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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인터뷰> 강필석 [No.165]

진행·정리 | 안시은 2017-07-11 5,006

심플하지만 또렷하게


2016년 가을 이후 강필석은 쉼 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역할마다 그가 만들어내는 설득력으로 연기에 진정성을 부여하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터뷰>에서는 또 어떤 인물을 만들어낼까. 연습에 한창인 강필석이 유쾌하면서도 선명하게 생각을 들려주었다.


*이 기사는 <인터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변화 중                                            


THE MUSICAL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aoaka1111)
강필석 창작뮤지컬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크크크. 더 이상은 노코멘트!
“(김)수로 형 때문에 하게 된 것도 있고, 소재가 좋았어요. 초연 때 대본도 읽었고 공연도 봤고. 이 작품을 하는 건 조금 힘든 선택이긴 했어요. 세 번째 공연이잖아요. 이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있고, 공연을 보신 관객분들도 계실 거고요.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틀 안에서 조금씩 바꿔가는 중이라 더 어려운 것 같아요.”


THE MUSICAL 이번에 유진 킴 역을 맡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shoopot)
강필석 싱클레어도 도전해 보고 싶었는데 그를 잘 리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싱클레어가 변할 수 있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리드해 주고 싶어요. 저는 이 작품이 감정싸움이 아니라 말꼬리 잡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논리 싸움이었으면 좋겠어요. 싱클레어가 다중인격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말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논리적이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유진과 싱클레어의 이야기는 심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더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며칠 전에 아이디어가 나와서 새로운 상황이 더 만들어졌어요. 연습하면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실제 공연에서 보여질 거고, 아니라면 덜어낼 거예요.”


THE MUSICAL <인터뷰>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은 뭐가 있을까요? (toonna)
강필석 저도 궁금합니다.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에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보다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더 중요해요. 그게 만들어지면 뭔가 새로운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THE MUSICAL <인터뷰>에서 필석 유진의 매력을 간단히 어필해 주세요. (rkdvlftjr)
강필석 조금 바뀌었는데 (어떻게 바뀌는지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THE MUSICAL 싱클레어에 대해 기본적으로 어떤 감정을 가지나요? (channing)
강필석 스포일러라 말씀드릴 수 없어요. 
“유진을 연기하면서 힘든 건 왜 싱클레어를 변호하느냐는 점이에요. 싱클레어가 환자니까 범죄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거죠. 어릴 때 겪은 일들이 안타깝다고 해서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작품을 대하는 자세                                          


THE MUSICAL 작품 선정을 할 때 가장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요? (sofine)
강필석 작품은 타이밍이죠. 하하하.
“모든 배우들이 그럴 텐데 텍스트가 어떤지가 중요해요. 나를 흥분시키고, 재미있는 이야기인가가 가장 중요하죠. 타이밍이라 한 건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기에 들어와야 하니까요.”


THE MUSICAL 여러 작품을 하다보면 가끔 일정이 겹칠 때가 생기는데 그럴 때 어떻게 작품과 배역을 분리하는지 궁금합니다. 혼란스러울 것도 같아서요. (knox96)
강필석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공연 전에 꼭 처음부터 끝까지 하고 들어가요. 


THE MUSICAL 작품을 하다보면 캐릭터에 많이 빠져 있어서 심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그때는 어떤 방법으로 이겨내나요? (8986528)
강필석 최대한 즐거운 대화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렸을 땐 두 가지 일을 못할 정도로 캐릭터에서 못 빠져나왔어요. 어떤 작품을 하고 있을 때는 누가 와서 오디션 보라고 해도 노래 한 곡을 못 했어요.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고. 그때는 생각이 많으니까 상황보다는 저한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금은 경험이 많아져서인지 그 순간에 몰입하는 것 같고요. 지금은 저보다 상황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본에 나와 있는 대로 그 상황을 진짜처럼 만들려고 노력해요.”


THE MUSICAL 공연을 직접 제작한다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요? (bluemina26)
강필석 <번지점프를 하다>가 빨리 다시 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에요. 배우들에겐 그런 작품들이 있잖아요.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는 배우로서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처음으로 극장에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건 아니다’ 해서 휴식을 가지려고 제주도에 내려가면서 조금 오래 있다 오려 했어요. 그러다 이 작품을 읽고 한 달 반 만에 다시 올라왔죠. 그렇게 초고부터 같이 작업을 시작했고, 창작팩토리를 거치면서 계속 같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 곡이 나올 때마다 어떤지 듣고 수정하고. 그래서 사실 제가 아니어도 누가 꼭 해줬으면 하는 작품이었어요.”


