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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민간창작뮤지컬 개발프로그램 [No.163]

글 |박병성 2017-03-31 3,972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스튜디오를 통해 개발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어쩌면 해피엔딩>이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 민간이 운영하는 창작뮤지컬 개발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가 지원 프로그램이 많지만, 외에서는 비영리로 운영되는 민간 프로그램들이
신작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간 개발 프로그램은 안정된 기반이 있는 기업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
이러한 곳에서 순수하게 개발된 작품들이 실제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민간 개발 프로그램들을 두루 살펴보았다.



전통을 만들어가는
민간 개발 프로그램


지난해 연말부터 올초 한국 뮤지컬계는 창작뮤지컬 르네상스를 맞았다. 백석의 시를 토대로 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빅토리아 시대 야한 책을 쓰는 안나의 이야기 <레드북>, 미래사회 버려진 로봇의 사랑 이야기 <어쩌면 해피엔딩>이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창작뮤지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이들 작품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민간 재단의 지원을 받고 개발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세 작품은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에서 시작한 작품이다.(<레드북>은 시야 플랫폼에서 대본이 개발된 후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 공연에 선발돼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선보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거쳐 대표적인 창작뮤지컬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여신님이 보고 계셔>, 참신하고 실험적인 <모비딕>, <심야식당>은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두산아트랩 등 민간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작품이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라이선스 주도의 시장에서 서서히 창작뮤지컬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창작뮤지컬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는 민간이 운영하는 창작뮤지컬 개발 프로그램이 주목된다.





국가 지원 프로그램의
역할과 한계


우리나라만큼 상업 예술에 속하는 뮤지컬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한국 영화가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정부의 지원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온 학습 효과 때문이다. 한때 방화로 치부되며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던 한국 영화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뮤지컬 역시 국가의 지원을 통해 영화처럼 문화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원의 배경이다.


2008년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창작팩토리(현 창작산실)가 대표적인 국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대본, 시범공연(리딩이나 쇼케이스), 본 공연, 재공연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현 창작산실은 이를 연극이나, 무용, 전통공연까지 확장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을 개발하는 과정을 벤치마킹해 지원 사업에 적용한 것으로 뮤지컬에 가장 어울리는 방식이다. 작품의 출발점인 대본 단계부터 쇼케이스의 검증을 거쳐 본 공연과 우수 공연에 재공연 기회를 주어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창작뮤지컬이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창작산실 외에도 우수 창작뮤지컬 콘텐츠를 개발하고, 창작자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왔다. <난쟁이들>을 배출한 뮤지컬하우스 블랙앤블루, <팬레터>를 선보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이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도하는 창의인재동반사업 등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지난해에도 콘텐츠진흥원에서 사업을 운영할 플랫폼 사업자에 위탁한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인큐, 스토리 작가 데뷔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주로 신인 작가들을 선발하고 멘토제로 작품을 발전시켜 쇼케이스 경쟁을 통해 최종 본 공연 기회를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왔다. 수많은 국가 지원 인큐베이팅 지원 프로그램이 이름과 목적을 달리하고 나름 차별성을 두어 운영하려고 했지만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창작뮤지컬 콘텐츠 개발과 창작자 양성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너무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이 운영되다 보니 그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국가 지원 프로그램은 단발성으로 그치기 때문에 노하우를 쌓고 전통을 만들어갈 수 없다.


이러한 시점에 네이버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쇼노트가 주관하는 ‘크리에이터스 아이디어랩; 공연랩’ 프로그램을 주목할 만하다. 신인 창작자들을 선발해 한 해 사업으로 진행된 기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이 프로그램은 3년 동안 장기 개발을 통해 작품을 개발한다. 참여자 역시 기성 창작자들을 참여시킨다. 이 프로그램에서 지난해부터 개발된 작품이 올해 쇼케이스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아직 성과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단조로운 개발 프로그램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돋보이는 민간 개발 프로그램


국가 지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한 해 사업을 마치고 나면 그 성과와 관계없이 사라지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하나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성공 여부를 떠나 사업의 경험들이 누적되고 이 결과가 다음 사업에 반영되었을 때 발전·진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지원 프로그램들은 창작산실을 제외하고는 지속성을 띠는 사업이 없고, 창작산실 역시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노하우가 쌓이기 힘든 여건이다. 민간 개발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성과를 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오래 유지되면서 두드러진 성과를 이룬 곳은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이다. 2005년 CJ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한 ‘창작뮤지컬 쇼케이스’를 2010년 CJ문화재단이 이어받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로 발전했다. 최근에 등장하는 뮤지컬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이것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초가 된 프로그램이다. 멘토제로 작품을 개발하고 밴드가 동반된 가벼운 리딩부터 연출이 가미된 쇼케이스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표해 왔다. 이곳을 통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 <풍월주>, <아랑가> 등이 개발되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실”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붙은 두산 아트랩은 2010년부터 운영된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다. 40세 이하의 젊은 창작자들의 작품을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캐치프레이즈대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을 지원한다. 뮤지컬보다는 연극이나 다원예술 등 실험적인 작품들이 선보였는데, 뮤지컬로는 기존 뮤지컬 문법을 벗어난 <모비딕>과 <심야식당>이 두산 아트랩을 통해 소개되었다. 두산랩은 새로운 시도를 지지해 주어 공연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스튜디오는 기성 창작자의 작업을 지원한다. 철저히 창작자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특정한 프로그램이 있기보다는 그때그때 창작 과정에서 필요한 것을 고민하고 제공한다. 특히 쇼케이스에서는 대본이나 음악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본 공연에 필요한 비주얼적인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적은 회차의 공연이지만 비주얼적인 표현에 공을 들이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은 뮤지컬에 한정하지 않고 연극, 전시 등 새로운 형태의 공연도 아우른다.


앞선 기획이 민간 재단에서 운영한 비영리적 프로그램이라면, 대명문화공장에서 운영하는 ‘동행’은 극장의 레퍼토리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상업적 프로그램이다. 대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극장이 직접 나서 콘텐츠를 발굴하고, 본 공연의 가능성을 점검한다. 앞선 프로그램이 쇼케이스나 워크숍 단계에 머문다면, 동행은 대명문화공장에서 올릴 콘텐츠를 찾는 기획이기 때문에 본 공연으로 이어진다. 2015년 첫 해에는 기존의 제작사와 동행 쇼케이스 형태의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면, 지난해에는 공모를 통해 쇼케이스 작품을 선발했다. 2016년에 선보인 세 작품 중 두 작품이 2018년에 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2호 2017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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