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
이창용이 다시 앨빈을 연기한다는 소식에 온라인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만큼 앨빈 역을 잘 만들어왔다는 방증이다. 그는 앨빈과 떠나 있는 동안
20대에서 30대가 되었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연극과 영화에 도전하기도 했다. 허투루 보내지 않았던 시간들은 이창용의 앨빈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앨빈을 연기한다는 것
THE MUSICAL 앨빈으로 다시 돌아오는 소감이 어떤가요? (layka)
이창용 무척이나 설레고 무대에서 연기하고 노래할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기분 좋습니다.
“공연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연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공연하는지 많이 물었어요. 연습 중이었지만 캐스팅 공지 전까지 함구해 달라는 부탁 때문에 말하지 못하다가 공개된 날 연습 시작할 때 찍어둔 대본과 악보 사진을 바로 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보통 (김)준수나 (조)승우 형이랑 찍은 사진에 ‘좋아요’가 많은데 그 이상이었어요. 앨빈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THE MUSICAL 다시 앨빈으로 돌아와서 정말 반가워요. 돌아오게 된 계기는요? (pkm0415)
이창용 이유가 없었습니다.
“작품들을 잘 선택해 왔다고 자부하는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그 이상인 것 같아요. 백암아트홀 공연 전까지 제가 유일하게 1백 회 이상 공연했거든요. 그만큼 많이 했기 때문에 ‘나의 앨빈’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한 번쯤 잠시 떨어져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다양한 걸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엔 피할 수 없었어요. 대학원 동기인 최현주 누나가 변희석 감독님 수업에서 분석하는 게 있었는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대본만 보고 파악하려니까 잘 모르겠다고 설명해 줄 수 있겠냐고 해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다가 갑자기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공연할 때 기억도 나고.”
THE MUSICAL 2010~12년과 2016년에 앨빈을 연기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hyun8124)
이창용 음악에 많이 부딪혔는데, 이번에는 깊이감을 더하고 더 풍부하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지난 공연에서 부족했던 걸 느끼고 있어요. 변희석 감독님이 음악적으로 디테일하신데 어떻게 해보라고 할 때 이해를 잘 못했던 게 있어서 백 회 넘게 하면서도 몇 프로 부족했던 느낌이 있었어요. 이번에 그때 말씀하신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서 기대돼요. 앨빈의 극 중 나이가 35세거든요. 그 사이 30대가 된 만큼 연기도 더 풍부해질 거라 생각해요.”
THE MUSICAL 역대 토마스 역을 맡은 배우와 모두 연기해 보는 유일한 앨빈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ssjj3051)
이창용 초연부터 했던 배우이고 워크숍 멤버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했던 (강)필석 형이랑 하는 것도 정말 기대되고, (김)다현 형이 와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필석 형과는 자주 마주쳤는데 작품은 한 번도 같이 못했어요. <쓰릴 미> 때도 엇갈렸고. 필석 형 공연 볼 때마다 깊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형이랑 너무 같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좋아요. 다현 형은 습득 속도가 되게 빨라요. 애들하고 놀아주느라 집에서는 연습 못 한다고 연습실에 오래 있는데 정말 열심히 하고 흡수가 빨라서 진도도 빨리 나가요. 재밌는 게 많아요. 새로운 시도도 하고. 토마스가 느낀 것에 대한 리액션이 새롭기도 하고요. 연기도 친절하고 색다르니까 저도 새롭게 하는 것 같아서 좋아요. 필석 형도 마찬가지고요.”
THE MUSICAL 요즘 연습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lakachino)
이창용 (조)성윤이가 너무 웃겨요. 미치겠어요. 하하하하하.
“첫 장면부터 장난기가 넘쳐요. 몇 년 전에 농담으로 (역할을 바꿔서) 니가 토마스하고 내가 앨빈하면 재밌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성윤이는 앨빈하고도 잘 어울려요. 장난도 많이 치고 맑고 밝아요. 그래서 좋고 편하죠.”
THE MUSICAL 앨빈과 실제 닮은 점이 있다면? (imjieun89)
이창용 예전에는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요새 좀 더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서 그런지 토마스와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하.
THE MUSICAL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넘버나 장면이 있나요? (nicola)
이창용 모든 노래와 장면이 소중합니다.
“엄마 얘기가 요즘 마음을 제일 건드리는 것 같아요. 물론 아빠도 그렇지만. ‘People Carry On’이 특히 그래요.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면서 친구나 동료들이 부모님을 한 분씩 여의고 하잖아요. 그런 걸 볼 때마다 유독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져요. 감정적으로.”
