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 일본 초연을 올린 신스웨이브. <온에어>를 시작으로 <런투유>, <카페인>, <인터뷰> 등 한국 창작뮤지컬을 일본에 알리는 데 힘써온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다. <어쩌면 해피엔딩> 또한 한국 창작뮤지컬의 힘을 일본에 소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된 공연. 앞으로도 한국 창작뮤지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새로운 계획들을 구상 중이란다. 일본에서 뮤지컬 한류란 어려운 도전을 개척하고 있는 신스웨이브 신정화 대표를 만나보았다.
새로운 도전과 실행
신스웨이브는 <온에어>, <런투유>, <카페인>, <인터뷰> 등 한국 창작뮤지컬을 일본 무대에 소개하며 주목받은 제작사인데요. 이런 행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라디오 작가로 8년, 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공연 사업을 하게 되면서, 글로벌한 콘텐츠를 어떻게 해외로 진출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죠. 하지만 해외 시장에 인맥이 없었기 때문에 방법을 몰랐어요. 3년 넘게 계속 일본을 오가며 맨땅에 헤딩했죠. 그러다 마침내 2014년 도쿄에서 <온에어-야간비행>을 단독 제작하게 됐어요. 처음 일본 시장을 접했을 때 너무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콘텐츠를 향한 애정에 큰 감동을 받았죠. 그런데 이후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아 한류가 큰 타격을 입었어요. 이때 티켓피아가 <런투유> 공연 대관을 잡아놓고 캐스팅을 못해 공연이 엎어지게 된 거예요. 당시 아뮤즈가 한국 창작뮤지컬 공연 사업을 철수한 시기라 <런투유>까지 취소되면 한국 창작뮤지컬이 또 타격을 입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공연을 맡기로 했죠. 그러면서 점점 해외 공연 사업에 재미를 느꼈고, 더 잘 해봐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한국의 신작들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 <어쩌면 해피엔딩>을 올리게 됐죠.
해외 진출 과정에서 힘든 점과 보람된 점은 무엇인가요?
힘든 점은 너무 많죠. 일단 언어가 안 통하고, 제작 환경이 다르거든요. 홍보랑 마케팅도 시장 구조상 의존적일 수밖에 없어요. 좀 더 잘하고 싶은데 한계가 있죠. 하지만 더 힘든 건 저희 작품을 너무 상업적으로만 보는 시선이에요. 한류 스타 캐스팅해서 티켓 팔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거죠. 사실 그런 이유라면 단순히 팬미팅이나 이벤트를 했을 거예요. 하지만 한국의 훌륭한 창작뮤지컬을 일본 관객들에게 알리는 것이 저희의 보람이거든요. 한국 창작뮤지컬에 대한 좋은 인식이 생기도록 정말 국가대표의 심정으로 제작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한류 스타의 팬으로 공연을 관람했지만, 점차 한국 뮤지컬에 눈을 뜨게 되는 관객들을 보면 뿌듯해요. 그리고 저희가 한국 창작뮤지컬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다보니 일본 공연 관계자들이 공연을 보고 한국의 창작력을 높이 평가해 주더라고요. 그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일본에 소개할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작품성이 좋아야 해요. 뮤지컬인 만큼 음악과 드라마가 인상적이어야죠. 특히 드라마는 일본 관객을 어필할 수 있는 정서를 담고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도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면 더 좋죠. <어쩌면 해피엔딩> 같은 경우 일본 관객들이 정말 좋아할 만한 이야기예요. 일본 영화 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특히 일본 스태프들이 올리버는 굉장히 일본 남자와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또 마켓의 특성상 공연 기간이 짧다 보니 프로덕션을 컴팩트하게 꾸릴 수 있는 작품을 찾아요. 그리고 배우의 연기가 드라마틱할 수 있는 작품인지도 고려해요. 아무래도 한류 스타의 팬들 입장에선 배우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 더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되거든요.
일본 시장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일본이 3대 뮤지컬 시장 중 하나잖아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관광객이 과반수를 차지하는데, 일본은 국내 관객만으로 시장이 활성화돼 있어요. 일본 관객들은 공연 보는 걸 좋아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요. 심지어 한국어로 된 공연도 정말 잘 이해해요. 한류 스타의 팬이라고 무조건 좋아하지 않고, 공연에 대한 평가도 날카롭게 하죠. 타 문화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도 돋보여요. 그런 만큼 한국 창작뮤지컬이 진출하기에 대단히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세계로 향할 한국 창작뮤지컬의 매력
<어쩌면 해피엔딩>은 선샤인시티극장에서 공연했는데, 공연장 선정에도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초연은 전통 있는 공연장에서 올리려고 노력해요. 어떤 공연장에서 초연했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인터뷰>도 교토극장에서 초연했어요. 교토극장은 80여 년의 역사가 있는 곳이거든요. 선샤인시티극장도 일본 최초로 오토메틱 시스템을 도입한 30여 년 전통의 극장이에요. 이케부쿠로 자체도 문화적인 지역이고, 이 주변에 극장도 많아요. 극장의 인지도를 고려하며 초연 무대를 꾸린 거예요.
