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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OH! BROADWAY] 제71회 토니 어워즈 [No.166]

글 |여지현 뉴욕 통신원 사진제공 |Theo Wargo 2017-07-18 3,701

제71회 토니 어워즈


지난 6월 11일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1회 토니상의 사회자로 나선 이는 할리우드 스타 케빈 스페이시다. 토니상 오프닝 공연은 매해 사회자에 맞게 꾸며지는데, 올해는 케빈 스페이시가 이번 시즌에 사랑받은 작품들의 뮤지컬 넘버를 개사해 해당 공연의 앙상블과 게스트들과 함께 부르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적은 시청률을 기록해, 시상식이 끝난 후 온라인에서는 케빈 스페이스가 호스트로서의 자질이 충분한가 하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토니 어워즈의 이모저모를 되짚어본다. 





사회자로 나선 케빈 스페이시


처음으로 토니상 사회자를 맡은 케빈 스페이시는 다른 호스트에 비해 유머가 떨어지지 않았으며, 준비성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토니상이라는 시상식의 성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한 설정과 진행에 적지 않은 불만이 쏟아졌다. 애초에 케빈 스페이시가 이번 토니상 사회자로 나선다는 사실이 공개됐을 때, 휴 잭맨이나 닐 패트릭 해리스, 제임스 코든 등 인기 사회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케빈 스페이시는 오프닝 공연을 통해 그런 우려에 정면 돌파하는 방식을 택했다. 토니상 사회자에 대한 적격성에 대해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불안해하지만, 우피 골드버그를 비롯해 다른 연예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노래가 끝나갈 즈음 대중의 걱정을 뛰어넘는다는 내용의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내용 자체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자로서 자신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키는 내용은 한 시즌 동안 열심히 공연을 만들어온 브로드웨이 사람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함께 즐기는 시상식의 오프닝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또한 진행 중간중간, 성대모사 개인기를 십분 활용해 전설적인 토크쇼의 호스트인 자니 카슨이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으로 분하기도 하고, 시상식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주연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언더우드 대통령으로 분장하고 등장하기도 했다. 그 자체로는 충분히 재밌었지만, 스페이시의 진행은 ‘모두의 축제’인 토니상의 가치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디어 에반 한센>의 강세와 고른 수상


최우수 뮤지컬의 영광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디어 에반 한센>에 돌아갔다. 남우주연상 역시 <디어 에반 한센>의 히어로 벤 플랫이 받았는데, “여러분이 가진 이상한 특징들이 바로 당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수상 소감을 밝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디어 에반 한센>은 극본상(스티븐 레븐슨)과 음악상(벤자민 파섹과 저스틴 폴), 편곡상(알렉스 라카모어), 여우조연상(레이첼 베이 존스)까지 거머쥐며 올시즌 최고 화제작의 명성을 입증했다.


뮤지컬 부문 최우수 여우주연상은 <헬로우 돌리>에 출연한 관록의 베테랑 베트 미들러에게 돌아갔는데, 시간 관계상 수상 소감을 마무리하라는 오케스트라의 사인을 가볍게 무시하며 오랜 시간 수상 소감을 밝혀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탄생시켰다. <헬로우 돌리> 팀의 공연에서 하나 아쉬웠던 것은 토니상의 프로듀서와 작품 프로듀서들의 입장 차이 때문에 공연 세트를 설치하지 못해 수상자 베트 미들러가 아닌 그녀의 상대역 데이비드 하비 피어스가 솔로 공연을 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하비 피어스도 브로드웨이의 베테랑이긴 하지만,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하는 전국의 뮤지컬 팬들을 위해 베트 미들러가 축하 공연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연출상은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 대혜성>의 레이첼 차브킨이 유력한 수상자로 떠올랐는데,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컴프롬 어웨이>의 크리스토퍼 애슐리에게 돌아갔다. 모든 출연진에게 한 개 이상의 역할을 맡도록 해 훌륭한 앙상블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크리스토퍼 애슐리가 연출상을 받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지만, 이번 시즌 가장 흥미로운 무대를 보여준 레이첼 차브킨이 연출상을 받지 못한 것은 이번 시상식의 가장 아쉬운 부분 중하나였다. 연극 부문의 연출상은 극작가 폴라 보겔의 신작 <인디센트>의 지휘를 맡은 레베카 타이치만이 받았는데, 이는 여전히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브로드웨이 연극계가 여성 연출가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상이었다.


뮤지컬 부문 조명과 무대디자인상은 <나타샤, 피에르와 1812년 대혜성>의 브래들리 킹과 미미 리엔이, 안무는 <밴드 스탠드>의 앤디 블랑켄 뷰엘러가, 의상은 <헬로우 돌리>의 산토 로콰스토가 받아, <해밀턴>이 거의 모든 부문의 상을 휩쓸었던 지난해와는 많이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2017년 미국의 현실과는 무관했던 시상식


토니상이 막을 내린 후 많은 비평가들은 올해 시상식이 재미없었던 이유를 케빈 스페이시에서 찾았다. 물론, 케빈 스페이시가 더욱 능숙한 진행을 보여줬다면 시상식이 좀 더 흥미로웠을지 모르지만, 시상식이 전반적으로 재미가 없었던 이유는 부족한 시의성에 있는 듯하다. 작년 시상식을 휩쓴 <해밀턴>은 작품 자체가 시의성이 있었던 데다, 수상자들이 시상식 전날 벌어진 올랜도 총격 사건으로 충격에 빠진 사회에 포용과 사랑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수상 소감으로 전하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


2017년 현재, 나라 안팎으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의 원칙이 여러모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극과 뮤지컬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통로가 되어야 하는데, 공연계의 가장 큰 시상식인 토니상이 그 모든 상황들과 유리되어 진공 상태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특히 아쉬웠다. 한편으론 2017년 토니상 시상식은 현실의 정치사회적인 이슈와는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2016-2017년의 브로드웨이 시즌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017년 6월 현재 한창 떠들썩하게 진행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스캔들을 고려할 때, 내년의 토니상은 올해보다 좀 더 흥미로울까 궁금해진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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