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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PREVIEW] <적벽가> [No.144]

글 |안세영 사진제공 |국립창극단 2015-10-05 4,390

창극으로 부활한 세기의 전쟁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판소리 <적벽가>가 창극으로 재탄생한다. 국립극장 2015-2016 레퍼토리 시즌 개막작으로, 국립창극단에서 이번 시즌에 준비한 두 편의 신작 중 하나다. 원작 <적벽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가장 소화하기 힘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전투 장면과 영웅호걸이 많이 등장해 특별히 힘 있고 묵직한 소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주 공연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다.


아무나 부를 수 없고, 쉽게 들을 수 없는 이 작품의 창극화를 위해 두 명의 대가가 힘을 합쳤다. 먼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인 송순섭 명창이 작창과 도창을 맡아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이 참여하여 처음으로 창극에 도전한다. 송순섭 명창의 <적벽가>를 듣고 창극화를 결심했다는 이소영 연출은 “적벽가가 지닌 격조 높은 음악적 힘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창극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판소리 <적벽가>는 중국 역사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적벽대전과 관련된 내용만 뽑아 재창조한 작품이다. 유비와 손권이 이끄는 오·촉 연합군이 적벽에서 조조 군의 배를 불태우고 승리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도원결의, 삼고초려, 장판교 싸움 등의 전후 사건을 그린다. 하지만 영웅들의 활약상에만 집중한 『삼국지연의』와 달리 <적벽가>는 이름 없는 군사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판소리에만 등장하는 ‘군사 설움’과 ‘군사 점고’ 대목은 지배자의 야망 때문에 억지로 전쟁에 동원된 군사들의 고통을 폭로하는 부분이다. 또한 원작이 영웅적 인물로 그렸던 조조를 졸장부로 희화화하여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권력층의 모습을 풍자한다.


창극 <적벽가>는 판소리의 주제 의식을 이어받아 적벽의 고통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부각한다. 이소영 연출은 모든 인물을 망자(亡者)로 설정하고, 이 망자들이 처참한 역사를 증언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음악감독 김주현과 구성작곡가 홍정의는 판소리 <적벽가>의 남성적인 성음을 고스란히 살리는 데 주력한다. 선율을 최소화하고 국악기와 양악기로 자연의 근원적인 소리를 표현해, 창극의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특히 극의 절정에서는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타악 비트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적벽대전의 웅장한 스케일이 어떻게 무대화될 것인가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 중 하나다. 무대에는 거대한 부채 형상의 구조물이 자리해 극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시공간으로 변형된다. 여기에 모던하면서도 동양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안무가 긴장감 도는 전쟁터를 재현한다. 수묵화를 모티프로 한 영상과 세련된 조명, 의상은 <적벽가>가 지닌 동시대적 의의를 환기한다. 유비 역에 허종열, 장비 역에 윤석안, 관우 역에 박시범, 제갈공명 역에 김준수, 조조 역에 이광복 등이 출연한다.


9월 15~19일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02-2280-4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4호 2015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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