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울리는 가야의 음악
<현의 노래>
김훈의 『현의 노래』는 『칼의 노래』, 『남한산성』과 더불어 그의 대표적인 역사 소설이다. 무너져가는 가야에서 가야의 소리를 지키라는 명을 받은 우륵과, 무기를 개발하고 쇠의 길을 걷는 대장장이 야로가 대립한다. 여기에 지략과 힘을 바탕으로 삼국을 통일하고 복속시키려는 신라의 장군 이사부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걷는다. 소설은 철학적이고 깊은 통찰이 담긴 이야기와 고풍스러우면서도 유려한 김훈의 문체가 매력이었다. 이 작품을 예악의 정신을 이어오고 있는 국립국악원에서 국악극으로 옮긴다.
국악극 <현의 노래>는 가야 가실왕의 순장 장면부터 시작한다. 전체적인 이야기 방향은 순장에 묻힐 뻔한 우륵이 살아남으면서 소리의 길을 찾아가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상대적으로 원작에 비해 야로와 이사부의 비중은 약해지고 우륵 중심의 이야기로 변했다. 서로 다른 길을 추구하는 야로는 힘의 길, 즉 소유를 추구하는 인물로 원작에 비해 악인으로 등장한다. 무기는 나라를 넘나들며 주인이 바뀌지만, 소리는 존재하는 동시에 사라지는 것이기에 빼앗으려 해도 빼앗을 수 없다. 원작에서는 우륵의 음악을 통해 예술의 영원성을 이야기한다. 국악극 역시 우륵 중심의 이야기로 각색되면서 이러한 예술의 영원성이 더욱 부각된다.
김훈의 『현의 노래』는 무대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생을 음악에 바친 우륵의 삶을 다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 완벽한 음악을 무대에서 재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현의 노래> 창작진은 예측만으로 천여 년 전 가야의 노래를 재현해야 한다. 그것도 평생을 음악에 바친 우륵의 음악을 말이다. 이 어려운 과업은 영화 <귀향>의 OST ‘가시리’란 곡으로 애절함을 담아냈던 류형선 음악감독에게 돌아갔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병훈은 “유교적인 관념이 지배하는 조선 시대와 달리 가야의 음악은 좀 더 자유롭고 원초적이었을 것”이라며 적어도 한 곡은 가야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륵의 생애를 따르는 작품인 만큼 스토리보다도 음악 중심의 극으로 꾸민다는 것이 이병훈 연출의 전략이다. 일반적인 음악극이 아니라 연주 중심의 작품으로 꾸밀 생각이다. 그것도 가야금이 중심이 된 음악극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작품의 컨셉을 잘 드러내는 인물이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은 현녀이다. 가야금 병창을 할 여섯 명의 현녀는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처럼 작품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우륵의 내면 목소리를 전할 것이다.
서사가 중심이 아닌 음악이 중심이 된 작품인 만큼 무대에서도 이러한 인상을 강렬하게 드러낼 생각이다. 가야금을 연주하는 여섯 명의 현녀들을 무대 중앙에 띄우고, 오케스트라를 전면에 배치한 후 그 사이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철저히 오케스트라를 앞세운 작품으로 기획하고 있다. 이병훈 연출은 오케스트라가 마치 순장된 사람들처럼 무대에 묻혀 있는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오케스트라 30여 명, 출연진 20여 명. 총 출연진이 50여 명인 대형 작품이다. 국악뿐만 아니라 연기도 할 줄 아는 배우가 필요해서, 캐스팅이 가장 어려웠다는 이병훈 연출은 다행히 우륵 역에는 록 밴드 활동도 했던 국악원의 배우를 캐스팅해 노래와 연기, 그리고 가야금 연주까지 가능한 우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사라진 나라 가야의 음악을 통해 시간조차도 막을 수 없는 예술의 영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11월 10~2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0-330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8호 2016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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