THE MUSICAL 이번에도 눈싸움 장면에서 명중률 100%의 앨빈을 기대할 수 있나요? 눈싸움 다시 보고 싶었어요! (eunbyul05)
이창용 예전에 (류)정한 형이랑 할 때도 재밌었는데 이번에도 제대로 싸워야죠.
“눈싸움 장면은 장난치고 싶거나 욕심이 생기면 앨빈이 아닌 실제 제 모습이 나오기도 해요. 실제 그러면 안 되지만 관객분들도 기대하시는 게 있기 때문에 선을 유지해서 잘 해야겠죠.”
THE MUSICAL 멋진 인생이란? (whitekonge)
이창용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 아닐까요?
“(최근에 영화를 봤냐고 묻자) 영화요? 안 보죠! 얼마 전에 신춘수 대표님이 “창용아, 좋은 경험이지 않았냐?”라고 물었는데 “좋은 경험이죠”라는 답이 5초 뒤에 나왔어요.(웃음) 처음에는 다큐로 하려고 했다고 들었어요. 어쩌다 보니 하게 됐는데 조금 더 뚜렷한 색깔이 있었다면 욕심내서 했을 것 같아요. 처음이라 당연히 어렵고 어색하고 더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THE MUSICAL 다시는 보지 못하는 줄 알았어요. <멋진 인생>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는데 감사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nada735)
이창용 오랜만에 앨빈으로 무대에 서는데 반응도 좋고, 기대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더 풍부하게 자신 있게 다 보여드릴 테니 기대 많이 하셔도 좋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백암아트홀에서 뵙겠습니다.
“공연한다는 소식을 SNS에 올렸을 때 댓글이 오십 개 넘게 달려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내가 뮤지컬 배우였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사랑받았지?’란 생각을 조금 더 갖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앨빈으로 돌아와 줘서 감사하다는 말들도 좋았고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사랑해 주시는 관객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열심히, 잘 만들어온 시간
THE MUSICAL 지금까지 해온 배역 중 가장 사랑하는 배역은? (redniz)
이창용 앨빈이죠! 당연히. 하하.
“두 번째로 할 때는 6개월을 공연했어요. 그때 4~5개월쯤 했을 때 친한 대학 선배가 보러 와서 처음으로 잘했다. 연기가 늘었다고 칭찬을 해줬어요. 칭찬을 잘 안 하는 선배였거든요. 그때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는데 저도 모르게 “잘했지?”라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자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잘 어울렸고. 어떤 작품보다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제 배역으로 더 느꼈던 것 같아요.”
THE MUSICAL 최근에 본 공연 중에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 있었나요? (layka)
이창용 너무 많지만 <맨 오브 라만차>의 돈키호테와 <킹키부츠>의 찰리를 해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작품이 많아요. 공연하면서 나 저거 하면 잘할 수 있겠다 했던 몇 작품이 있었거든요. 실제로 했던 작품도 있고. <킹키부츠>도 하면 진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이런 말 잘 안 하는데 초연 때 재밌게도 봤지만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HE MUSICAL 최근에 했던 <알타보이즈>가 끝나고 수개월이 흘렀는데 에이브라함과 ‘알타보이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혹시 있어요? (redniz)
이창용 참 즐거웠던 공연이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처럼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 작품입니다. 그때를 기억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처음 할 때 20대였는데도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데뷔작이고 다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도전이었죠. 오랜만에 춤을 추니까 숨차고 육체적으로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열심히 잘 춰서 좋은 기억이 된 것 같아요.”
THE MUSICAL 내년이 <쓰릴 미> 10주년인데 다시 네이슨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layka)
이창용 해보고 싶어요! 너무 어렸을 때 해서 다시 하면 잘할 수 있어요.
“이후에 한 번 제안받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했거든요. 농담으로 10주년 때는 뭔가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은 있는데 아직 얘긴 없네요. 데뷔한 지도 마침 10년이 되는데 진짜 정신없이 시간이 흐른 것 같아요. 특히 7~8년 차 될 무렵에 쉬었던 건 잘한 일 같아요. 계속 달려오기만 했다면 돌아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쉬었던 시기가 저에게 소중하고 중요했고 선물 같은 시기였어요. 그래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HE MUSICAL 예쁜 목소리를 관리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어요? (layka)
이창용 딱히 없습니다. 잠 많이 자고, 물 많이 마시는 것뿐입니다!
“목은 안 쓰면 소리가 안 나서 성당에서 성가 부를 때도 열심히 부르고, 코인 노래방도 자주 가요. 꾸준히 악기처럼 목을 튜닝해 줘야 좋은 소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대학교 때 레슨을 많이 받았고 대학원에서도 이탈리아에서 온 선생님께 해부학부터 체계적으로 제대로 배웠어요. 도움이 많이 됐고요, 이후 처음 한 작품이 <올드위키드송>이었는데 잘 만났죠. 마이크 없이 처음 연기한 건데 정말 좋았어요.”