THE MUSICAL 꼭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dbalstkfka)
강필석 <나인>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귀도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그때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서른 살이었으니까. 좋은 작품이지만 당시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사실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쉬워요.”


THE MUSICAL 악역을 맡아도 악역 같지 않다는 평을 듣는데요, 그 비법(?)을 뭐라고 생각하나요? (bluemina26)
강필석 모든 사람은 자신이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악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행동을 더 이상 하지 않겠죠. 



THE MUSICAL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 특별히 같이 술을 마시고 싶거나 밥을 사주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albatross464)
강필석 파샤와 술을 먹고 싶습니다. 
“파샤는 <닥터 지바고>에서 가장 상처가 많은 역할이에요. 표면적으로는 악역이라 느낄 수 있지만 정말 악역이라 할 수 없어요. 지바고는 러시아 격동기를 지켜만 보던 사람이에요. 시대 흐름을 바꿀 수는 없어도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중요한 건 사랑이라 생각하는 로맨티스트죠. 파샤는 사랑 때문에 더러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이에요. 결혼식 날 신부가 부르주아의 노리개였다는 걸 알고 부르주아를 다 죽여버리겠다고 해요. 나중에는 대장까지 되었고. 다른 이야기지만 초연 때 지바고 역할도 연습했는데 재밌었어요. 파샤보다 표현은 덜 명확해도 역할이 갖고 있는 정서나 감정이 좋아서 해보고 싶어요.”


THE MUSICAL <쓰릴 미> 리처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k20000211)
강필석 네. 이번에.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단순하고 심리적인 요소가 많지 않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지구를 지켜라>의 강만식 같은 심플한 역할요.”


THE MUSICAL 제일 안 외워지던 가사나 대사는 어떤 것이었어요? (uz0418) 

강필석 <지구를 지켜라>의 강만식.
“힘든 도전이었지만 얻은 것도 많아요. 저를 많이 깼어요. 이지나 선생님이 강만식은 이유와 상관없이 ‘무조건 빨리’라고 했어요. 대사도 안 외워졌고 너무 빨리 해서 실제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너무 빨리 하니 제 호흡도 아니었고요. 그런데 그렇게 계속 소리 지르고 빨리 하다보니까 또 다른 게 보였어요.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면서 재밌었어요.”


THE MUSICAL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공연은 무엇이었나요? (echio)
강필석 <아랑가>.
“사실 좋은 시도였는데 상황들이 극단적이어서 힘들었어요. 덜 극단적이어도 됐을 법했는데. 감정 소모가 많다 보니 체력 소모도 컸어요. 그게 더 힘들거든요. 공연하면서 숨이 넘어가는 줄 알 정도였어요. 온갖 안 좋은 상황에 다 놓여지니까 주체가 안 됐어요. 개로가 극 중 내내 제정신일 수가 없는 거죠. 마지막에는 눈이 완전 돌아버려서 제일 친한 사람의 눈을 뽑고 사랑하는 여자도 죽여버리지만 정작 자기 손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고구려군은 나라를 다 빼앗고 충신이라 믿었던 사람은 배신했죠.”


THE MUSICAL 연극 중 해보고 싶은 작품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knox96)
강필석 너무 많아요. 
“마음에 드는 연극은 많았어요. 요즘은 캐스팅이 워낙 일찍 되기도 하고 어떻게든 해볼까도 했지만 연극과 뮤지컬을 병행하는 건 힘들어요. 연극은 노래하는 뮤지컬과 달라서 발성을 바꿔서 내야 하거든요. 같이하면 몸이 망가져요. 예전에 공연도 아니고 연극 연습이 한 번 살짝 겹쳤는데 (일정을) 조금만 줄여달라고 양해를 구한 적이 있어요.”





무대로 만든 인연                                                        


THE MUSICAL 이율 배우와 꽤 많은 작품을 같이했는데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다른 작품이 있나요? (whitekonge)
강필석 호흡 많이 맞췄잖아요. 크크.
“(이율 배우와) 같이 정말 많이 했어요. 같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출연 제안도 같이 많이 왔고요. <쓰릴 미>는 제가 하자고 했어요.”


