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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S] 동서양의 사후세계 [No.142]

글 | 송준호 2015-07-25 7,928

사후세계는 문학과 미술, 영화, 공연, 만화에서  빈번하게 활용되는 소재다. 

최근 막을 올린  <신과 함께>와 <데스노트>에서도 저승과 지옥, 사신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후세계는 고대 신화부터 민족, 종교, 지역별로  상당히 구체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크게 구분지어 동양과 서양의 사후세계는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소개한다.   



동양의 저승과 지옥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문화권에서 사후세계를 가리키는 말은 대개 명부(冥府), 황천(黃泉), 유계(幽界) 등 다양한데, 이는 서구에서도 내세(來世, The Coming Age)나 후세(後世, Life After Death)라는 말로 바꾸어 쓸 수 있다. 흔히 저승이라고 하면 바로 지옥을 떠올리지만 저승과 지옥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서구의 세계관에서 저승이 천국과 지옥으로 구분된다면, 동양의 저승은 극락과 지옥으로 나눌 수 있다. 천국과 극락의 차이는 곧 양 세계를 지배하는 기독교와 불교, 도교의 영향으로 보면 된다.


특히 불교와 도교, 무속신앙이 공존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저승과 지옥의 세계관이 한층 더 복잡하게 세분화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윤회다. 모든 생명체는 끊임없이 업을 짓고, 그로 인해 삶과 죽음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해 육도의 이곳저곳에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한다는 것이 윤회다. 육도는 천(天),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을 가리키는데 당연히 최악은 지옥이다. 이처럼 윤회나 업을 중시하는 불교는 잘 알려졌듯이 인도에서 유래했다. 불교 세계관의 지옥 역시 산스크리트인 ‘나라카(Naraka)’를 중국어로 번역한 말 중 하나다. 흔히 ‘나락으로 떨어진다’라고 표현할 때의 ‘나락’이 바로 이 지옥을 가리킨다. 지옥을 관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염라대왕도 중국에 건너오기 전에는 천상의 교주였지만 점차 지옥의 왕으로 바뀌고, 중국에서 도교의 영향으로 망자들의 심판관이 된다. 


이처럼 중국에서 새롭게 정립된 저승관 중엔 시왕신앙(十王信仰)이 있다. 이것은 도교의 민간 신앙과 불교의 사상이 결합된 것으로, 죽은 자가 저승에서 열 명의 왕을 거치면서 생전에 행한 업에 대해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 판결에 따라 육도 중 하나의 길을 배정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이는 한국의 민속 신앙에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이 과정을 만화로 흥미롭게 풀어낸 것이 <신과 함께>의 원작이 되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다. 죽은 자는 시왕 중 첫 일곱 명의 대왕에게 각각 7일씩 49일 동안 심판을 받는다. 진광(秦廣), 초강(初江), 송제(宋帝), 오관(五官), 염라(閻羅), 변성(變成), 태산(泰山)이 그들. 하지만 죄업이 큰 자는 이후 평등(平等), 도시(都市), 오도전륜(五道轉輪), 세 명의 대왕에게 다시 심판을 받는다. 다섯 번째 심판관인 염라대왕은 시왕 중 우두머리로 여겨지곤 한다. 


죽은 자들은 진광대왕이 주관하는 도산지옥(刀山地獄)을 시작으로 화탕지옥(火湯地獄), 한빙지옥(寒氷地獄), 검수지옥(劍樹地獄), 발설지옥(拔舌地獄), 독사지옥(毒蛇地獄), 거해지옥(鋸骸地獄)을 차례로 거친다. 거해지옥까지 통과한 자들은 육도의 문 중 하나로 들어가 환생하게 된다. 무색무취의 삶을 살아온 김자홍도 여기서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생전의 죄가 커서 이 7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철상지옥(鐵床地獄), 풍도지옥(風途地獄), 흑암지옥(黑闇地獄)을 추가로 통과해야 한다. 여기까지 온 자들은 천상계로 갈 수 없고 최선의 결과가 인간계여서 그만큼 다음 생의 전망이 어두워진다. 이처럼 끔찍하게도 구체적인 시왕신앙은 사람들에게 지옥의 고통을 미리 알림으로써 선행을 유도하는 권선징악의 성격을 띤다.