THE MUSICAL 무대 위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 (foreverkt)
이창용 연극 <꽃의 비밀> 때 관객들이 웃어주시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 나도 코미디를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지방 공연에서는 서울보다 두 배가 넘는 관객들 앞에서 연기하는데, 웃음소리가 두 배가 넘었을 때 소름끼쳤어요!
“소속사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걸 해보고 싶었어요. 대학원에 다니면서 시야도 조금 넓어진 것 같고요. 많은 생각을 했고, 일부러 작품을 하지 않기도 했어요. 모두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들 때 여행을 가거나, 드라이브나 자전거를 혼자 타곤 했는데 그 시기에 많은 감정들을 느껴보고 1년 반 만에 <올드위키드송>으로 무대에 섰을 때 매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고, 살아 있는 느낌을 다시 한 번 갖게 됐어요. <알타보이즈>와 <꽃
의 비밀> 할 때도 정말 열심히 했고요.”
THE MUSICAL 뮤지컬 넘버로 단독 콘서트 해볼 생각은 없나요? 혹시 하게 된다면 꼭 부르고 싶은 넘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nicola)
이창용 당연히 하고 싶죠. 관객들이 원하는 노래라면 다 해보고 싶습니다.
설레게 하는 것들
THE MUSICAL 야구 사랑으로 유명한데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앨빈처럼 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던 어린 시절부터인가요? (nada735)
이창용 맞아요. 아버지랑 어렸을 때부터 캐치볼 하면서 친했고 그래서 야구를 좋아했습니다!
“1994년에 LG트윈스가 우승할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요. 십몇 년 만인가? 2013년 준플레이오프 때 넥센과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투고 있을 때 마침 행사가 있었어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이었기 때문에 거기서도 야구 중계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올해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 드라마처럼 잘했어요. 연예인이나 배우를 봐도 최민식 선배님까지 봐서인지 감흥이 없는데 운동선수만 보면 설레요. 야구뿐 아니라 농구, 배구 다 좋아하거든요. 12월에 한 야구 선수가 결혼하는데 지인의 지인 부탁으로 축가를 부르게 됐어요. 벌써부터 설레요. 제게 LG는 뼛속 깊이 좋아하는 존재죠.”
THE MUSICAL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건강과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sas1999)
이창용 많이 돌아다니지 않고 적당히 운동하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웠는데 <알타보이즈> 하면서 체력이 길러졌어요. 운동을 더 열심히 했거든요. 겨울이 되면 아무래도 땀도 덜 흘리게 되고 운동도 덜 하게 되는데 많이 걸어요.”
THE MUSICAL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딘가요? (foreverkt)
이창용 너무 많은데…. 파리요! 파리에서 아침에 커피와 바게트를 먹을 때 갑자기 생각나네요. 파리바게트… 흐흐흐.
“여행은 시간을 내는 게 어려워요. 제가 수다쟁이고 사람들과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혼자 여행 가서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들도 좋아해요. 천주교 신자지만 법륜 스님께서 정토에서 하는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을 문경으로 4박 5일간 다녀왔어요. 수녀님도, 목사님도 종교색 없이 간다고 하더라고요. 자신을 알아가는 여행이라 해서 갔는데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공기 좋은 곳에서 마음을 많이 비웠어요.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니지만 다녀와서 모든 일이 소중해지고, 제 자신을 다시 생각해 보면서 반성했어요.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인데 좋았어요. 지난번에는 광주에 LG트윈스 원정 경기 보러 가면서 팽목항에도 다녀왔어요. 진도라 멀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은 가봐야 한다는 생각에 다녀왔는데 많은 걸 경험하고 느꼈어요.”
THE MUSICAL 기차 안에서 생일을 맞았는데, 어떤 기분이었나요? (sas1999)
이창용 터널 안이었으면 정말 갑갑하고 무서웠을 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짜증을 냈지만, 직원분이 긴장하는 모습에 짜증을 내지 않고 침착하게 기다렸습니다. 만약 <부산행2>가 영화로 제작된다면 연기 잘할 자신 있습니다!
THE MUSICAL 크리스마스에 계획 있나요? (ssjj3051)
이창용 24일엔 공연을 하고 25일엔 성당에 성탄미사를 드리려고요.
THE MUSICAL 20대의 마지막을 앞둔 후배들, 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imjieun89)
이창용 지금 하고 있는 시간과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20대 후반에 공연을 너무 많이 해서 다 담진 못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저장하세요! 힘든 일이든 기분 좋은 일이든 뭐든지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9호 2016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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