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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FF] <드림걸즈> 현장에서 이뤄지는 하모니 [No.141]

글 | 배경희 사진 | 배임석 2015-06-30 5,517

가수를 꿈꾸는 세 소녀가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쇼 비즈니스 세계의 명암을 그린 <드림걸즈>. 

2009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쇼 뮤지컬은 지난 2월 26일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전보다 더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번 재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한미 합작이 아닌 한국 크리에이티브 팀의 힘으로 재탄생했다는 점. 
관객을 다시 만나기까지 치열했던 날들을 되돌아보기 위해  매일 극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현장 스태프를 만났다.



연습이 진행되는 동안 각 파트에서 어떤 업무를 진행했는지 설명해달라. 혹시 <드림걸즈> 연습만의 특이사항이 있나?
변오용  연습이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연습 일정 관리, 셋업 스케줄 조정, 연습 과정에서 무대감독 팀의 업무는 <드림걸즈>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음악 연습으로 시작해 리딩을 거쳐 드라마 연습에 들어가는 진행 과정도 여타의 다른 작품과 비슷했다. 하나 달랐던 것은 오케스트라 구성에 맞게 피아노가 아닌 키보드로 연습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음악감독의 요청으로 연습실에 전자 드럼을 준비한 것도 특이한 점이었다. 우리 공연에서는 전자 드럼을 사용했는데, 일반 드럼 연주자가 전자 드럼을 치려면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이찬희  음향 팀이 연습에 투입되는 시점은 어떤 공간에서 연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습실이 확성 스피커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연습 시작 전에 사전 작업을 해야 하는데, <드림걸즈> 연습실이 그랬다. 확성 스피커가 있는 연습실이라면 연습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만들어 놓고 런 스루 연습에 들어가면 진행 사항을 체크한다.
최제헌  조명 팀도 런 스루를 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된다. 셋업 전에 작품을 분석하고 디자인하는 게 디자이너의 일이라면, 오퍼레이터의 주 업무는 런 스루를 보면서 동선을 체크하는 것이다. 동선에 맞춰 조명기를 선택해야 하니까. 런 스루를 봐야 세트 전환에 맞춰 어떻게 조명 전환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김현정  우리 영상 팀 역시 어느 정도 연습 진도가 나가면 연습실에 가서 일을 시작한다. 런 스루 초반에는 디자이너가 영상 구성이나 전환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팀원들은 연습 막바지에 동선을 체크한다. 아마 모든 파트 다 셋업 전에 동선을 체크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일 거다. 
이예슬  연습이 시작되면 분장 팀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발 제작을 위해 배우들 머리 치수를 재는 것이다. 치수에 맞게 제작한 가발을 스타일링하는 게 셋업 전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그 작업이 끝나면 퀵 체인지를 위한 동선을 체크한다.


셋업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뭔가?
변오용  시간 싸움이 제일 힘들었다. 샤롯데씨어터는 수동 시스템 배튼(무대 세트를 매다는 막대)을 쓰는 극장이라 셋업 기간이 짧지 않았음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수동 시스템의 경우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쓸 때보다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 작업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오토메이션 시스템의 장점이라면, 공연에서 극적인 효과를 내기에는 수동 시스템이 좋다. 사람이 공연하는 이상 매 공연의 템포가 조금씩 다른데, 오토메이션 시스템은 기계에 입력된 대로 작동하니까 그날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 없다. 
최제헌  우리도 셋업 시간이 모자라 조명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백 퍼센트 다 실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떤 작품이든 극장 상황이나 셋업 기간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말하고 보니 밥시간에 사운드 튜닝을 한 음향 팀 앞에서 힘들다고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웃음) 
이찬희  이젠 너무 익숙한 일이라 괜찮다. (웃음) 그리고 다들 밥 먹으러 가는 식사 시간에 작업하는 게 오히려 편하다. 우리가 작업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다른 팀에 방해를 줄 수 있으니까. 주의력이 요구되는 위험한 작업을 할 때 소음 때문에 사고가 날 수도 있잖나. 극장에서 우리 팀만 따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지만, 그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셋업 때 조명 팀은 영상 팀과, 분장 팀은 의상 팀과 맞춰봐야 하는 부분이 많지 않았나.
김현정  맞다. 조명은 영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조명의 밝기에 따라 영상이 돋보이거나 묻힐 수 있으니까. 따라서 리허설 때 장면별로 영상과 조명 중 어떤 것에 더 힘을 실을지 서로 의견을 조율했다. 물론 이건 디자이너가 정한다. <드림걸즈>는 영상이 많이 쓰인 작품이라 조명 팀하고 같이 맞춰야 할 부분이 많았다. 공연이 개막한 후에도 각자 모니터링을 하면서 2주 정도 수정 기간을 가졌다.
이예슬  분장 팀과 의상 팀은 공연에서 중요한 퀵 체인지를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리허설에서 많이 부딪친다. 안전한 퀵 체인지를 하기 위해선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가발과 의상 중 뭘 먼저 바꿀지 리허설 때 순서를 정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가발을 벗고 의상을 갈아입은 후에 다시 가발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변오용  퀵 체인지는 무대 팀도 협업해야 하는 부분이다. 무대 전환이 이뤄지는 장면이라면 서로 부딪치지 않게 동선을 맞춰야 하고, 퀵 체인지 시간 단축을 위해 무대 옆에 임시 공간을 준비해야 할 때도 있다. 


