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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마타하리> 연출가 제프 칼훈 [No.150]

글 |나윤정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2016-04-01 4,512

아름다운 춤을 더욱 신비롭게!


<마타하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EMK뮤지컬컴퍼니가 100억 원대를 투자해 선보이는 첫 창작뮤지컬인 데다, 극작가 아이반 멘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가 잭 머피, 연출가 제프 칼훈 등 해외 창작진과 협업하며 해외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본지의 설문 조사에서도 <마타하리>는 초연 창작뮤지컬 중 압도적인 표를 받으며, 2016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과연 베일을 벗은 <마타하리>의 진면모는 어떨까? 개막 준비에 한창인 연출가 제프 칼훈을 만나 <마타하리>의 예고편을 들어보았다.




마타 하리의 드라마틱한 인생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제안으로 이 작품에 참여했다고 들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프랭크와는 <보니 앤 클라이드>로 인연을 맺었다. 지금도 친형제처럼 지내는 좋은 친구다. 평소에 프랭크는 국제적인 인물에 관심이 많았다. 전 세계에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있었던 거다. 특히 마타 하리에 굉장한 흥미를 보였다. 마타 하리야말로 세계적인 스타니까. 프랭크는 EMK뮤지컬컴퍼니에 ‘마타 하리’란 소재를 제안했고, 작업이 구체화되면서 나를 연출로 추천했다. 나는 주로 미국에서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그간 글로벌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프랭크가 제안을 한 거다. 그가 들려준 마타 하리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마타 하리는 굉장히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스파이냐? 스파이가 아니냐?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녀의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마타 하리에 대한 진실과 거짓, 사람들은 이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무대화하기에 완벽한 인물이다. 사실적인 면을 기반으로 삼으면서, 상상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잘 살리기 위해, 마타 하리의 주변을 아주 위험하면서도, 섹시하고 도발적인 세계로 꾸리려 한다.


연출을 맡으면서, ‘마타 하리’란 인물에 한층 가까워졌겠다. 실제로 그녀는 어떤 인물이었을 것 같나.
매우 실력 없는 스파이였던 것 같다. 스파이라기보단 비즈니스에 능통했던 여자가 아닐까? 기회주의자인 셈이다. 그래서 타산이 맞는다면, 스파이 제안도 받아들였을 거다. 물론 스파이가 될 수밖에 없던 환경도 있었다. 그녀는 오직 자신만을 믿고 파리에 혼자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여자 혼자 역경의 시대를 견뎌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충분히 비즈니스적일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프랑스 정부도 그녀가 스파이가 되길 원했을 거다. 그녀가 성적인 매력을 어필해, 적군에게 정보를 빼낼 수 있다는 걸 알았을 테니.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다. 그녀가 프랑스 스파이였는지, 아니면 독일의 스파이였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또, 아이러니한 것은 그녀를 처형시킨 남자도 나중에 이중 스파이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흥미롭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마타하리>가 매력적인 이유다. 그녀의 삶이 그러했듯, 관객들은 공연을 보는 내내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질 거다. 그런 긴장감을 흥미롭게 느껴주었으면 한다.


마타 하리에 대한 자료를 많이 찾아 봤을 텐데, 특히 영감을 준 것이 있나?
여자로서 강한 모습이 영감을 많이 줬다.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내가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혼란스러운 시대에 혼자 낯선 나라에 가서, 밑바닥부터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난 자신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용감했다. 그만큼 ‘마타 하리’라는 강한 여성의 존재가 참으로 흥미롭다. 실제로 그녀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다. 그런데 자바 왕족 행세를 하며, ‘마타 하리’라는 새 이름을 지어 완전히 다른 인격체를 만들어냈다. 행동 하나하나가 놀랍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도 인상적이었다. 처형당하는 순간의 사진이 지금 남아있는데, 그녀는 안대를 쓰는 것도 거부했고 울지도 않았다. 무대 중앙에 서 있듯, 당당히 최후를 맞았다. 그만큼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이었다. 정말 뮤지컬로 만들기에 최적의 캐릭터다.



