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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OCUS] 공연 마케팅의 새로운 바람 [No.149]

글 | 배경희 2016-03-02 6,691

바야흐로 비주얼 마케팅 전성시대. 신작 공개를 앞둔 제작사들이 요즘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관문은 컨셉 사진과 뮤직비디오로 먼저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오는 3월과 4월에 연이어 개막하는 <마타하리>와 <뉴시즈> 역시 컨셉 사진과 티저 영상을 사전에 공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공연계 마케팅의 대세로 떠오른 컨셉 사진 마케팅. 공연계에 왜 이런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까?




컨셉 사진의 시작     

지난 1월, 올봄 개막을 앞두고 있는 올해의 기대작 <마타하리>가 작품 속 캐릭터 컨셉에 맞게 촬영한 홍보용 사진, 일명 컨셉 사진을 공개했다. 분장실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화장대 앞에서 가운 차림으로 서 있는 마타하리, 불길에 휩싸인 폐허에 앉아 있는 라두 대령과 아르망 역의 배우들. 극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사진은 예비 관객들에게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고,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펴져 나갔다. 오는 4월에 개막하는 라이선스 초연 <뉴시즈>도 일찌감치 뉴스 보이들의 컨셉 사진을 발표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처럼 제작사들이 공연 개막을 앞두고 사전에 컨셉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요즘 공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케팅 방식이다. 


컨셉 사진 마케팅의 시작점은 2012년에 초연된 <엘리자벳>이었다. 출연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을 증명사진 풍으로 찍는 게 일반적이었던 당시에 <엘리자벳>의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배우들의 캐릭터 컷 화보로 홍보 이미지를 만들었다. 독일어권 인기 뮤지컬인 <엘리자벳>이 국내 관객들에게는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조준한 제작사의 마케팅 전략이었다. 홍보 이미지에 이례적으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사용한 점도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엘리자벳>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음악과 대본만 사왔기 때문에 우리가 로고나 포스터 같은 작품 대표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다. 작품 컨셉을 쉽게 전달하면서 비주얼에 민감한 우리나라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 방향을 고민하다, 홍보 이미지를 패션지 화보처럼 연출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예산을 늘려 패션계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등 화보 촬영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이미지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여타의 공연 프로필 사진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EMK뮤지컬컴퍼니의 홍보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김지원 부대표의 설명이다.



라이선스 작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우리나라에 맞게 재가공하는 것은 비단 <엘리자벳>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인기리에 공연 중인 <드라큘라>, <레베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시 해외에서 음악과 대본만 사온 것으로 작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모두 국내에서 작업했다. 이처럼 국내 공연계에 컨셉 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한 데는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수입 방식의 변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과거 제작사들이 오리지널 공연을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라이선스 공연을 올렸던 것과 달리 최근 5년 사이 음악과 대본을 사와서 국내에서 재창작하는 스몰 라이선스 형식의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 이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비해 라이선스 계약이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 뮤지컬이 강세인 공연계의 흐름과도 관련 있는 현상이다. 스몰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로고나 포스터를 포함해 모든 작품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미지 작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출연 배우가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시장의 특성상 배우를 중심에 내세우는 컨셉 사진이 많아지는 추세다.


공연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한 해에 공연되는 대형 뮤지컬의 편수가 늘어난 것 역시 컨셉 사진 마케팅이 활발해진 이유 중 하나다. “2009년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던 때만 해도,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큰 규모의 작품은 공연한다는 그 자체로 희소성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일 년에 10편에 가까운 대극장 공연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관객들의 눈에 띄려면 좀 더 공격적인 이미지 마케팅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 홍보마케팅 대행사 클립서비스의 팀장의 말에 따르면, SNS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질 수 있는 이미지 마케팅은 필수라는 것.


공연계에 컨셉 사진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면서, 공연 소품을 활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촬영용 세트를 따로 제작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의 가장 일반적인 컨셉 사진 포맷은 배우별 캐릭터 컷을 만드는 것이다. 대표 흥행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2014년 초연 당시 1인 2역으로 맡는 주조연 배우 6인의 캐릭터 컷을 공개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연말에 올라간 재공연에서는 빅터와 앙리 두 주인공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컨셉 사진으로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다. 한 역할을 두세 명이 맡는 멀티 캐스팅이 일반적인 요즘 캐릭터 컷 컨셉 사진을 만들려면 그 종류가 10여 종을 웃돌 때가 많지만,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에 당분간은 계속될 전망이다.




