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피어나는
이상의 영혼
<스모크>
이상의 시 「오감도 (烏瞰圖) 제15호」에서 모티프를 얻어 제작된 <스모크>가 정식 공연으로 돌아온다. 작품은 지난해 12월 배우이자 프로듀서 김수로가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를 통해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스모크>는 이상의 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추정화 작가의 오랜 염원으로 탄생했다. 추정화 작가와 허수현 작곡가는 작품의 핵심 소재인 「오감도」 외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거울」, 「가구의 추위」, 「회한의 장」, 소설 「날개」, 「종생기」, 수필 「권태」 등 이상의 대표작을 대사와 노래 가사에 절묘하게 담아냈다.
<스모크>는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이자 그림을 그리는 해(海)와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 하는 시인 초(超) 그리고 두 사람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이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한 카페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바다를 동경하는 해는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홍을 납치하려는 초를 돕지만, 초가 홍의 몸값을 얻어내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홍을 풀어준다. 해와 마주한 홍은 조심스럽게 세 사람에게 숨겨진 비밀을 풀어낸다.
이상의 위대하고 불가해한 시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감각적인 음악과 만나 새롭게 태어났다. 작품은 이상의 시에 담겨있는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성, 식민지 조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예술가의 불안, 고독, 절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싶었던 열망과 희망에 주목한다. <스모크>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과 발이 맞지 않았던 절름발이 이상의 삶과 예술, 고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극의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진솔한 감정은 강한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지난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변화를 꾀했다. 대사와 가사를 간결하게 수정하고 압축하여 드라마의 밀도를 높인 것이 큰 특징. 속도감 있는 극의 전개는 캐릭터의 극대화된 심리 상태를 스릴감 있게 전하는 동시에 세 사람의 관계성에 중점을 뒀다. 또 상징적 소품을 더하고 영상을 활용해 볼거리와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지난 트라이아웃 공연 무대에 올랐던 배우뿐만 아니라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그림을 그리는 소년 해 역에 정원영, 고은성, 윤소호가 캐스팅됐다. 시를 쓰는 남자 초는 김재범, 김경수, 박은석이 맡는다. 고통을 지닌 여인 홍은 정연, 김여진, 유주혜가 연기한다.
3월 18일 ~ 5월 28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02-2638-2872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2호 2017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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