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영원히 그대를 나에게 묶어둘지니!
그 목소리는 영감이라는 신성한 불길로 나를 감싸 안았고,
내 안에 있던 숭고하고 열정적이고 또 아름다운 생명력을 일깨워 주었어요.
그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나는 고양되어 그의 경지에 함께 이를 수 있었죠.
나는 겁에 질린 데스데모나처럼 그를 피하는 대신 꼼짝도 않고 서 있었죠.
오히려 열정 한가운데에 놓인 죽음의 매력에 이끌려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리고 그 손에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의 황홀한 모습을 보고 눈을 감고 싶은 데스데모나의 심정이 되었죠.
가면에 가려진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어진 거예요.
영원한 예술의 열정이 그대로 새겨졌을 법한 그 얼굴을 말예요.
에릭, 두려워하지 말고 얼굴을 보여 주세요.
당신은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으나 가장 숭고한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이 순간 이후 내가 당신을 보고 전율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천사 같은 음성과 빛나는 재능 때문일 겁니다.
사랑….
난 사랑 때문에 죽는 거야.
결국 이렇게 됐어….
난 그녀를 너무 사랑했어.
지금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죽어가는 거야.
그녀의 눈물이 내 가면 뒤에 있는 얼굴 전체를 적셨고, 내 눈물과 섞여 뒤범벅이 되었지.
그리고 내 입술까지 흘러내려 적셔주었네.
그녀의 눈물이 내 얼굴 전체를 적셨을 때, 내가 어떻게 했는지 말해 주지.
난 그녀의 눈물을 단 한 방울도 흘리고 싶지 않아 가면을 벗어던졌다네.
그런데 그녀는 날 전혀 피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녀는 분명히 살아 있었어….
살아 있는 그대로 나를 위해, 나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네.
우리 두 사람은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지….
오, 하느님, 이제 내게 최고의 행복을 선사해 주시는군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1호 2015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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