홍보 영상의 진화     

컨셉 이미지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것처럼 홍보 영상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개인 SNS는 물론이고, 유투브, 네이버 TV캐스트, 판도라TV, 피키캐스트 등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홍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홍보 마케팅에서 영상 제작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 홍보 영상의 기본 포맷은 1분 이내의 티저 영상과 대표 뮤지컬 넘버로 만든 뮤직비디오. 특히 초연 뮤지컬의 경우 대표 뮤지컬 넘버를 미리 감상해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는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다. “뮤지컬은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한 장르라 홍보 이미지만으론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보통 작품 개막 전에 뮤직비디오를 사전 공개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한다. 뮤지컬 넘버를 들으면 대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까. 뮤직 비디오가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이유다. 뮤지컬을 잘 모르는 일반 관객들에겐 ‘이런 뮤지컬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 줄 수 있다.” <데스노트>, <드라큘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여러 작품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클립서비스의 홍보 팀장은 뮤직비디오의 홍보 효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뮤직비디오 제작은 공연 홍보의 필수 요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선 작품 당 서너 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한다. 최근 가장 뜨거운 반응을 모은 뮤직 비디오는 <드라큘라>의 김준수 버전 ‘Fresh Blood’와 <레베카>의 뉴 캐스트 차지연이 참여한 ‘영원한 생명’이다. 인기 두 배우의 뮤직 비디오는 그 자체로 화제를 모았지만, 두 편 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끌었다. 녹음 현장과, 연습 현장, 공연 장면을 교차 편집해 만드는 것이 공연계의 일반적인 뮤직비디오 제작 방식이라면, ‘Fresh Blood’와 ‘영원한 생명’은 신선한 연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레베카>의 ‘영원한 생명’은 별도의 세트장에서 뮤직 비디오 촬영을 진행해 실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같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 <드라큘라>의 김준수 버전 ‘Fresh Blood’은 세트에서 공연 장면을 연출하는 시도를 했다. “요즘 컨셉 사진을 찍거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다 보니, 배우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달에 공개된 <드라큘라>의 ‘Fresh Blood’도 아티스트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 제작했다. 따로 제작한 세트에서 극 중 장면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는데, 극 중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설정을 더 세게 연출했다. 이에 대한 관객들의 평은 다소 엇갈렸지만 신선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MINI INTERVIEW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는 언제부터 컨셉 사진을 찍기 시작했나?
2010년 <몬테크리스토> 초연부터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광고 소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EMK의 첫 번째 작품인 <모차르트!>는 작품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 홍보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두 번째 작품인 <몬테크리스토>는 홍보에 힘을 싣고 싶었다. 하지만 <몬테크리스토>는 가볍게 시도해 보는 정도였고, 세 번째 작품인 <엘리자벳>부터 본격적으로 컨셉 사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컨셉 사진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아무래도 제작비 문제가 제일 컸다. 컨셉 사진은 간단한 프로필 사진을 찍는 것보다 최소 다섯 배, 많게는 열 배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처음엔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달랐다. 예를 들어 싼값에 제작한 퀄리티 낮은 광고 콘텐츠를 아무리 많이 광고한다고 해도 그게 과연 효과가 클까? 홍보 마케팅 예산에서 최소한 10퍼센트는 광고 콘텐츠를 만드는 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컨셉 사진과 홍보 영상 촬영은 제작비나 배우들 스케줄 문제로 보통 2~3일 안에 진행해야 하는데, 단기간 내에 많은 콘텐츠 소스를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도 크다.


마케팅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아직은 직접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다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어쩌면 광고 콘텐츠 제작비를 줄여서 실제 광고 집행비로 쓰는 게 마케팅에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컨셉 사진을 찍을 돈으로 버스 광고를 몇 대 더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더 많은 광고 집행을 할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된 홍보 영상을 하나 남길 것인가. 마케팅 방향은 제작사의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후자인 거다. 사실 뮤직비디오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억대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뮤직비디오를 매 작품마다 제작하는 것은 다소 무리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한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당장 영화하고 비교해 봤을 때, 제작비는 뮤지컬이 몇 배 이상 드는데, 작품 제작비에 비해 홍보 콘텐츠 퀄리티는 못 쫓아가고 있지 않나.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 규모를 생각해 봤을 때, 지금 이상의 비주얼 퀄리티가 나와 줘야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9호 2016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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