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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꾸준히 나아가는 힘 조성윤 [No.154]

글 |안세영 2016-08-04 7,814

밝을 성(晟), 윤택할 윤(潤). 최근 조강현이라는 본명 대신 그가 새롭게 갖게 된 예명이다. 새로운 이름과 함께 드라마, 영화 등 새로운 장르로도발을 넓힐 계획이라는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오디션을 보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꾸준히 상승하는 그래프처럼 성장을 계속해 온, 그리고 여전히 더 밝은 미래를 향해 가는 그의 이야기.




뮤지컬과의 첫 만남 <지킬 앤 하이드>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뮤지컬에 뛰어든 건 전공인 연극보다 당시 한창 성장세였던 뮤지컬 쪽에 오디션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죠. 대학 동기인 이규형 배우의 친척분을 통해 보컬 레슨을 받긴 했지만, 특별히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어요. 데뷔작인 <지킬 앤 하이드> 역시 앙상블 오디션 공지가 뜬 걸 보고 처음 알게 된 작품이죠. 당시 오디션을 보고 며칠이 지나도록 합격 여부를 알려주지 않아 피가 말랐던 기억이 나네요. 제작사인 오디컴퍼니에 문의 전화를 하도 걸어서 아직도 번호를 기억할 정도예요. 결국 먼저 합격했던 배우 한 명이 갑자기 빠지면서 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죠. 앙상블로 정신병원 환자와 지킬의 친구 등을 연기했는데, 데뷔작인 만큼 주연 못지않게 열심이었어요.”




단련의 시간 <김종욱 찾기>
“데뷔 이후에도 수많은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한번은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빌리 역으로 최종 후보 10명 안에까지 들어갔는데, 그걸 계기로 제작사였던 CJ E&M으로부터 <김종욱 찾기> 오디션을 제안받았죠. 그러곤 덜컥 합격해 1년 정도 주연으로 공연했어요. 공연 회차가 많고 종종 지방 공연도 뛰어야 해서 무척 고생했어요. 한번은 전미도, 최대훈 배우와 함께 영덕 지방 공연을 갔는데, 제작사에서 차를 대절해 주지 않아 각자 알아서 찾아가야 했어요. 주말 2회 공연을 마친 셋이 대훈 형의 차를 타고 밤새 달려 동틀 무렵에야 영덕에 도착했죠. 그리고 바로 그날 공연을 준비했어요. 3천 석 규모 대극장에서 단체 관람 온 학생들이 쏘는 손전등 불빛을 맞으며 정신없이 공연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네요.”




노력의 결실 <셜록홈즈: 앤더슨 가의 비밀>
“<셜록홈즈: 앤더슨 가의 비밀>은 제가 처음으로 참여한 창작뮤지컬 초연이에요. 한 번도 세상에 나온 적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려니 이전보다 배로 많은 고민이 필요했어요. 어떻게 해야 앤더슨 형제를 더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창작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처음부터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갔죠. 하루도 칼퇴근을 못하고 혼자서 머리를 싸맨 채 연습을 거듭했어요. 그런 노력의 성과인지 이 작품으로 그해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신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어요. 실은 이때 살짝 수상을 기대했죠. 왜냐면 시상식 전날 기막힌 돼지꿈을 꿨거든요. (웃음) 기대와 달리 상은 못 받았지만, 감사하게도 다음 해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같은 역할로 남우신인상을 받았어요.”




성장의 발판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제 연기를 크게 성장시켜준 작품이에요. 객석에서 봤을 때는 하늘색 포스터 그대로 수수한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연기해 보니 다르더라고요. <쓰릴 미>로 2인극을 경험해 봤음에도 연습 과정이 만만치 않았어요. 정해진 틀을 적절히 넘나들며 연기해야 했고, 듣기는 편하지만 부르기는 어려운 음악도 난관이었죠. 하지만 점차 틀을 깨고 자유롭게 연기하면서도 연출의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법을 배웠어요. 2011년에는 의욕만 앞서다 보니 토마스가 왼손잡이라는 쓸데없는 설정도 만들어냈죠. (웃음) 배우들이 이런 설정을 위한 설정에 현혹되기 쉬운데,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설정은 안 하느니만 못해요. 그래서 2015년 다시 참여했을 땐 안 했어요. 성장한 거죠.”




왕관의 무게 <지킬 앤 하이드>
“2013년 드라마 <맏이>에 출연하면서 무대와는 다른 세계에 눈을 떴어요. 드라마 활동을 계속해 보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뮤지컬을 잠시 제쳐놔야 했기에 심각한 갈등에 빠졌죠. 그때 한 친구가 ‘너는 노래에 재능이 있는데 왜 그걸 놓고 가려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마음을 돌리고 뮤지컬에 전념했어요.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킬 역은 놓쳤을지도 모르겠네요. 지킬로 캐스팅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땐, 전화를 받는 손이 막 떨렸어요. 앙상블로 데뷔하면서 바라만 보고 꿈꾸었던 자리에 선다는 것, 그 꿈의 무게를 버티는 게 연기 자체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죠. (류)정한 형이 ‘이 역할을 하고 나면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고 했는데, 그 말에 공감해요. 이제 어떤 역할을 만나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아요.”



새로운 역할 <잭 더 리퍼>
“<잭 더 리퍼>에서는 코카인에 중독된 수사관 앤더슨 역을 맡았어요. 연출님은 앤더슨이 ‘쓰레기’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가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시대에서 찾아요. 그 또한 1888년 런던, 어둡고 타락한 도시가 낳은 희생양인 거죠. 그처럼 염세적인 앤더슨도 마음속에는 폴리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어요. 만약 앤더슨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 뭐냐’고 묻는다면, 사람들 앞에선 ‘코카인’이라고 답하고 뒤돌아서 ‘폴리’라고 중얼거릴 거예요. 극 중 폴리가 함정수사의 미끼가 된 줄 모르고 앤더슨이 가져온 꽃을 머리에 꽂는 순간, 작전 시간을 알리는 9시 종이 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순간을 가장 좋아해요. 폴리를 향한 앤더슨의 애틋한 마음과 당장 해야만 하는 일 사이의 갈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명장면이죠. 인간적인 연민을 자극하는 인물을 잘 표현해 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4호 2016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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