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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INI SPECIAL]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도전 - 외부 세력의 계보 [No.144]

글 | 박병성 2015-10-08 3,689

뮤지컬계 뛰어든 외부 세력의 계보

국내 뮤지컬 제작사의 계보는 대체로 연극에서 이어졌다. 
1990년대 뮤지컬을 왕성하게 만들었던 대중, 민중, 광장은 물론 현대극장, 신시 역시 연극에 뿌리를 둔 곳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야 시작부터 뮤지컬에 뿌리를 둔 오디뮤지컬컴퍼니나 뮤지컬해븐, 쇼노트가 등장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뮤지컬의 눈부신 발전 과정 동안 공연계 외부 세력의 도전도 종종 이루어졌다. 



기업의 참여


1990년대부터 기업은 지속적으로 공연계 진출을 꾀했다. 1990년대 전용관을 갖추고 뮤지컬 전문 배우를 양성해 뮤지컬의 재미를 제대로 알려준 롯데월드예술극장과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소개한 삼성영상사업단을 통해 롯데와 삼성이 본격적으로 공연 제작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반 오리온은 자회사인 제미로를 설립하고 국내 뮤지컬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오페라의 유령>과 디즈니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만들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CJ E&M이 뮤지컬 시장에 진출해 투자와 제작에 참여했다. 안정된 자본과 막대한 투자가 가능한 기업의 참여로 국내 뮤지컬 시장은 공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이미 100억 원대 규모의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할 수 있었던 데에는 기업의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업은 과감하게 투자를 하되, 수익이 되지 않으면 빠르게 빠지는 경향이 있다. 공연은 주판알로 계산해서 대차대조표를 그린다면 재미있는 결과를 얻기 힘든 장르다. 결국 야심차게 뛰어들었던 롯데, 삼성, 그리고 오리온은 5~6년 정도를 운영하다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현재는 CJ E&M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다. 

영화사의 도전


2000년대 중반에는 영화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뮤지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이 영화에서 뮤지컬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영화사들은 자사의 영화를 새로운 파생 상품으로 확장하기 위해 자사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댄서의 순정>의 컬처캡미디어처럼 뮤지컬을 직접 제작한 영화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영화사들은 기존 공연 제작사와 협업의 방식으로 서서히 공연 문법을 익히려고 했다. 싸이더스는 극단 악어컴퍼니와 <싱글즈>를 제작했고, KM컬쳐는 <미녀는 괴로워>를 중견 제작사 쇼노트와 합작했다. 김미희 대표가 이끄는 드림캡쳐는 김달중 연출을 영입하고 자사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뮤지컬로 만들기도 했다. 한두 번의 경험으로는 공연계의 생리를 이해하기에 부족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생소한 장르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만큼 공연에 대한 애정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새롭게 부각되는 연예 매니지먼트사


최근 뮤지컬 제작에서 새롭게 부상한 곳은 연예 매니지먼트사이다. 뮤지컬 시장의 주도권은 2000년대 초반 공연장에서, 중반 이후 프로듀서가 차지했다가, 최근에는 배우로 옮겨 가고 있다. 최근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뮤지컬계 진출은 이러한 공연계의 내적인 힘의 이동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배우가 흥행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자, 연예 매니지먼트사가 직접 제작에 뛰어들어 사업 영역을 넓히려고 한 것이다. 
일찍이 공연계에 발을 디딘 곳은 SM엔터테인먼트였다. 2008년 자회사인 SM아트컴퍼니를 만들어 <재너두>를 선보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슈퍼주니어의 김희철과 강인이 출연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새롭게 SM C&C를 설립하고 <싱잉 인 더 레인>에 이어 올해 <인 더 하이츠>에 도전한다. 이들 작품에는 자사의 유명 아이돌 멤버들이 출연했다. 김준수가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도 공연 제작사 씨제스 컬쳐를 세우고 <데스노트>를 선보였다. 김준수와 홍광호, 정선아 등 호화 캐스팅을 내세운 작품은 흥행에 성공했다. 김무열이 소속된 프레인 TPC를 운영 중인 프레인글로벌 역시 중견 제작자 뮤지컬해븐의 박용호를 영입하고 본격적인 뮤지컬 제작을 예고한 상태다. 
그렇다면 현재진행형인 뮤지컬 제작사의 참여는 지속될 수 있을까? 유명한 스타를 보유한 연예 매니지먼트사가 뮤지컬 제작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 공연 선택이 배우로 쏠리는 현상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손익을 살펴보면 결코 이익이 되는 장사는 아니다. 캐스팅에만 참여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지만, 제작은 스타 캐스팅이 꼭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최근 뮤지컬의 제작비가 상승해 수익률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수익이 발생한다 해도 투자한 비용과 단순히 배우로 참여했을 때 발생할 수익을 비교한다면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 매니지먼트사가 제작에 뛰어들 때에는 좀 더 새로운 시도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로열티가 없는 라이선스 뮤지컬 제작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 기껏 수고해서 남(라이선스 보유자) 좋은 일 시킬 확률이 높다. 지금은 작품 제작력이나 경험이 부족해 라이선스 뮤지컬로 시작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은 작품의 라이선스를 가질 수 있는 창작뮤지컬에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다. 스타를 내세워 히트 콘텐츠를 만들고 이 작품의 라이선스를 이용해 다양한 형태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기존의 뮤지컬 장르에 한정하지 않고 스타를 전면으로 내세운 새로운 형태의 공연 제작도 염두에 둘 수 있다. SM C&C의 아이돌 스타가 출연하는 홀로그램 뮤지컬 <스쿨오즈>는 새로운 시도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4호 2015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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