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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IFE GRAPH] 애정의 시선 리사 [No.161]

글 |박보라 2017-03-07 3,662

리사는 2017년을 바쁘게 출발한다. <영웅>의 설희로, <더 데빌>의 그레첸으로 연달아 무대에 서는 것. 진지하게 자신의 작품을 하나하나 손으로 꼽은 그녀는 이내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지금까지 참여한 공연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매 순간 진정성을 가지고 무대에 선 리사의 아름다운 여정을 살펴보았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 <대장금>
“<밴디트>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지나 선생님과의 작업이에요.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까봐 출연을 주저했어요. 그런데 이지나 선생님께서 응원해 주셔서 용기를 냈죠. 지금 생각해도 <대장금>은 정말 세련되고 멋있는 작품이에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상당히 현대적으로 풀어냈죠. 몇몇 배우들은 레게 머리를 하기도 했고, 의상도 퓨전 한복처럼 개량하기도 했어요. 또 당시엔 흔치 않았던 랩이나 힙합 스타일의 넘버까지 있어서 정말 색달랐어요. 특히 궁에서 공연했을 때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데, 정말 추웠거든요. 핫팩 없이는 무대에 서지도 못하고, 조명 때문에 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입안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인데, 꼭 다시 장금이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이름을 알린 무대 <광화문 연가>
“함께한 사람들이 대단했어요. 좋은 기운을 받았죠. 그 전까지의 작품과는 규모부터 달랐어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천 석 앞에 내가 서다니! 꿈만 같았죠. (웃음) 1막 마지막, 여주의 ‘그녀의 웃음소리뿐’은 상당히 높고 어려운 노래였는데, 제가 부른 이 노래가 유명해지면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알리게 됐어요. 그것만으로도 전 기뻤어요. 연습과 공연 내내 넘버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영훈 작곡가가 어떤 고뇌를 했는지 다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특히나 공감이 많이 됐고, 수많은 공연이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죠. 지금도 여전히 <광화문 연가>의 여주는 생각하면 아련하고 가슴 떨리고 설레는 역할이에요.”




내 몸에 딱 맞는 아메리칸 스타일 <보니앤클라이드>
“이전 작품들과 정말 많이 다른 분위기였죠. <보니앤클라이드>는 아메리칸 스타일이잖아요. 제겐 그 특유의 느낌을 잘 살릴 자신이 있었거든요. 겁도 났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작품에 참여했어요. 그 전에는 제가 한국적인 작품에 많이 참여했는데, 종종 저와 안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물론 전 모든 작품에 상당히 즐겁게 참여했지만! (웃음) 그런데 <보니앤클라이드>에서는 정말 제 이미지와 작품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래 자체가 팝적인 요소가 강해서 제 목소리와 잘 어울렸고요. 노래가 보니의 매력을 잘 표현해 줬고, 복고 스타일의 의상도 정말 예뻤어요. 빨간 단발머리를 한 채, 다양한 옷을 바꿔 입으면서 무대에 서는 것도 즐거웠어요. 아기자기하고 예쁜 매력이 잔뜩 있었죠. <보니앤클라이드>의 보니로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셨기 때문에 제겐 정말 힘이 됐던 작품이에요. 그래서 저도 이 작품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됐죠.”




민족의 뜨거운 피 <영웅>
“처음 <영웅>을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걸 정말로 한국 사람이 만든 거라고?’하면서  놀랄 정도였죠. 이 작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좋은 뮤지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민족의 뜨거운 피를 느끼면서 공연해요. 이상하게 <영웅>엔 그런 기운이 있어요. 특히 전 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국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어요. 어렸을 땐, 몰래 엄마 한복도 입고, 머리에 비녀 대신 칫솔도 꽂고 놀았어요. (웃음) <영웅>을 연습하다 보면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생각나요. 우리 민족에 이런 인물이 있었고, 이 인물이 있어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요. 정말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을 잊고 살잖아요. ‘우리’를 다시 일깨워주는 작품이에요, <영웅>은.”




색다른 댄버스 부인 <레베카>
“딱 하나의 공연을 골라 평생 그것만 하라고 하면, 저는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을 선택할 거예요.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고 기뻤죠. 저만의 댄버스 부인을 만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혼자 그녀의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저는 다른 댄버스 부인들과 달리 여성스러웠죠. 레베카의 집에 들어오기 전, 어린 댄버스는 평범한 여자아이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아이가 많은 것을 억압받고, 자기 자신을 세뇌하고, 레베카 한 사람만 보고 살아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교육받았던 거죠. 그래서 정상은 아니었을 것 같았어요. 초반에는 신경쇠약을 가진 댄버스 부인이 날카롭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점차 레베카의 진실을 알고 무너지잖아요. 이 과정에서 댄버스 부인의 감정을 극대화하고 싶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1호 2017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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