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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내가 경험한 최악의 관크 [No.155]

정리 | 박보라 2016-10-13 5,387



박분통

전 공연 보는 걸 즐겨하는 20대 후반 여성 박분통이에요.
얼마 전 기대하던 공연을 보러 대학로의 한 공연장을
방문했죠. 공연이 시작되려는 찰나, 옆자리에 앉은
관객은 음료수를 잔뜩 집어넣은 검은 비닐봉지를
품에 안고 있더군요. 첫사랑의 설렘이 제 마음속에
피어남과 동시에 갑자기 어디에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비닐봉지를 가만히 놔두지 않던 옆자리 관객은
손톱을 긁으며 정체불명의 소음을 더했죠. 덕분에 두 시간이
넘는 공연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김설명

제 옆에는 초등학생 딸과 어머니가 앉아 계셨어요.
자상한 어머니는 공연이 시작하기 전 극의 배경과
작품에 관해 설명해 주셨죠. 이런 친절한 설명은 공연이
시작한 뒤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전 장면마다 이어지는
어머니의 설명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죠.
심지어 조명이 비추지 않았던 무대 뒤편이 궁금하다는
딸의 말에 어머니는 핸드폰 손전등을 켜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어요. 결국 인터미션에 용기를
내어 어셔를 통해 주의를 건넸지만 2막엔 딸이
어머니에게 질문을 이어 나가더군요. 하하.



배스포
뒷좌석에 작품의 열혈팬이 앉아 있었어요.
공연에서 중요한 장면이나 포인트가 되는 장면마다
배우보다 먼저 입 밖으로 대사를 내뱉는 건 기본. 심지어
흥얼흥얼 몇몇 뮤지컬 넘버를 따라 불렀죠. 또 음악 소리에
맞춰 발을 ‘쿵쿵’ 구르기까지. 전 이날 공연보다 뒷자리
열혈팬의 스포일러만 기억에 남았답니다.



장술꾼
공연의 중반이 지났을까요, 제 옆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분이 갑자기 가방에서 정체불명의 캔 하나를
꺼내는 거예요. ‘도대체 뭘 꺼낸 건가’라는 궁금함에 흘깃
살펴봤더니 그것은 바로 캔 맥주. ‘달칵’ 소리와 함께
시원한 목 넘김이 이어졌죠. 이게 끝이냐고요? 설마요.
‘끄윽’ 트림까지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줬답니다.



송우정
모 대학 공연 전공 학생들의 단체 관람이 있던
날이었어요. 공연이 시작되자 주섬주섬 가방에서
편의점 김밥을 꺼낸 한 학생은 비닐을 벗기더니 한입 꺼내
물었습니다. 여기에 우유까지 꺼내며 친구와 사이좋게
나눠 먹었죠. 흡사 공연을 보러온 것이 아니라 소풍을
온 것 같았어요. 또 공연이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난
학생들은 큰 소리로 공연에 대한 평가를 이어 나갔어요.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전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지던 이들의
학구적인(?) 토론은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나억울
인터미션을 틈타 공연 내내 이야기를 나눈
옆자리 중년 부부에게 “공연 중 대화를 삼가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어디서 유세냐. 내가 뮤지컬을 자주 보러
다니는데 뮤지컬은 원래 대화하면서 보는 거다”라는
고함과 삿대질을 당했어요. 저와 중년 부부를
지켜보던 어셔가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주었지만,
그때 느꼈던 불쾌함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하네요.



윤질식
신발을 벗고 비어 있는 앞좌석에 다리를
올려놓은 사람을 잊을 수가 없어요. 객석에 조명이 비춰
시야가 밝아질 때마다 훤히 드러나는 다리와 발.
심지어 이상야릇한 냄새까지. 반쯤 누워 있던 그 사람은
공연에 대한 지루함을 못 참고 온몸을 흔들었답니다.
전 커튼콜이 끝나자마자 코를 막고 헐레벌떡 도망쳐 나왔어요.



* 이 기사는 관객들이 보내준 사연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5호 2016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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