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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아르코-한예종 쇼케이스 공연 세 편 [No.159]

글 |박병성 사진제공 | 아르코-한예종 뮤지컬창작아카데미 2016-12-16 5,270

뮤지컬창작아카데미
쇼케이스 공연 세 편



2014년 9월 1기생을 선발하며 시작된 아르코창작아카데미는 기존의 창작뮤지컬 제작 지원 제도와는 다르게 아카데미적인성격을 띤 교육 기관이다. 최근 젊은 뮤지컬 창작자들에게 작품 제작의 기회를 주기 위한 ‘블랙 앤 블루’와 ‘뮤지컬 인큐’ 같은 지원 프로그램들이 많이 등장했다. 아르코창작아카데미는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을 제작 지원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좋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자체 운영하다 올해부터는 한예종과 협업으로 진행하면서 ‘아르코-한예종 뮤지컬창작아카데미’로 명칭을 바꿨다. 2015년 선발된 2기생들이 올해 11월 세 편의 쇼케이스 공연을 올렸다. 발표된 <피아노 포르테>, <카운트다운>, <조선귀족> 중 최종으로 선발된 <조선귀족>은 창작산실 프로그램의 시범공연을 올릴 기회를 얻었다.





 <피아노 포르테>         
작가 조인숙   작곡 이수연   멘토 배삼식·민찬홍


<피아노 포르테>는 탈북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국경의 남쪽>도 탈북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 작품이 안타까운 로맨스에 치중했다면, <피아노 포르테>는 이념과 자유의 갈등, 그리고 상처를 통한 성장을 이야기한다.


북한의 천재 피아니스트 송명학은 재즈 음악에 심취하다 적발돼 탈북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탈북 과정에서 송명학은 한 손을 잃고, 가족과 그를 도운 친구는 위험에 빠진다. 남한에서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면서 가족과 친구를 북한에서 빼내오려고 노력하지만 헛일이 된다. 한편 러시아에서 열리는 피아노 콩쿠르를 앞둔 하도현은 대회를 앞두고 송명학의 지도를 자청한다. 하도현은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피아노를 치면서 피아노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송명학이지만 하도현이 연습하는 걸 지켜보며 하도현의 상황을 간파한다. 송명학과 하도현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각자의 상황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갈 희망을 얻게 된다.


탈북자 예술가라는 소재가 흥미롭고 선생과 제자가 서로의 상처를 딛고 성장한다는 극의 구조는 매력적이었지만, 작품은 이를 충분히 살리지는 못했다. 송명학의 이야기는 전사를 나열하는 데 그쳤고, 하도현은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명확하지 못했다. 소재와 구성이 좋은 만큼 이러한 점들을 수정한다면 이후 발전된 모습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카운트다운>          
작가 하수정   작곡 김종민   멘토 이희준·변희석


<카운트다운>은 우주비행사에 도전하는 우현민의 이야기다. 우주비행사였던 아버지는 비행을 떠난 후 우주에서 연락이 끊겼다. 어느 날 우주에서 온 아버지의 메시지를 받게 된 우현민은 우주비행사에 도전한다. 우주비행사 선발에는 별을 연구하는 과학자 이명성, 북한의 우수 파일럿 박린다 등도 지원한다. 이들과 우현민이 우주비행사 선발 경쟁에 나선다.


<카운트다운>은 우현민과 다른 경쟁자들이 우주비행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갈등 관계를 드러낸다. 무중력 훈련이나 귀환 훈련 등 실제 우주비행사 훈련 과정을 선발 과정으로 담아내고 있어 생생함을 더했다. 그러한 훈련 과정은 어떻게 무대화할지 우려되는 지점이면서 또한 어떤 아이디어가 결합된 연출로 무대에서 표현될지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카운트다운>은 우주비행사 선발 과정을 한 축으로, 그리고 아버지를 잃고 무기력하게 보내던 우현민이 아버지와 나눈 추억과 꿈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또 다른 축으로 구성됐다. 스펙터클한 액션과 갈등이 펼쳐질 경쟁 장면과, 우주 미아가 된 아버지와의 관계를 풀어가는 감성적인 드라마가 유기적으로 결합된다면 흥미로운 작품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 쇼케이스 단계에서는 두 개의 이야기가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 개연성의 부족도 아쉬운 대목이다.




<조선귀족>            
작가 이은영   작곡가 남지영   멘토 배삼식·민찬홍


<조선귀족>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친일파의 자식으로 태어난 나혜인, 김우영과, 이와는 상반되게 목숨을 걸고 독립군의 길을 걸었던 전동길의 이야기다. 때는 쇼와 11년(1936년) 1급 친일파 나중현은 조선인 최초로 공작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도쿄에서 유화 공부를 마치고 온 나혜인은 친일파인 아버지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반항하지도 못한다. 단지 남몰래 독립군의 군자금을 대는 것으로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다. 이러한 세상의 관심은 도쿄에서 독립군 전동길과의 짧은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그런 혜인이 귀국한 집에서 아버지의 오른팔로 변절한 전동길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혜인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김우영은 프러포즈하려고 하다가, 혜인과 전동길 사이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아챈다.


최근 인기를 끈 영화 <암살>이나 <밀정>처럼 1930년대 친일파와 독립군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는데, <조선귀족>은 일본에게 작위를 얻은 조선 귀족의 자녀들에 초점을 둔 점이 흥미롭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일본에 빌붙어 부와 권력의 혜택을 보는 조선 귀족의 자녀들이 세상의 편에 서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들을 세상으로 이끈 것은 사랑이다. 혜인은 전동길로 인해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고, 김우영은 혜인을 지키기 위해 모든 죄를 덮어쓴다. 노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이들의 로맨스를 효과적으로 이끈다. 하지만 혜인이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고 동길이 독립군의 사명을 잊게 하는 사랑 장면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9호 2016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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