THE MUSICAL 오성민 피아니스트는 어떤 존재인가요? (justina17)
강필석 정말 호흡을 아는 피아니스트예요. 너무 동생이지만 존경스러운.
“저는 호흡이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숨을 못 쉬면 릴랙스가 안 되어 있는 거잖아요. 숨을 쉬는 것과 안 쉬는 것은 정말 큰 차이예요. 듣는 사람은 속을 수 있지만. 그런데 성민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숨을 잘 쉬었어요. 숨을 잘 쉬는 피아니스트는 연주를 따라가기만 해도 숨을 쉬게 만들어줘요. ‘빨리 숨 쉬어’ 하면서 신호를 주는 게 들려요. 그걸 서로 듣고요. 변희석 음악감독님도 숨을 정말 잘 쉬는데 그런 사람들과 노래하면 정말 행복해요.”


THE MUSICAL 지금까지 페어로 공연했던 많은 배우 중 가장 호흡이 잘 맞았거나 눈빛만 봐도 연기할 때 느낌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파트너는 어떤 배우일까요? (knox96)
강필석 전미도, 김지현. 
“많이 표현하지 않는 걸 좋아해요. 과하지 않게 연기해 주면 그 사람이 잘 보여요. 물론 표현해야 할 때는 해주고요. 예를 들어 ‘난 정말 슬퍼’ 하면서 누가 봐도 슬퍼 보이게 연기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우린 슬플 때 안 슬퍼 보이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런 게 더 슬퍼 보이고요. 지현이는 표현을 안 하는 편이고, 미도는 연극적인 표현을 잘해요.”


THE MUSICAL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 재공연을 하게 되어서 출연 제의가 오면 할 생각이 있나요? (knox96)
강필석 그들이 너무나 존경스러웠어요. 
“제일 최근에 본 뮤지컬이에요. 배우들이 진짜 존경스러웠고 ‘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두 번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장기 공연은 너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마음에 담기다                                                         


THE MUSICAL 다시 멜로극 할 생각은 있나요? 너무 보고 싶어요. (mixplus) 
강필석 물론이죠. 전 멜로를 좋아합니다.
“요즘 센 이야기들이 많죠. 개인적으로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 순간에는 재밌을 수 있지만 우리가 그렇게 미쳐 있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대부분의 좋은 이야기는 멜로인 것 같아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가슴이 뜨거워지잖아요. 멜로 작품 중에는 오래된 영화지만 ‘러브 어페어’를 가장 좋아해요. 멜로의 끝판왕 같아요. ‘노트북’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그렇고. ‘화양연화’는 둘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게 좋아요. 아무리 멋지고 재밌는 영화라도 금세 잊혀지지만 사랑 이야기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THE MUSICAL 여행을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예요? (bluemina26)
강필석 멕시코의 과나후아토.
“‘청춘의 십자로’ 때 영화제 때문에 갔던 곳이에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라 ‘위험하지 않을까? 지저분하지 않을까?’ 했는데 너무 아름다웠어요. 스페인 점령지였는데 (그리스처럼) 건물도 원색으로 가득하고 정말 좋았어요. 미국인들이 노후에 정착해서 많이 사는 곳이라더라고요. 고도가 2,500m라 숨쉬고 노래하기 힘들었어요.”


THE MUSICAL 강필석에게 여유란? (albatross464)
강필석 넘쳐서 탈입니다. 크크크.


THE MUSICAL 가장 좋아하는 영화랑 영화음악은 무엇인가요? 콘서트에서 ‘그녀에게’에 나온 노래 불러서 좋았거든요. (ramdah)
강필석 ‘디어 헌터’, ‘화양연화’, ‘카바티나’, ‘쿠쿠루쿠쿠 팔로마’.


THE MUSICAL 키우고 싶은 반려동물이 있나요? (solrang0517)
강필석 강아지 잉글리시 쉽독.
“2005년까지는 반려동물이 계속 있었어요. 그땐 바쁘고 어려서 그 친구랑 많이 놀아주지 못했어요. 13~14세 때 암 수술하고 1년 있다가 죽었는데 정말 사람이 죽을 때와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제가 좋다고, 심심하다고 키우는 게 아니라는 걸, 얼마나 나쁜 짓이었는지 뒤늦게 깨달았어요. 사실 너무 함께하고 싶은데 시간을 쏟을 수 없으면 절대 키워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 키우지 않고 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5호 2017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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