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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벤지 파섹·저스틴 폴 [No.161]

글 |여지현 뉴욕 통신원 2017-02-27 1,770

브로드웨이가 발견한 꿈꾸는 젊은 듀오

벤지 파섹·저스틴 폴

 

 

차분히 실력을 쌓아온 콤비

 

 

2017년 1월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젊은 창작진은 누가 뭐라 해도 <디어 에반 한센>의 음악을 맡은 ‘파섹 앤 폴’ 콤비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다. 워싱턴 공연부터 단단한 팬층을 만들어 왔던 <디어 에반 한센>이 지난 12월 브로드웨이의 뮤직박스 극장에서 호평 속에 개막했고, 그즈음 두 사람이 작사를 담당한 영화 <라라랜드>가 개봉해 흥행은 물론 골든 글로브를 휩쓸면서 이제 갓 서른을 넘긴 두 사람은 현재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를 아우르는 가장 핫한 콤비가 됐다.

 

미시건 대학교 무용 수업에서 제일 실력 없는 무용수였던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마 2007년 조나단 라슨 상을 타면서다. 1990년대 후반 브로드웨이를 휩쓸었던 <렌트>의 작가 조나단 라슨을 기리기 위해 1997년에 만들어진 상으로, 매해 잠재력 있는 뮤지컬 작가와 작곡가에게 지원금을 주는데, 2007년 수상자로 뽑힌 ‘파섹 앤 폴’은 라슨 상 역사상 가장 어린 수상자였다. 그해 두 사람은 첫 상업 공연인 <엣지스>를 올리기도 했다. <엣지스>는 둘이 학창 시절에 만든 것으로, 어른을 앞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 입성하진 못했지만, 알바니에서 공연된 후에 세계 각국에서 소규모 작품으로 소개됐다. 이듬해 그들의 재능을 눈여겨본 프로듀서 스테이시 민디치를 만나 <디어 에반 한센>의 첫 장을 열게 된다.

 

파섹 앤 폴이 처음 뉴욕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12년 뉴욕의 비영리 극장 중 하나인 세컨드 스테이지에서 <독파이트>를 올렸을 때다. 베트남전과 케네디 암살 등 미국의 국내외 정세가 불안했던 1960년대 군인 버드레이스와 카페 종업원인 로즈의 사랑인지 정인지 모를 조금은 모호한 감정을 군더더기 없이 그려낸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꽤 호평을 받아 루실로텔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안무상을 받았다. 2012년엔 크리스마스 고전 영화인 <크리스마스 캐럴>을 뮤지컬화한 작품의 작곡과 작사를 맡아 그해 최고의 뮤지컬 중의 하나로 극찬받으며 실력을 입증했다. 그런 와중에 틈틈이 TV 드라마 <스매시>나 만화 영화 <트롤즈> 같은 작업에 참여해 영역을 넓혀갔다.

 

 

 

함께 일할 수 있다는 매력

 

파섹 앤 폴의 작품을 이미 접해 본 사람이라면 익히 잘 알겠지만, 둘이 만든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오버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가사가 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재치가 넘치거나 단어 사용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굉장히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음악 역시 부담 없고 귀에 잘 들어오며 감정의 연결과 서사의 진행에 전혀 어긋나지 않지만, 결정적인 한 방은 없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작업한 곡과 가사는 극의 진행과 인물의 감정선, 그리고 무대에 이르기까지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음악과 가사가 따로 놀지 않고 이야기에 녹아들어서 일관성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디어 에반 한센>의 가장 큰 장점 역시 음악과 가사가 인물의 상황과 감정에 군더더기 없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라라랜드> 또한, 곡과 스토리가 만들어져 있는 상황에서 감독 데미언 차젤레의 의도를 잘 파악해 적절한 깊이의 가사를 썼다. 사실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는 작품인 것을 생각할 때 음악이 적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파섹과 폴 콤비는 그들에게 주어진 노래에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표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의 내용을 진행시키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가사를 써냈고, 그들이 쓴 가사가 있기에 <라라랜드>가 현재에 과거 뮤지컬 영화를 향해 불린 송가라고 여겨질 수 있었다.

 

 

 

뮤지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의 작업을 보면 두 사람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이해가 깊다는 것을, 특히 지극히 미국적이고 고전적인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브로드웨이의 미래”, “미국 뮤지컬의 미래”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브로드웨이는 정치, 사회적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에 호평이 쏠리는 경향인데, 특히 그런 점에서 파섹과 폴의 작업이 다른 매력을 갖는다. <디어 에반 한센>을 비롯해 <독파이트>, <라라랜드>에 이르기까지, 둘이 함께한 작품은 묵직한 메시지가 아니라 장르의 특성과 인간에 대한 고찰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과 구별된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시점에서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둘의 젊은 감성을 뮤지컬의 전통에 접목한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으로 다양한 관객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 파섹 앤 폴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디즈니 <백설공주>의 실사판 음악을 비롯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파섹 앤 폴 팀이 무대와 영화, TV를 넘나들며 보여줄 행보가 기대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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