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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이상훈의 세계의 도시, 세계의 공연장] 프라하 [No.152]

글 |이상훈 사진 |이상훈 2016-05-17 6,051

동유럽의 공연 도시, 프라하



바야흐로 봄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봄이 돌아왔다. 유럽의 5월은 여행하기도 제격인 시기임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음악 축제가 시작되는 시즌이기도 하다. 이번 호에서는 프라하의 봄 음악제가 열리는 프라하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체코, 프라하로 가는 직항 노선이 생겼고, 이후 동유럽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물론 프라하의 이웃 나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도 특정 기간 직항 노선이 운행되기는 하지만 사계절 왕복 노선이 운행되는 도시는 여전히 동유럽의 도시 중 프라하가 유일하다. 이렇듯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일찌감치 갖춘 프라하는 동유럽 여행의 중심지로 오래전 자리매김했지만, 구시가지 광장이나 카를교에서 관광객을 유혹하는 싸구려 공연에 묻혀 세계적 수준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공연 그리고 음악 축제가 주목받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필자는 종종 프라하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인형극 <돈 지오반니> 또는 시내 곳곳의 성당에서 공연되는 연주회를 칭송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몰론 예약 없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날 수 있는 이런 공연과 연주는 여행 중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이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하지만 기왕이면 제대로 명망 있는 공연장과 공연 단체의 작품을 만나보면 어떨까? 프라하는 공연 콘텐츠가 많은 도시이다.



프라하의 세 개의 오페라 극장                

프라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한 도시에 무려 세 개의 오페라 극장-국민극장(National Theatre), 프라하 국립 오페라(Prague State Opera), 에스타테 극장(Estate)-이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세 곳의 극장에서 매 시즌 서로 다른 작품들이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먼저 국민극장(체코어로 Narodni Divadlo)이다. 사실 단어로만 놓고 보면 국립극장이라 번역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극장의 탄생 배경을 놓고 보면 ‘국민극장’이라고 부르는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체코 건축가 요제프 지테크의 설계로 1868년부터 13년간 공사를 하여 1881년 완공되었는데, 역사학자 팔라츠키, 작곡가 스메타나 등 체코의 문화인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하였으며 이에 시민들과 각계의 지원으로 건립 기금을 마련했다. 말 그대로 국가가 아닌 국민들의 힘으로 완성된 것이다. 이에 개관작도 1883년 체코 출신의 작곡가 스메타나의 오페라 <리부셰>가 올라갔다. 외국 오페라가 주로 공연되는 프라하 국립 오페라와 달리 체코 작곡가의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는 게 특장이다. 따라서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스메타나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Bartered Bride)>, <두 명의 과부(Two Widows)> 그리고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알프레드> 등이 체코어로 공연된다.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국민극장은 화려한 블타바 강 동쪽 나호드니 2가에 위치하여 프라하의 명소인 카를교에서도 한눈에 보인다. 사실 스메타나, 드보르자크의 오페라는 그들의 관현악곡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더군다나 체코어로 표기된 작품 이름은 여간 낮설지가 않다. 필자도 이 극장에서 오페라를 본 적이 있는데 방문 당시 체코어로 적혀 있는 작품명을 보고 무슨 작품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글로 번역해서야 스메타나의 오페라 <두 명의 과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라하에서 단 한 편의 오페라를 만난다면 이곳 국민극장에서 보헤미아어로 만든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프라하 국립 오페라(Prague State Opera)는 1988년 설립된 극장으로 처음에는 독일어 오페라를 목적으로 만든 극장이었다. 독일 오페라단의 극장으로 개관하였으며 개관 당시 이름은 ‘신독일극장’이었다. 건립 목적대로 바그너의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가 개관작이었다. 네오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진 이 극장은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극장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에스타테 극장이다. 스타보브스케 극장이라고도 한다. 모차르트 오페라 <돈 지오반니>가 1787년 초연된 것으로 유명한 이 극장은 보헤미아의 귀족 노스티츠 리네크 백작의 주도로 1783년에 설립되었다. 당시에는 귀족들이 자신의 저택 내에 오페라 극장을 갖고 있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오페라가 귀족들만의 전유물로 사용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노스티츠 백작은 일반 대중, 보헤미안을 위한 극장을 만들기로 하였다. 모차르트와 연관돼 영화 <아마데우스>의 오페라 장면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프라하 오페라의 작품 수준은 서구 오페라에 비해서는 조금 뒤처지는 편이지만 극장 시설만큼은 서유럽의 어느 극장 못지않게 화려하다. 에스타테 극장 같은 경우는 볼륨이 적어 그 음향은 기대 이상이다. 게다가 저렴한 체코의 물가로 티켓 가격이 부담 없다.



체코의 대표 단체와 음악제

                    

먼저 소개할 곳은 1885년에 건립된 루돌피눔(Rudolfium) 드보르자크 홀에 상주해 있는 체코필하모닉 관현악단이다. 루돌피눔은 사회주의 체제 때에는 ‘예술가의 집’으로도 불렸으며, 지금은 보헤미아의 대표적인 작곡가 드보르자크 홀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프라하의 무수히 많은 교향악단 중 최고의 명성을 받고 있으며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World Top 10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라파엘 쿠벨릭,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엘리아후 인발 등이 상임지휘자로 있었으며, 2012년부터는 이르지 벨로흘라베크가 1990년대에 이어 다시 지휘봉을 잡고 있다.



프라하의 공연 하이라이트는 역시 프라하의 봄 음악제(Prague Spring 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이다. 매년 5월 12일에 시작해서 6월 초에 끝나는데, 그 이유는 체코 국민 음악의 대표 격인 작곡가 스메타나의 기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5월 12일 스메타나 홀에서는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의 개막 연주가 열린다. 이날은 어김없이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을 연주하는 것이 전통이다. 올해 71회째를 맞는 이 음악제의 지휘는 파보 예르비가 맡는다. 이 밖에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세계적 피아니스트 폴리니 등이 라인업으로 있으며 축제 전야제로 한국의 조성진이 전년도 쇼팽 우승자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눈에 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행지로 동유럽을 선호하며 그 중심에 프라하를 둔다. 나이트 라이프가 발달되지 않은 유럽 여행. 저녁 시간을 레스토랑이나 숙소에서 보내는 것보다 좋은 공연이나 오페라를 한 편 만날 수 있다면 멋지지 않을까? 블타바 강에서 바라보는 프라하 성의 야경 못지않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2호 2016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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