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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SSUE] 이색 예매 마케팅 [No.157]

글 |배경희 2016-11-02 4,531

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하기 위한 티켓 할인 마케팅은 공연 예매의 역사를 같이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기 예매 할인이나 재관람 할인 같은 기본 적인 할인 외에도 작품 성격에 맞는 다양한 할인 항목으로 관객들을 극장에 끌어들이는 것은 마케팅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이색 예매 마케팅은 ‘시크릿 티켓’, 그리고 ‘블라인드 티켓’이다. 특히 최근에 뮤지컬계에 등장한 ‘블라인드 티켓’이 관심을 끄는 것은 캐스팅이 흥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뮤지컬에서 캐스팅을 공개하지 않고 티켓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예매 마케팅은 티켓 예매 문화에 변화를 예고할 수 있을까.




재미를 더한 할인 마케팅, 시크릿 티켓  
국내 주요 티켓 예매처가 다양한 할인툴을 제공하는 예매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일 아침 10시에 할인가 티켓을 판매하는 인터파크의 굿모닝 티켓, 일명 ‘굿티’나 특정 소극장 공연에 파격 할인가를 제공해주는 YES24의 ‘엔젤 티켓’ 등은 관객들에게 유용한 할인툴로 손꼽히며 하나의 할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 가장 화제를 모은 예매 이벤트는 전 등급 좌석을 균일가에 판매하는 ‘시크릿 티켓’이다. ‘시크릿 티켓’은 국내 최대 규모의 예매사이트인 인터파크가 지난 2013년에 내놓은 마케팅으로, 특정 기간의 공연을 전석 3만원 균일가에 판매한 후 랜덤으로 공연 날짜와 좌석을 배정하는 이벤트다.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지만, 그간 티켓 가격에 부담을 느꼈던 관객들에게는 낮은 가격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뮤지컬로는 <그날들>이 2013년 초연 당시 처음 시크릿 티켓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VIP 좌석에 당첨될 경우 최대 70퍼센트 저렴한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 화제를 모았다. 현재 공연 중인 대형 뮤지컬 <스위니 토드>,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 등 많은 작품들이 시크릿 티켓 이벤트를 진행할 만큼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뮤지컬계로 넘어온 블라인드 티켓 마케팅

2016년 하반기 뮤지컬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야외 뮤지컬 페스티벌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이 열린 것이다. 뮤지컬을 테마로 하는 페스티벌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뮤지컬 배우들로 라인업을 꾸린 순수한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에 쏠린 관심은 각별했다. 특히 뮤지컬계에서 이례적으로 ‘블라인드(Blind)’ 티켓 판매를 진행하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블라인드 티켓이란, 일반 예매에 앞서 출연진을 공개하지 않고 조기에 한정 수량의 할인가 티켓을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다수의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음악 페스티벌의 경우 최종 라인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페스티벌계에서는 조기 예매 문화로 정착된 지 오래. 하지만 캐스팅이 공연 관람에 높은 영향을 미치는 뮤지컬이나 연극 분야에서는 다소 생소한 마케팅이었다. “처음으로 개최되는 뮤지컬 페스티벌이다 보니, 공연 기간과 장소, 가격 같은 기본적인 정보로만 티켓을 판매해 뮤지컬 페스티벌 자체에 대한 관심도를 가늠해 보고 싶었다. 또한 캐스팅을 공개하지 않고 티켓을 판매했을 때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하게 됐다.”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을 주최한 PL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말이다. 1차 티켓 판매 결과는 성공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출연진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티켓을 판매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티켓 오픈과 동시에 1,000장 전량이 단 2분 만에 빠르게 매진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정가 132,000원의 양일권 티켓을 88,000원의 1일권 티켓가에 예매할 수 있는 큰 할인율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이처럼 뜨거운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4월에 공연한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도 개막 세 달 전 블라인드 티켓 마케팅을 펼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제작사인 예술의전당은 ‘세일즈맨의 죽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한태숙’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예매할 가치를 느끼는 관객을 위한 특별 이벤트라는 홍보 문구 아래 60퍼센트 할인가의 블라인드 티켓을 내놓아 작품성으로 승부한다는 취지에 공감한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10월 정식으로 첫 무대에 오르는 창작뮤지컬 <팬레터>가 뮤지컬로는 최초로 블라인드 티켓 예매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화제를 모았다. 초연 뮤지컬이 정식 티켓 오픈에 앞서 캐스팅 공개 없이 할인가 티켓을 판매하는 이색 마케팅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펼칠 수 없는 마케팅이라고 작품을 궁금해 하는 반응이 많았다. 반대로 캐스팅을 아직 확정 못 지은 것은 아닌지,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선판매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다소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다. 뮤지컬에서 블라인드 티켓 예매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 다양한 반응이 공존했다.” <팬레터>의 홍보를 맡고 있는 벨라뮤즈 대표의 말이다. 관객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지만, 제작사가 블라인드 티켓이라는 다소 과감한 마케팅에 나선 의도는 하나다. 벨라뮤즈 대표는 “티켓 오픈에 앞서 캐릭터 소개나 시놉시스 같은 기본 정보만 제공해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높이고, 창작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었다. 또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임으로써 참여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자부심을 가지고 작품에 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였다”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7호 2016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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