대관과 마케팅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한국 회사는 대관을 직접 할 수가 없어요. 일본은 특이하게 프로모터라는 시스템이 있어요. 프로모터는 대관뿐 아니라 제작 운영, 마케팅을 맡고 있어요. 프로모터가 많은 극장 대관을 잡고 있고, 그것을 다른 회사에 판매하는 거죠. 프로모터가 단순히 대관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공연 제작에 참여를 해요. 티켓피아, 로손, 플레이 가이드들과 티켓 판매 수수료를 조율 해주고 마케팅도 함께 진행하죠. 공연 시작하면 MD 판매 등 운영도 같이해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프로모터와 파트너를 맺어야 해요. 일본은 대관을 취소하면 대관료의 100퍼센트 수수료를 물어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프로모터도 제작사에 신뢰가 없으면 절대 일을 같이하지 않아요. 일본은 신뢰 관계가 쌓이면 오래 가지만, 그만큼 처음 신뢰를 쌓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이번 무대를 논레플리카로 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작품은 한국 초연 전에 트라이아웃 공연을 보고 바로 계약을 했어요. 아무래도 한국 프로덕션을 보고 선택하게 되면 그 무대 스타일에 영향을 받게 되는 한계가 있잖아요. 앞으로 제작할 작품들도 개발 단계에서 정하려고 해요. 여러 차례 경험을 해보니 일본 정서에 맞게 극을 꾸리기 위해서는 논레플리카 제작이 적합하더라고요. 소극장에서 했던 작품을 천 석 규모의 극장에서 해야 하니 프로덕션 자체가 다르잖아요. 공연의 정서나 템포 등을 고려해 새롭게 꾸민 거죠 그리고 디자인적인 부분도 많이 고려했어요. 완전히 일본 스타일로 바꾸는 건 매력이 없잖아요. 한국적이면서도 일본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해피엔딩>의 올리버는 모두 아이돌로 캐스팅했어요. 신스웨이브 공연은 한류 스타의 출연이 두드러지는데 캐스팅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기우제를 드리는 마음으로 캐스팅해요.(웃음) 3년 정도 기다리는 건 기본이에요. <온에어> 공연할 때는 그 아이돌이 군대에 들어갈 때부터 제안을 해서 제대했을 때 작품을 같이하기도 했죠. 그런데 한류 스타라고 해서 아무나 데려와서 캐스팅하지는 않아요. 작품과 맞지 않은 배우가 캐스팅되서 공연하면 작품에도 치명적이잖아요.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해야 하고요. 연기도 그 배역에 맞게 잘할 수 있는지를 찾아요. 서로 매치하는 부분을 찾아야 하니 더 힘든 과정이죠.
번역, 자막 작업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정말 어려운 부분이죠. 자막은 대사의 의미를 잘 전달해야 하니까 여러 명에게 감수를 받아요. 번역한 것을 다시 역번역 해보기도 하고요. 또 현장에서 피드백이 오면 바로 수정을 해요. 이런 과정을 거치다가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본집을 만들게 되었어요. 공연을 잘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했거든요. 일본 관객들은 책 읽고 공부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대본집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대본집이 수익을 내는 MD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 또 일본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계획인가요?
<온에어>를 시작으로 <런투유>, <카페인>을 공연한 것이 1단계, <인터뷰>,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한국의 새로운 작품을 발 빠르게 소개한 것이 2단계, 그리고 이제 3단계로 나아갈 시기라고 봐요. 세 가지를 구상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한국어, 일본어 버전을 같이 제작해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는 거예요. 일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한국 뮤지컬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마켓을 키워 나가려는 거죠. 두 번째는 뛰어난 기량을 지닌 한국 뮤지컬 배우들을 소개하는 작업이에요. 앞으로 제작할 작품에 실력 있는 뮤지컬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또 갈라 콘서트를 열어 공연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해요. 더불어 한국 창작자들을 알릴 수 있는 무대도 준비하고 있어요. 7월 29일 오사카에서 <인터뷰> 갈라 콘서트를 열 계획인데, 추정화 연출과 허수현 작곡가, 두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그리고 그때 내년 공연 계획과 캐스팅을 공개하려고 해요. 세 번째 계획은 새로운 작품 개발을 하는 거예요. 일본의 인기 만화,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국 창작자들이 작품을 개발해 일본 무대에 올리려고요. 한국의 뛰어난 창작자들이 일본 마켓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으면 해요. 한국과 일본의 활발한 교류를 잇는 역할을 하고 싶거든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5호 2017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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