<드림걸즈>는 400여 벌의 의상과 100여 개의 가발이 쓰이는 공연이라 퀵 체인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윤송이  무대 팀 인원이 크루까지 포함하면 열세 명인데, 의상 진행 팀 인원이 열 명이다. 무대 팀 다음으로 인원이 많은 게 우리였다. 그만큼 퀵 체인지 의상이 많았다. 
이예슬  분장 팀도 여덟 명이라 적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손질해야 할 가발이 100개가 넘으니까 시간에 항상 쫓겼다. 퀵 체인지도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했다. (웃음)
이찬희  엄살이 아니라, <드림걸즈>는 퀵 체인지가 정말 많아서 ‘드림스’의 네 캐릭터, 에피, 디나, 로렐, 미셸 역의 배우들은 마이크를 아예 가발 망에 붙였다. 핀 마이크를 채운 가발 망 위에 망을 하나 더 씌운 다음 그 위에 가발을 쓴 거다. 가발이나 의상을 바꿀 때 마이크가 걸리지 않도록 말이다. 분장 팀하고 우리 팀 크루가 같이 송신기를 채우느라 다른 때보다 마이크 착용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드림걸즈>의 오케스트라는 무대 위에서 연주한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쪽이 아닌 위에 위치할 경우 음향 팀에서 더 신경 써야 하는 점이 있나?
이찬희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 피트에서 연주할 때는 스피커를 통해 확성된 소리로 사운드 밸런스를 맞춘다. 그런데 연주자들이 무대 위에서 연주하면 악기 소리가 객석으로 바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기가 까다롭다. 또 <드림걸즈>는 흑인 소울 음악이라 오케스트라에 트럼펫이나 트럼본 같은 금관악기가 많은데, 금관악기 소리도 신경 쓰는 점 중 하나다. 소리가 큰 금관악기를 연주자가 약간만 세게 불면 다른 소리를 덮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배우가 키보드나 드럼 박자 소리를 못 듣게 될 수 있다. 금관악기 소리는 음악감독과 항상 조율한 부분이다.
변오용  <드림걸즈>는 음악이 핵심인 공연이라, 크리에이티브 팀이 관객에게 음악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나온 의견이 오케스트라를 무대에 노출하는 거였다. 오케스트라를 무대에 올린 다른 공연과의 차이점이라면, 우리 오케스트라는 계속적으로 위치 전환을 했다. 무대 뒤에서 오케스트라의 역할을 하다 장면에 따라 무대로 등장해 극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각 파트별로 특별히 더 긴장 했던 장면이 있을까?
이찬희  가수를 꿈꾸는 주인공들이 음악 콘테스트에 출연하는 모습으로 공연이 시작되는데, 음향 팀은 이 오프닝 장면에서 제일 바빴다. 두 구역으로 나뉜 무대에서 음악 콘테스트 현장과 백스테이지 풍경이 동시에 연출되기 때문에 등장인물 자체가 많은 데다 배우들의 등퇴장이 계속돼서 큐가 많다.
최제헌  <드림걸즈>는 조명 큐도 정말 많은 공연이다. 한 공연에서 200대 넘는 무빙 라이트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많은 무빙 라이트를 쓴 이유는 조명이 공간을 표현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긴장되는 장면을 뽑자면 아무래도 조명이 화려한 신일 수밖에 없는데, <드림걸즈>에서 조명 큐가 제일 많은 건 1막의 ‘Steppin' To The Bad Side’와 2막의 ‘One Night Only’ 댄스 버전 장면이다. 잠깐이라도 한 눈을 팔면 몇 개의 큐를 줄줄이 놓치게 되기 때문에 긴장하게 된다. 
김현정  영상 큐가 많은 장면은 주인공들이 결성한 그룹 드림스의 방송국 녹화 장면이다. 녹화 신은 두 대의 방송 카메라가 드림스를 찍는 모습으로 연출되는데, 이때 실제로 촬영이 이뤄진다. 극 중 방송 피디가 촬영한 영상이 무대 위 TV로 송출되기 때문에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웃음) 
변오용  생중계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한 역할에 여러 명의 배우가 출연하다 보니, 사전에 녹화 영상을 제작하는 것보다 제작비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또 현장을 실시간으로 카메라에 담으면 현장감을 살리기에도 좋고. <드림걸즈>에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을 말하자면, 공연하는 모든 순간? (웃음) 현장 스태프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공연 중에는 언제 어떻게 돌발 사고가 벌어질지 몰라 항상 긴장하게 된다. 그리고 무대감독은 공연 때보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더 바쁘다. 다양한 파트와 소통하면서 준비 사항을 챙겨야 하니까. 


공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최제헌  요즘에는 한 역할에 여럿이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공연하면서 신경 쓸 부분이 전보다 많아졌다. 예를 들어 배우마다 장면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다를 경우 배우마다 조명의 포인트를 바꿔야 하는 거다. 때에 따라선 일이 두 배, 세 배가 되는 셈이지만, 멀티 캐스팅은 흐름이니까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엔 배우들의 성향이나 연기 스타일을 파악하는 게 일에 도움이 된다. 현장 스태프들이 연습을 챙겨 봐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이찬희  음향 팀은 각 역할의 어떤 배우가 조합을 이루느냐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요즘에 <드림걸즈> 같은 트리플 캐스팅은 무난한 캐스팅이라서 괜찮았다. (웃음) 음향 오퍼레이터로서는 다른 것보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공연하는 게 힘들다. 소리는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으니까. 기온이 올라가면 소리 전달력도 떨어지고, 배우들도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음향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극장에서 무대와 객석의 온도를 차갑게 해주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할 텐데, 규정 온도라는 게 있으니까. (웃음)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변오용  최근 몇 년 사이에 공연 시장이 정말 커지지 않았나. 시장 규모가 3천억 원이라고 하니까. 그런데 한 편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어떤 스태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 경우만 해도 직업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난감해질 때가 있다. 무대감독이라고 하면 톱질하는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웃음) 공연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좋은 공연을 만들도록 더 노력해야겠지만, 관객 분들도 무대 뒤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1호 2015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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