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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손드하임의 전통을 잇는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 [No.163]

글 |여지현(뉴욕 통신원) 2017-04-28 5,520

손드하임의 전통을 잇는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미국에서는 보통 JRB로 줄여 부른다)은 사교적인 성격이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기가 할 말은 제대로 할 줄 아는 유대인 창작자로, 혼자서 극작과 작사, 작곡을 다하는 브로드웨이에 몇 안 되는 전천후 능력자 중 한 명이다. 1970년 뉴욕의 외곽에서 나고 자랐는데, 스티븐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와 <일요일 공원에서 조지와 함께>에 깊은 감명을 받아 뮤지컬계에 입문하게 된다. 귀에 잘 들어오고 입에 잘 붙는 멜로디가 그의 음악적 강점인데,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개 보편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어 관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런 장점이 가장 극대화됐던 작품이 2001년 시카고에서 초연된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에 오른 그의 대표작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다.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를 참신한 방식으로 전개해 호평받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2013년에 영화로도 제작돼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다. 하지만, 뉴욕의 뮤지컬 팬들은 그보다 앞선 1995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송 포 어 뉴 월드(Songs for a New World)>나 1998년에 초연돼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에게 토니상을 안겨준 <퍼레이드>로 일찌감치 이 작곡가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첫 작품 <송 포 어 뉴 월드>는 네 명의 등장인물이 결정의 순간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구성된 작품인데, 작곡가로서 넓은 스펙트럼이 잘 드러나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아직까지 아마추어 공연으로 자주 올라가는 작품이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에게 토니상을 거머쥐게 한 <퍼레이드>는 해롤드 프린스가 손드하임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거절당한 후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극 <드라이빙 미스데이지>로 잘 알려진 극작가 알프레드 유리가 대본을 쓴 이 작품은 1913년 남부를 배경으로 한다. 유대인 공장장이 어린 직원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는데, 감옥 가는 길에 그에게 복수하려는 무리에게 잡혀 나무에 목 매달려 죽게 된다는 내용이다. 반유태인주의와 부패한 권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지만, 평단의 엇갈린 반응 속에 프리뷰 공연을 포함해 겨우 100회 남짓 공연한 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공연 이후 런던의 돈마 웨어하우스에서 공연된 바 있으며, 얼마 전에는 링컨 센터에서 콘서트 버전으로 특별 공연되기도 했다.



그다음 작품이 바로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실제 연애담이 녹아 있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시카고 초연 이듬해 오프브로드웨이에 입성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는데, 불과 세 작품 만에 팬덤이 생겨 ‘JRB Kids’라는 세대명까지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2003년 국내에 빠르게 소개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텍사스를 배경으로 카우보이와 카우걸의 사랑을 다룬 <어반 카우보이>나 십 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13>, 동명의 영화로 인기를 끈 소설 원작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이르기까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포트폴리오는 꽤나 다양하다. 스스로 뮤지컬 작곡가가 아니었다면 빌리 조엘 같은 피아노맨이 됐을 것이라고 말할 만큼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것을 즐겨서 새로운 솔로 앨범으로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근데 신기한 것은 작곡가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브로드웨이에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에 올랐던 작품들 모두 100회 이상의 공연을 이어가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은 이러한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스스로 작품을 쓰는 과정을 즐겼고, 결과물이 자랑스러우면 그만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또 반드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브로드웨이용 뮤지컬을 만든다면 브로드웨이에 올라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브로드웨이가 아닌 어디라도 상관없다는 것. 그의 가장 최신 브로드웨이 작인 <허니문 인 베가스>가 갑자기 막을 내린 후 영국의 잡지 <더 스테이지>에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인터뷰에 따르면 손드하임 스타일로 대표되는 리릭 뮤지컬(Lyric Musical, 노래와 노랫말로 드라마를 전개하는 뮤지컬)이 이제는 고전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런 종류의 뮤지컬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하더라도 스타일을 지켜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의 음악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브라운의 철학인지도 모르겠다. 최신 트렌드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 브로드웨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지만, 따져보면 듣기 편한 유려한 멜로디의 노래를 통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음악을 쓸 수 있는 작곡가는 많지 않다. 곧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역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선율들로 가득차 있는 작품이다. 다른 생각은 접어두고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음악을 통해 들려주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두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3호 2017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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