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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NSIDE THEATER] <레이디 맥베스> [No.160]

글 |배경희 사진제공 |국립국악원 2016-12-16 5,146

창극으로 만나는

<레이디 맥베스>



국내 대표 연출가 한태숙의 <레이디 맥베스>가 창극으로 변주돼 관객과 만난다. 일상의 물체를 활용한 개성 강한 무대 미학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레이디 맥베스>가 이번에는 우리의 전통 소리와 만나 어떤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까.


1998년에 초연된 연극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불리는 『맥베스』를 여성 중심의 플롯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국왕을 살해해 왕위에 오르는 장군 맥베스가 아닌 권력에 눈이 멀어 우유부단한 남편의 반란을 부추긴 레이디 맥베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레이디 맥베스 내면의 거울을 통해 원작의 서사를 풀어간다.


원작의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이 살인을 주저하자 의지가 약하다고 꾸짖으며 반란을 부추길 만큼 욕망이 극대화된 대담한 인물이지만, 왕후의 자리에 오른 후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절벽에 떨어져 죽는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레이디 맥베스>는 악행을 저질러 남편과 함께 보위에 오른 레이디 맥베스가 죄의식과 양심의 무게에 짓눌려 속죄하는 게 핵심 줄거리다. 이야기의 시작은 몽유병 증세를 겪는 레이디 맥베스가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레이디 맥베스의 증세가 점점 심해지자 궁중의사 전의가 최면 요법을 시도하는데, 치료 과정에서 왕을 시해하던 날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마음속 깊이 숨겨왔던 죄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초연 당시 심리극에 가깝다는 평을 들었을 만큼 레이디 맥베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데, 특히 레이디 맥베스의 그늘진 내면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얼음 조각이나 밀가루 반죽, 흙 같은 일상적인 오브제를 활용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1999년 서울연극제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일본, 싱가폴, 폴란드 등 해외 아트 페스티벌에 초청되면서 작품의 지휘를 맡은 극단 물리의 한태숙 연출가를 국내 대표 연출가의 위치에 올렸다.


오는 12월 새로운 변신을 앞두고 있는 창극 <레이디 맥배스>는 원작 연극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되 오브제가 중심이 되는 무대 미학을 창극에 맞게 변주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브제 예술가 이훈기가 합류해 신선한 무대 미술을 선보일 예정. 또한 절제된 아름다움 지향하는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의상디자이너로 참여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창극 <메디아>와 <춘향>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젊은 소리꾼 정은혜가 주역인 레이디 맥베스로 나서고, 30년 경력에 빛나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엄경애 명창이 도창 역을 맡는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에 참여한 바 있는 연극 배우 정동환이 왕의 의사와 맥베스 역을 동시에 맡아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mini interview  한태숙 연출가


<레이디 맥베스>의 어떤 점에서 창극의 가능성을 봤나?

2년 전쯤 <레이디 맥베스>를 제작한 서정림 씨가 이 작품을 창극으로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무심코 매력적이겠다고 답한 적이 있다. 표현 방식이 강렬하고 대사가 함축적이어서 창극과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전에도 다른 버전의 <레이디 맥베스>를 고려해 본 적이 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의 방향을 틀 용기가 쉽게 나지 않더라. 또 워낙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작품이라 다른 장르를 모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창극 <레이디 맥베스>를 상상해 보니 레이디 맥베스의 노래가 마구 생각났다. 어쩌면 오페라 <몽유병의 여인>이나 <맥베스>에 나오는 아리아를 떠올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레이디 맥베스의 극적인 심리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더 구체적으로 전달될 거라 생각했다. 요즘 연습실에서 정은혜가 부르는 레이디 맥베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비감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역시 창과 견줄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러 창극에서 우리의 고유한 소리와 서양의 음악을 섞어 퓨전 창극으로 만드는 시도가 있었다. 창극 <레이디 맥베스>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퓨전이란 말을 싫어한다. 기존의 순수성을 지우고 입맛에 맞게 손쉬운 표현을 택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레이디 맥베스>는 창이라는 전통에 연극이라는 다른 양식을 잘 조합해 전통성과 현대성을 함께 보여줄 계획이다.


연극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면?

도창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최면에 걸린 레이디 맥베스의 심리를 읽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이번 창극에서 도창은 해설자이기보다 분위기를 돋우거나 극의 호흡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 신체 움직임으로 레이디 맥베스를 압박하는 시종 캐릭터도 새로 넣었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의 경우 오브제를 활용한 무대 미학 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창극에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있나.

애초 <레이디 맥베스>는 음악과 미술적 요소가 강조된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품에 창이 붙으면서 오브제의 스타일이 좀 더 커지고 상징이 뚜렷해졌다. 예를 들어 숯을 물감으로 쓰는데, 수묵화로 표현한 일그러진 얼굴은 더 깊고 더 괴이하다. 조각가 이훈기의 지도로 배우들이 4미터가 넘는 판에 덩컨 왕의 초상을 그리고 그 판위에 부조를 조각하기도 한다. 레이디 맥베스를 옥죄는 뱀 역시 벌거벗은 배우의 몸으로 표현한다. 전에 비해 상징이 좀 더 과감해진다.


지금 이 시기에 다시 <레이디 맥베스>를 공연하는 것은 어떤 의의가 있을까.

‘권력과 욕망’, ‘죄와 벌’은 셰익스피어 작품뿐 아니라 모든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이 작품 역시, 권력을 탐닉하다 파국을 맞은 인간을 그리고 있다. 죄 짓지 않은 상대를 향한 저주를 창으로 표현할 때 귀에 더 꽂힌다. 죄 지은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희생자들에게 큰 적의를 품는 위정자들, 그들에게 놀아난 광대들을 조롱하는 서늘한 작품이 되면 좋겠다.  

 

12월 21~30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02-580-3300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9호 2016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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