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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이상훈의 세계의 도시, 세계의 공연장] 독일, 노르트라인 주 [No.149]

글 ·사진 | 이상훈 2016-03-04 4,997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의
특색 있는 공연 도시들



최근 유럽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독일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문화라는 영역 안에서 그 영향력은 훨씬 커 보인다. 유럽 연합(EU) 이후 더욱더 가속을 내는 듯 보이는데, 결국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많은 것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호는 특별히 한 도시를 언급하기보다는 독일 내에서 가장 부유하고 인구수가 많은, 그리고 특별한 클러스터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이하 NRW) 주(州)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언젠가 독일의 고속철 이체(ICE)를 타고 여행하던 중 한 독일인이랑 독일 내 도시 랭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어떤 영역에서든 순위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이야기인데, 각자의 생각은 비슷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인구 330만의 베를린이 독일의 최대 도시라는 데 생각이 같았다. 이어서 함부르크, 뮌헨 순으로 이어 나가는데 4위, 5위부터는 서로 생각이 달랐다. 나는 우리 국적기가 독일 내 유일하게 직항 노선이 있는 유럽의 관문 도시 프랑크푸르트가 그 뒤를 이을 줄 알았는데, 논란 끝에 찾아본 결과는 쾰른이 4위였다. (List of cities in Germany by population, Wekipedia 참조)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검색 결과 중 에센(6위), 도르트문트(7위), 뒤셀도르프(9위). 랭킹 톱 10 중 4개의 도시와 뒤이어서 뒤스부르크(12위), 보훔(17위), 부퍼탈(18위), 본(19위)까지 20위권 안에 포함된 도시들이 다 하나의 주에 있는 점이다. 바로 오늘 이야기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이다.


이 도시들은 주도인 뒤셀도르프를 중심으로 불과 30~40km 반경 안에 위치해 있는데 독일 내 인구수 20위권의 도시 중 절반 가까이가 무려 16개의 연방주로 이루어진 독일에서, 단 하나의 주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다. 인구 순은 단순히 규모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문화적인 역량과도 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를 대표하는 도시들은 클래식, 오페라, 무용 등 각기 개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살려 독특한 공연 문화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었다.



쾰른 Koln 
연방주로 지방자치가 일찌감치 자리 잡은 독일은 지역마다 방송국이 있으며 크게 다음 6개 지역, 북독일, 서독일, 남서독일, 바이에른, 중부독일, 베를린으로 나뉜다. 이 중 쾰른을 중심으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서독일 방송국의 주파수 영향하에 있으며 서독일 방송 교향악단이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현악단이다. 아레나 형의 무대와 객석을 평면으로 한 쾰른 필하모니아를 전용 홀로 쓰는 이 오케스트라는 이웃 도시인 뒤셀도르프나 도르트문트, 빌레펠트, 뒤스부르크 등 방송국 관할 지역에서 다양한 기획의 연주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로열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세계적인 바리톤 사무엘 윤이 활동하고 있는 쾰른 오페라극장이 잘 알려져 있다.



에센 Essen 
이 지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이 쾰른의 서독일 방송 교향악단이지만 최고의 음악당은 독일 철강왕 알프레도 크르프의 후원으로 건설된 에센 필하모니아 알프레드 크르프홀(Philharmonie Alfried krupp saal)이다. 또한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알토가 지은 알토 극장이 같이 위치해 있어 유럽 최고 수준의 연주회와 공연이 연일 행해지고 있다.




뒤셀도르프 Dusseldorf 
뒤셀도르프 구시가지의 북쪽, 라인 강변에 다목적 공연장 톤할레(Tonhalle)가 있다. 1926년에 걸쳐 다목적 행사장으로 건축되었는데 초기의 명칭은 라인할레(Rheinhalle)였으며, 2차 대전 이후 파괴되었다가 1978년 지금의 모습으로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수 있는 객석 약 2,000석 규모의 콘서트홀로 만들어졌다. 베를린에 위치한 도이치오페라와 함께 서독 시절 동독에 위치한 유서 깊은 오페라극장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도이치오페라가 이 도시에 위치해 있다. 정확한 명칭은 ‘라인강의 뒤셀도르프, 뒤스부르크의 오페라극장(Deutsche Oper am Rhein Dusseldorf &Duisburg)’이다. 이름이 말해주듯 지역을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이다.



보훔 Bochum 
보훔에는 아주 특별한 뮤지컬 전용 극장이 있는데 바로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전용극장이다. 국내엔 아직 소개된 바 없는 작품이기에 약간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히트 뮤지컬로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6년 전인 2010년 단일 극장 단일 작품으로는 최초로 누계 관객 1,400만 명(기네스 인증)이 이곳에서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를 만났다. 전 출연진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무대 위에서 질주하는 레이스를 볼 수 있는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독일 ICE, 프랑스 TGV, 일본 신칸센과 같은 기차들이다. 유럽인들에게 기차는 향수 어린 추억이 깃든 것이기에 이 뮤지컬이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인구 40만 명이 사는 도시에 관객 수 1,400만 명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1,800만 명 NRW 지역 인구와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를 국경에 두고 있는 이 지역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부퍼탈 Wuppertal 
부퍼 계곡이라는 뜻의 부퍼탈은 라인 강의 지류인 부퍼 강 연안에 위치해 있다. 슈베베반(Schwebebahn)으로 부르는 독특한 형식의 모노레일이운행되며 도시 교통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는데, 이로 인하여 일대의 작은 도시들이 통합되어 부퍼탈이라는 한 도시가 탄생했다. 궤도가 차량 위로 나 있는 이 모노레일은 현재까지도 운행되는 부퍼탈의 명물이다. 하지만 현대무용계에서는 피나 바우쉬가 확립한 부퍼탈, 탄츠 테아터(Tanz Theater, Wuppertal)가 더 잘 알려져 있다. 2009년 그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현재에도 부퍼탈 탄츠 테어터에서는 매 시즌 현대무용이 공연되고 있다.



본 Bonn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 서독 정부의 수도였던 본은 이 지역 최대 도시인 쾰른이랑은 불과 10여 Km밖에 떨어지지 않아, 문화 콘텐츠 상당 부분을 쾰른에서 향유한다. 하지만 250여 년 전 본에서 베토벤이 태어났고, 현재는 그의 생가가 베토벤 박물관으로 운영돼 많은 음악팬들이 찾고 있다. 이상 NRW의 6개 주요 도시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여기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도르트문트와 레버쿠젠 등은 독일 분데스리가 전통의 축구 명가이다. 그리고 현대미술 시장에서 쾰른은 뉴욕에 버금가는 영향력이 있는 도시이며 에센, 뒤셀도르프는 독일을 대표하는 미술관을 다수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각 지방자치 단체들은 여전히 중복된 콘텐츠로 자그마한 파이를 나눠 가지고 있다. 공연계도 마찬가지이다. NRW 지역은 각기 개성을 살린 전문화된 문화 시설을 통해, 지역을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만약 독일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NRW에서 다양한 도시들의 개성 넘치는 문화를 경험해 보기 바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9호 2016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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