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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뮤지컬 홍보 영상의 진화 [No.145]

글 | 안세영 사진제공 | PAGE1, PMC프러덕션 2015-11-02 4,445

무대 미술과 연기, 음악이 결합된 뮤지컬에 가장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바로 영상일 것이다. 특히 뮤지컬의 주 관객층이  모바일·인터넷 환경에 친숙한 20~30대인 만큼, 웹을 통해 전파되는 홍보 영상은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이  치열해질수록 더 다양하고 개성 있게 진화하는 뮤지컬 홍보 영상.  그중 가장 일반적인 형식이었던 뮤직비디오와 현장 스케치 영상에서 톡톡 튀는 변화를 살펴봤다.

 

뮤직 비디오, 녹음실을 나오다


뮤지컬 넘버의 뮤직비디오는 일반적으로 녹음 장면이나 공연 장면을 편집하여 보여주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그런데 최근 녹음실과 무대를 벗어나 한층 창조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공연한 <그날들>은 뮤지컬 넘버 ‘너에게’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선보였다.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의 만남도 독특하지만, 극 중에서 실현되지 못한 주인공들의 행복한 야외 데이트 장면을 뮤직비디오 속에 담아 더욱 눈길을 끈다. 뮤직비디오가 단순히 공연 장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확장하는 매개로 활용된 예다.
뮤직비디오는 특히 사전 인지도가 낮은 창작 초연작의 홍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난쟁이들>이다. 동화를 패러디한 창작뮤지컬 <난쟁이들>은 쇼케이스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왕자들의 노래 ‘끼리끼리’를 뮤직비디오로 제작했다. 뮤직비디오의 컨셉은 작품이 갖고 있는 ‘B급 코드’를 충실히 살리는 것. 이를 위해 충무아트홀과 대학로 일대를 돌며 왕자 옷을 입고 말 춤을 추는 배우들의 모습을 촬영했고, 이 영상은 금세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개막 전 관객 몰이에 기여했다. <난쟁이들>의 홍보·마케팅사였던 랑은 “<난쟁이들>은 처음부터 마니아 관객을 타깃으로 삼은 작품이었다.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는 포스터나 옥외 광고물 제작비를 아끼고 온라인 영상 쪽에 예산을 더 투입했다. 야외 촬영과 무대 의상 활용,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저렴한 비용에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창작뮤지컬 <무한동력> 역시 지난달 개막에 앞서 뮤직비디오 ‘가늘고 길게’와 ‘저 커다란 세상’을 공개했다. 두 뮤직비디오는 층마다 병원, 호텔처럼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가늘고 길게’는 공무원 고시생 진기한이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노래. 뮤직비디오는 진기한 역의 배우가 포스터에서 튀어나온 섹시한 모델과 공상에 빠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극 중 진기한이 게임 속 여자 캐릭터에 빠져 있는 것에서 착안한 컨셉이다. 여기에 ‘가늘고 길게’라는 가사에 맞춰 국수, 대파, 효자손 등 온갖 가늘고 긴 물건이 등장해 웃음을 준다. ‘저 커다란 세상’은 취업 준비생이 자신을 빼놓고 돌아가는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는 내용에 맞게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에서 촬영했다. 하지만 예산이 적은 소극장 창작뮤지컬에서 특별한 뮤직비디오를 찍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무한동력>도 박희순 연출의 지인이었던 영상감독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었다. ‘가늘고 길게’는 제작비 절감을 위해 여성 모델 외의 모든 엑스트라를 촬영 팀 스태프가 직접 연기하고, ‘저 커다란 세상’은 스튜디오 대여 시간에 쫓겨 원 테이크 방식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현장 스케치, 드라마를 입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뮤지컬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홍보 영상은 현장 스케치와 배우 인터뷰다. 대개 프로필 촬영장, 연습실, 분장실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출연 배우의 팬에게는 무대 밖 배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런데 이 형식을 교묘하게 비튼 홍보 영상이 있다. 바로 <난쟁이들>이 개막 전 공개한 다섯 편의 영상 시리즈 ‘난장 픽션 드라마’다. 이 시리즈는 각각 현장 스케치와 인터뷰, 몰래 카메라의 형식으로 배우들의 볼썽사나운 본모습을 폭로하는데. 실은 이것들 모두 연출 하에 촬영한 ‘페이크 다큐’이다. ‘리얼’과 ‘픽션’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극은 동화의 뒷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린 작품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졌고, 개막에 앞서 <난쟁이들>만의 매력을 알리는 데 한몫했다. 
<난쟁이들>의 제작사 PMC 프러덕션과 홍보·마케팅사 랑은 지난 8월 개막한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또 한 번 유머러스한 영상 시리즈를 기획했다. 가장 먼저 공개된 영상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패러디한 ‘내셔널 뮤지컬 그래픽’. <형제는 용감했다>의 출연진과 제작사 대표 송승환이 등장해 작품에 대해 엉뚱하고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영상이다. 이니스프리 ‘화산송이 무스특공대’, 오리온 ‘뉴팝’과 같은 재기 발랄한 광고를 모티프로 삼았다. 이어서 ‘난장 픽션 드라마’와 유사한 상황극 6편도 공개됐다. ‘썩을 놈 석봉이, 죽일 놈 주봉이’라는 가사에 맞춰 연습실에서 ‘썩을 놈’, ‘죽일 놈’이라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을 연출한 것으로, 각각의 에피소드를 짤막한 CF처럼 제작했다. 여기에 히트 뮤지컬을 
<형제는 용감했다> 풍으로 패러디한 영상 4편까지 다양한 영상이 개막을 전후로 순차 공개됐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영상을 활용해 배우를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배우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묻는 영상을 찍고, 이때 부모님이라고 답한 배우의 부모님에게 실제로 연락을 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에 초대권을 보낸다는 핑계로 모든 배우에게 부모님 성함과 연락처, 주소를 받아놓았다.) 이후 배우 몰래 세 분의 어머니를 찾아간 홍보 팀은 배우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드린 뒤, 다시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찍었다. 그리고 이때 어머니들이 남긴 조언을 연출의 입으로 디렉션처럼 전달하는 몰래 카메라도 촬영했다. 이 모든 과정을 담은 영상은 8월 29일 커튼콜 무대에서 깜짝 상연되었다. 배우들이 영상을 보고 놀라는 사이, 객석에 앉아 있던 어머니들이 무대로 올라와 직접 편지를 건넸고, 감동적인 장면에 객석에서도 박수가 쏟아졌다. 며칠 뒤 웹에는 이날 촬영한 배우들의 모습이 추가된 최종 영상이 공개됐다. 다른 홍보 영상이 작품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이 흥미를 유발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이벤트 영상은 작품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가족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콘텐츠다. 
이러한 영상을 제작하는 데에는 일반적인 홍보 영상보다 많은 고민과 수고가 필요했다. 영상에는 홍보사와 제작사, 영상 팀, 그리고 촬영에 참여한 배우와 연출의 아이디어가 반영돼 있다. 상황극의 경우, 대부분 대략적인 상황만 정해 놓고 배우의 애드리브를 살려 촬영하기로 했다. 랑은 “공연의 성격을 잘 반영하는 동시에 관심을 끌 만큼 재밌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색다른 시도를 지지해 준 제작사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배우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영상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자체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로 진화한 홍보 영상. 홍보 팀과 영상 팀, 제작사, 창작진, 배우가 함께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5호 2015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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