힘겨워하는 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어요. 그들에게 호흡을 부여할 수 있다면, 마음을 쪼개서 돕고 싶어요. 그게 제 삶의 모토이기도 하고. 꿈을 포기하려는 친구들에게 넓은 무대만 무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가 있는 곳이 바로 무대예요.
최혁주 전 매 순간 최선을 다했거든요. 특히 스무 살 때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당시 배우들에겐 외적인 편견이 컸어요. 제가 키가 큰 게 아니다 보니 더 많이 노력해야 했죠. 지금은 개성이 중요하잖아요. 키 작은 배우들도 많고. 제가 20대를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그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잠시도 쉬지 않고 순간순간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빛이 돌아오는 것 같아요. 그럼 내 삶의 여왕이 분명히 될 수 있어요.
김희원 ‘우리 모두 다 소중하다’는 한마디를 하고 싶어요. 그 소중함을 알면, 앞으로의 일들이 계획적으로 잘 이루어질 거예요. 그러니 자기 자신을 먼저 아껴주세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9호 2015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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