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저예요, 콘스탄체 역의 정선아
정선아는 누구보다 마음 따뜻한 연말을 보냈다. 자신이 오랫동안 꿈꿨던 <드림걸즈>의 디나 존스 역으로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2002년 <렌트>로 데뷔한 후로 5개월의 장기 공연을 처음 경험했던 그녀는 처음으로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마지막 노래 ‘Hard To Say Good Bye’를 부르기 전부터 울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함께 했던 모든 시간 끝은 생각도 못했어 … 안녕이란 말은 어려워…’ 하는 가사가 바로 우리 얘기니까. 잘 참으면서 노래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김)소향 언니가 우는 바람에….” 자신에게 특별한 추억을 남겨준 <드림걸즈>의 무대를 내려오면서 정선아는 차기작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차르트!>의 콘스탄체 역으로 재도약을 시도하게 된 데에는 유희성 연출에 대한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 “콘스탄체는 꼭 저 같아요. 게으르고, (지금은 아니지만) 노는 것 좋아하고, ‘케세라 세라’ 스타일이고…. 물론 다른 점도 있지만 낙천적이고 밝은 캐릭터잖아요. 악처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그녀는 모차르트를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마지막까지 그의 업적과 유작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거든요.” 이전 작품들에 비해 큰 비중이 있는 배역은 아니지만 정선아는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다. 어제보다 오늘 더 노력하는 정선아에게 <모차르트!>는 더욱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에도 희생하는 여인이네요, 난넬 역의 배해선
“난넬은 천생 좋은 여자예요. 비록 극 중에 그녀를 위한 드라마는 없지만 모차르트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친 난넬은 단순한 누나 이상이에요.” 선한 이미지 때문일까. 배해선은 오달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남한산성>의 기생 매향에 이어 <모차르트!>에서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난넬을 연기한다. 어린 시절 모차르트와 함께 연주 여행을 다닐 정도로 동생 못지않은 실력을 지녔지만 시대의 벽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난넬은, 자아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모차르트를 한없는 사랑으로 감싸주는 누나인 동시에 아들에게 실망한 아버지를 격려하고 돌보는 딸로서 살아간다. 지난해 사랑하는 동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배해선으로서는 그런 난넬을 연기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모차르트를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배해선이 리허설 중에 부른 난넬의 노래 ‘왕자는 떠났네’를 들으며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눈물을 흘렸던 것도 그런 그녀의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새로운 동료들과의 첫 번째 작업인 <모차르트!>가 자신을 어떤 새로운 길로 인도해줄지 궁금하다는 배해선.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새로운 작품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6호 2010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