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임, 그 너머
왜 진작 뮤지컬을 하지 않았을까? 이제 막 뮤지컬 데뷔식을 치른 배우에게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 빠지지 않는 외모와 호소력 있는 감성, 그리고 무엇보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매력을 지닌 배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낯선 얼굴의 등장,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휘종이다.
“제가 진짜 배우가 됐다는 게 아직 너무 신기해요. 아침에 눈 뜨면 빨리 극장에 가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죠. 요즘 되게 행복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연극으로 데뷔해 이제 막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뜨거운 신인 배우. 이휘종은 공연 포스터에 크게 적힌 제 이름을 볼 때면 여전히 꿈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학창 시절 외모나 실력이 특별히 눈에 띄는 학생도 아니었을뿐더러, 주위 사람들에게 ‘넌 주연 배우가 될 거야’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는 것. “딱 봐도 쟨 뭔가 하겠다 싶은 애들이 있잖아요. 제 동기 중에 그런 친구들이 많았어요. 저는 그냥, 마냥 즐겁게 학교 다니는 애들 중 한 명이었고요. (웃음)” 졸업 후 우연히 본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오디션에 덜컥 붙었던 것도 ‘좋은 배우는 아니었지만 캐릭터 나이에 맞는 어린 배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자신을 의심의 굴 속으로 한없이 떨어뜨리는 자존감 낮은 부류라고 오해해선 곤란하다. “스스로 배우라는 호칭을 붙이기 낯부끄럽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제가 배우인 게 정말 좋아요. 그리고 이왕 이렇게 시작한 거, 큰 무대에 꼭 한 번 서 보고 끝낼 거예요. 제 이름으로 객석 한 번 다 채워보고! 주연으로 영화도 한 편 꼭 찍고! 하하.” 어딜 가든 그 팀의 막내 캐릭터를 담당하게 될 것 같은 그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는다.
뜻밖에 찾아온 첫 데뷔 무대. 무대에서 연기하는 동안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시작부터 끝까지 멈춤 없이 한 번에 가는 게 좋았어요. 무대 위에서 계산에 없었던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더라도, 그리고 설령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그 상황을 극복해서 어떻게든 끝을 향해 가야 한다는 게 좋더라고요. 그렇게 마침표를 찍고 나서 박수받을 때, 그게 되게 좋아요.” 그의 표현대로라면 지금은 ‘장대한 목표’가 있지만, 첫 작품 <히스토리 보이즈>를 끝낸 그의 목표는 훨씬 소박했다. “공연 전 극장에서 대기하는 동안 보통 자기 대사를 해보면서 몸을 푸는데, 제 대사는 3분이면 끝났어요. 빨리 말하면 1분 안에도 할 수 있고! 그때 다음 작품은 조금 더 대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바랐죠. 제가 생각하는 배우는 작가가 만든 가상의 캐릭터를 현실로 이뤄내야 하는 직업인데,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연기해 보고 싶었거든요.”
꿈을 향한 간절함이 빠르게 가 닿았던 걸까. ‘5분 분량 이상의 대사가 있는 역할’을 따내고 싶다는 그의 첫 번째 꿈이 실현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해 겨울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과 를 거쳐 지난달 개막한 생애 첫 뮤지컬 <찌질의 역사>까지, 그야말로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첫 뮤지컬에서 왜 이제야 뮤지컬을 한 거냐는 칭찬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지 않냐고 묻자, 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 “학교에서 뮤지컬 독회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독회는 앞을 보면서 연기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움직이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잘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왜 뮤지컬을 늦게 시작했냐고 하신다면… 사실 이제 데뷔한 지 겨우 일 년 됐는걸요.”
주목할 만한 신인 배우의 등장 소식은 빠르게 퍼지는 법. 그는 요즘 적지 않은 오디션 콜을 받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얼굴이니까 아무래도 신선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런데 신선함에는 수명이 있잖아요. 배우로 오래 남기 위해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 내 장점이 뭐지. 요즘 그런 고민 많이 해요.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매력만 어필하는 배우가 되고 싶진 않지만요.” 다시 이휘종의 학교 얘기로 돌아가자. 그가 학교에서 다소 평범한 축에 들었던 까닭은 어쩌면 그보다 먼저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많은 스타를 배출한 한예종 10학번 출신(현재 충무로의 새로운 트로이카로 불리는 김고은과 박소담, 이유영이 나온 그 학번!)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조금 늦게 시작을 알린 이휘종은 앞으로 ‘한예종 10학번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무서운 배우로 성장하게 될까. 결과는 장담할 순 없지만, 그가 주저 없이 내기를 걸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배우라는 것은 분명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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