이런 측면들이 무대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궁금하다. <마타하리>의 연출 컨셉은 무엇인가?
물랑루즈 무대를 관점으로 삼아, 마타 하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다. 실제로 마타 하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기를 원했을까? 이런 부분을 상상하면서 무대를 구현했다. 그래서 미미한 사건들도 더욱 극적으로 풀어내려 노력했다.


드라마 중 가장 고민된 장면은 무엇이었나?
첫 장면이 어려웠다. 흰 도화지에 첫 그림을 그리는 순간 아닌가. 카드 게임에 비유하면 이렇다. 난 이미 내가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는지 알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게임이 끝나기 전, 모든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럴 경우, 가장 고민되는 순간은 첫 카드를 내밀 때다. 맨 먼저 어떤 카드를 내려놓을 것인가? 그 첫 카드가 내겐 가장 큰 도전이었다.


그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마타 하리가 생을 마감하기 2분 전으로 돌아가 공연을 시작할 거다. 그녀가 처형당하기 바로 직전의 모습이다. 그때 아름다운 들판에 서 있는 마타 하리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그리고 오프닝 넘버가 시작되면서, 물랑루즈 무대가 들판에 선 그녀를 천천히 감싸게 될 거다. 그러면서 굉장히 이국적인 뮤지컬을 시작할 계획이다.


라두 대령과 조종사 아르망, 마타 하리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두 남자의 역할도 눈길을 끈다. 마타 하리와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낼 건가?
라두는 욕망과 권력에 휩싸인 남자다. 빌 클린턴 같은 캐릭터랄까. 반대로 아르망은 사랑이 가득한 남자다. 마치 시인 같다. 이렇듯 두 역할이 너무나 상반돼서, 오히려 풀어내기는 수월했다. 하지만 여기에 ‘전쟁’이란 배경이 더해지면서, 다소 복잡한 드라마가 형성된다. 전쟁이 일어나면, 착하고 좋은 사람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운명에 처해지지 않나. 이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불안한 시대 상황 때문에, 라두와 아르망, 그리고 마타 하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비밀을 감춘다. 그래서 관객들은 과연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지 끝까지 헷갈릴 거다. 대신 드라마를 전개하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자신의 비밀을 하나씩 던져줄 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드라마가 마지막 카드를 꺼내는 순간까지, 관객들의 호기심이 계속 이어지게 만들었다.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다. 이번 작품에서 특히 어떤 곡이 마음에 드나?
프랭크는 정말 아름답고 감성적인 멜로디를 쓸 줄 안다. 노래들이 다 좋다보니 매일매일 생각이 바뀐다. 음… 오늘은 아르망의 ‘평범한 삶’이란 뮤지컬 넘버가 가장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평범한 삶도 이렇게 이상적일 수 있다는 가사를 담고 있다. 멜로디와 영어 가사가 정말 완벽한 조합을 이루는데, 한국어로도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면 좋겠다.





한국에서의 첫 작업


한국 프로덕션과의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기대와 걱정이 있었나?
영국, 일본 등 해외 공연 경험이 많아 한국에서의 작업이 특별히 걱정되진 않았다. 워낙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신 났다. 오히려 막상 한국에 오니 고민이 생기더라. 솔직히 미국과 한국 사람들의 감성이 이렇게 다를 줄 몰랐다. 예를 들자면, 한국 관객들은 열정과 감정을 쌓아두었다가 커튼콜 때 폭발시킨다.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그 폭발적인 에너지를 공연 내내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배우들이 더 열정적인 공연을 할 거고, 관객들도 공연이 더 재밌을 거다. 어떻게 하면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 꼭 해답을 찾고 싶다.


