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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3] 강태을 - 나는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다 (3)

글 |정세원 사진 |심주호 2009-10-22 6,477

 

강태을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대장금] 연습실에서였다. 당시 이지나 연출은 ‘오랜만에 삼박자를 고루 갖춘 배우를 만나게 될 것이니 미리 인터뷰해놓는 게 좋을 것’이라며 그를 소개했다. [록키 호러 쇼]의 프랑크퍼터 박사 역으로 캐스팅했다가 [대장금]의 조광조 역도 잘 소화할 것 같아 함께 작업하게 되었다는 것. 좋은 재목을 귀신같이 알아보는 그녀의 안목은 적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장금]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는 [돈 주앙] 한국 초연을 앞두고 진행되었던 TV 공개 오디션에서 돈 주앙 역에 당당히 캐스팅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극단 시키에서 5년 동안 활동하며 쌓았을 실력과, 큰 키, 야성미 넘치는 얼굴과 강렬한 눈빛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한 남성적 매력은 신예 강태을에 대한 기대치를 드높이기에 충분했다.

 


우직하고 올곧은 조선의 충신 조광조([대장금])와 섹시한 중성미를 뿜어낸 프랑큰퍼터([록키 호러 쇼]), 그리고 남성적이고 거친 매력의 돈 주앙([돈 주앙]). 무대에 서기 전부터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로 어깨가 무거웠을 강태을은 묵묵히 자신에게 맡겨진 캐릭터 안으로 들어갔고 남자들의 눈에도 멋있어 보이는 선 굵은 캐릭터들을 차례로 선보였다. 그가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자 신인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비단 필자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2006년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한국 무대에 처음 서면서 강태을은 일본에서 느껴본 적 없는 관객들의 무관심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극단 시키를 그만두고 한국행을 택한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망설임 없이 택했던 것은 어쩌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자신의 강한 겉모습에 의존한 세 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부드러운 속내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에 대한 열망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짧지 않은 일 년을 보내고 서른을 맞은 그는 달라졌다. 스스로에 대한 욕심과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기대, 관객들에게 각인된 자신의 강한 이미지에 대한 부담을 많이 덜어냈다. 덕분에 어떤 무대 위에서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을 열망하던 그가 ‘대통령 암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어쌔신]의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예전엔 사람들이 모르는 내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요즘은 굳이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에게 특정한 이미지가 있다는 것, 사람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작품 안에서 잘해왔다는 증거니까요. 사람들은 믿지 않겠지만 제가 의외로 귀엽고 여성스러운 면이 많아요. 그런 모습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무대에 설 때마다 생각하겠죠. ‘나는 아직 다 보여주지 않았다’고.” [어쌔신]과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출연을 계획 중인 두 편의 뮤지컬을 통해 강태을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숨겨진 자신을 조금씩, 천천히 열어 보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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