서양의 지옥와 연옥                         


헬레니즘과 기독교 문화가 혼합돼 형성된 서양 문명은 각국의 지옥에도 다양한 요소가 뒤섞여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죽음의 세계를 가리키는 ‘하데스’는 파수꾼 개인 케르베로스가 지키는 곳으로 다섯 개의 강이 흐르고 있다. 불의 강인 플레겟돈, 비통의 강 아케론, 혐오의 강 스틱스, 통곡의 강 코키토스, 그리고 그 유명한 망각의 강 레테가 그것이다. 심연이나 무저갱, 무한지옥을 가리키는 지옥은 ‘타르타로스’다. 이곳은 가장 흉악한 죄인들을 처벌하는 징벌 공간으로, 영원히 반복되는 형벌을 받는 장소다. 커다란 바위를 산 위로 영원히 굴려 올려야 하는 시시포스, 바퀴에 묶인 채 영원히 굴러다녀야 하는 익시온, 영원한 굶주임에 시달려야 하는 탄탈로스 등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게헨나’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인정하지 않고 죄를 회개하지 못한 자가 최후의 심판으로 떨어지는 곳으로, 영원한 불길이 타오르는 지옥이다. 


동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있다면 죽음을 알리고 저승으로 안내하는 사자(使者)의 존재다. <신과 함께>에서는 강림도령과 해원맥, 이덕춘이 한국의 저승사자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픽션에서 저승사자가 대체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서양의 사신들은 온정적인 인간보다는 냉혹한 신처럼 묘사된다. 각 나라별로 죽음을 관장하는 신들이 있지만 동양의 사자에 가장 가까운 모습은 켈트 신화와 웨일스, 브루타뉴 지역의 안쿠(Ankou)다. 검은 망토를 걸친 백골의 모습으로 영혼을 거두어들이는 큰 낫을 들고 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워낙 인상적인 비주얼 탓에 서양 사신의 스테레오타입처럼 활용되는 존재다. 하지만 최근 창작물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변용해, <엘리자벳>에서는 치명적인 매력의 미소년(토드)으로, <데스노트>에서는 인간을 닮았지만 기괴한 모습의 생명체(류크, 렘 등)로 그려지기도 한다. 동양의 사자들이 인간의 술수에 따라 영혼을 거두지 못하는 일도 있다면, 서양의 사신들은 그와 상관없이 운명처럼 죽음을 고지하러 나타난다는 점이 다르다.  


한편 가톨릭의 내세관에서는 천국과 지옥 사이에 연옥이라는 제3의 공간이 있다. 천국에 들어갈 만큼 성스러운 자는 아니지만, 반대로 지옥에 갈 정도로 큰 죄를 지었거나 회개하지 않은 것도 아닌 영혼들이 머무는 곳이다. 이들은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이곳에서 스스로를 정화한다. 이런 연옥의 세계관을 담아낸 작품이 바로 단테의 『신곡』이다. 이 작품에서 단테는 안내자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와 함께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신화나 역사 속 인물들과 죄와 벌, 구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총 7층으로 이뤄진 연옥은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참회하면서 한 층씩 올라가는 구조로 그려지고 있다. 모든 관문을 통과한 영혼들은 산꼭대기에 있는 에덴동산에 도착해 천국으로 올라가기 전에 잠시 대기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이승과 저승 사이의 중간 단계에 대한 세계관은 동서양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물론 윤회의 여부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죄업의 심판과 정화를 위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동서양의 사후세계는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2호 2015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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