연출로서, 브로드웨이에 가능성 있는 신인 배우를 많이 발굴해 왔다. 이번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다들 섹시하고, 훌륭한 배우들이다. 특히 조연, 앙상블 캐스팅 과정이 재밌었다. 주연의 경우는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제작사의 의견을 좀 더 반영하였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캐스팅 권한이 모두 연출에게 있다. 내가 모든 배우를 골라야 한다. 이런 점이 한국과 다른 것 같다. 몇몇 한국 관객들은 공연을 볼 때 캐스팅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들었다. 물론 브로드웨이도 인기 스타를 캐스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공연 자체를 ‘스타’라고 표현한다. 공연을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연습 과정은 어떤가?
배우들이 굉장히 열정적이고, 몰입력도 뛰어나다. 다만, 내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장면을 만들어 나가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한국 배우들은 이런 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보는 것을 아직은 조금 쑥스러워 한다. 그래서 조금은 여유를 갖고,  배우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고 있다. 연출 혼자 의견을 내고, 내 관점에서만 작품을 보는 것보다 모두 함께 참여하고 노력해야 공연의 질이 더욱 개선될 수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멀티 캐스팅이다. 사실 처음엔 긴장을 했다. 그런데 장점이 많더라. 한 장면마다 세 번씩 연습을 하다 보니, 그만큼 투자한 시간 덕분에 장면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은 멀티 캐스팅이 작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게 됐다.


한국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엘리자벳>, <팬텀> 등을 관람했다고 들었다.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무대와 조명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구윤영 조명디자이너를 섭외하게 됐다. 또, <엘리자벳>은 의상이 정말 예쁘더라. 이 작품을 보고, 한정임 의상디자이너와 협업하게 됐다. 사실 미국이나 해외 스태프들도 창작진 후보에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와 공연을 보니, 한국 스태프들의 역량이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제작사에서도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받은 인상이, 문화 자체가 굉장히 정리 정돈돼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오필영 무대디자이너와 작업하면서 그런 인상을 많이 받았다. 한국 스태프들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열정적인 것 같다. 그리고 다들 한마음으로 <마타하리>가 잘되길 바라고 있다. 이런 가족 같은 분위기가 참 좋다.



한국에서 관람한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나?
연기 스타일이나 관객들의 반응이 미국과 굉장히 달랐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암전이 잦다는 거였다. 객석에서 관객들의 호흡을 느끼며 공연을 관람했는데, 암전 때문에 장면이 시작했다 끝나고, 장면이 시작했다 끝나는 느낌을 계속 받아 아쉬웠다. 연출로서 내가 지양하는 것 중 하나가 암전이다. 공연은 ‘하나의 춤’이라 생각한다. 나는 무대를 통해 배우와 세트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흐름으로 ‘하나의 춤’이 되는지 다 보여주고 싶다. 그래야 관객들의 감정선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마타하리>도 이런 점을 부각하고 싶다. 영화처럼 한 번에 쭉 감정이 흘러가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무대 전환 중에도 관객에게 흥미로운 감정들이 이어졌으면 한다.


그간 연출을 맡았던 작품들이 한국에서도 꾸준히 라이선스로 공연됐다. <보니 앤 클라이드>, <하이스쿨 뮤지컬> 등. 그리고 올 4월 <뉴시즈>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한국에선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나.
<뉴시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공연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배우들을 소개할 수 있는 멋진 기회였다. 당시 출연한 대부분의 배우들에겐 이 작품이 첫 무대였다. 젊음을 부각시키는 무대였기 때문에, 그에 맞는 이상적인 청춘들을 캐스팅했다. 그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내가 처음 무대에 섰던 순간을 많이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뉴시즈>는 당찬 소년들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한국에서도 이 이야기가 잘 전달되도록, 새로운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면 좋겠다.


<마타하리> 공연 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가족들이 있는 뉴욕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족들과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었던 건 처음이다. 그런 다음,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존 엘렌캠프가 극본과 음악을 쓴 <고스트 브라더스 오브 다크랜드 컨트리(Ghost Brothers Of Darkland County)>를 런던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또, 4월에는 신작 뮤지컬 워크숍이 계획돼 있다. 조디 피코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쓴 <비트윈 더 라인스 (Between The Lines>)다. 그리고 지금 뉴욕에서는 <탭핑 스루 라이프(Tappin' Thru Life)>가 공연되고 있고, <뉴시즈> 투어도 계획 중이다. 올해도 예술가로서 정말 바쁜 시기를 보낼 것 같다. 오, 마이 갓!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0호 2016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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