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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막공’ 문화 [NO.166]

글 |박보라 2017-07-31 3,401

마지막을    
기억하는 방법  



공연을 좀 봤다고 자신하는 마니아들에게는 놓치지 말아야 할 공연을 꼽으라면 애정하는 작품의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일 것이다. 첫 공연이 오랜만에 만나는 혹은 처음 만나는 설렘이라면, 마지막 공연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아쉬움과 작품에 대한 그동안의 애정을 마무리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유독 공연계에서는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이 주는 상징성은 특별하다. 최근에는 마지막 공연을 기념하기 위한 소소한 이벤트가 문화로 자리잡았다. 일명 ‘막공 문화’라고 불리는 추억을 살펴보자.





갑자기 튀어나오는 재미                     

대부분 작품의 마지막 공연엔 무대 인사가 준비되어 있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과 연출이 마지막 공연을 끝낸 후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 짤막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시간이지만, 공연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특별하다. 여기에 평소 커튼콜 촬영이 불가능했던 공연들도 경우에 따라 무대인사 촬영을 허용해 주는 경우가 있어, 두고두고 볼 수 있는 추억으로 남기기 좋다.


마지막 공연엔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준비된 애드리브도 빼놓을 수 없는 ‘막공’ 묘미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비스티> 공연 중 정동화 배우의 마지막 공연에는 무대 소품으로 등장한 케이크 위에 꽃이 장식되어 있었다. 다름 아닌 정동화의 별명이 ‘꽃’이었기 때문. 마니아들은 공연을 관람하다 케이크 위에 놓인 꽃을 보고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마지막 공연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종이 눈송이가 등장했다. 그동안 톰과 앨빈이 종이 눈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종이가 잘 뭉쳐지지 않아 애를 먹은 탓에, 마지막 공연 당시엔 미리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거대한 종이 눈송이를 만들어 놓은 것. 눈싸움이 시작되자, 갑자기 무대 옆쪽을 통해 큰 종이 눈송이가 무대 위로 등장했고 톰과 앨빈은 해당 눈송이로 시원하게 한바탕 눈싸움을 벌였다.


많은 마니아들에게 회자되는 이벤트도 있었다. 2014년 <쓰릴 미>의 마지막 공연에는 관객이 직접 배우와 피아니스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기회가 있었다. 제작사는 맨 앞줄 좌석에 안내문과 함께 작은 꽃다발을 놓았고, 관객은 공연이 끝난 직후 무대로 올라가 배우와 피아니스트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며 무사히 마지막 공연을 마친 것에 대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2016년 <난쟁이들>의 마지막 공연을 위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바로 일부 스태프들이 직접 <난쟁이들>에 출연한 캐릭터로 변신하고 관객을 만났다. 작품의 홍보 대행사 랑의 대표를 비롯해 MD 판매 스태프, 컴퍼니 매니저 그리고 하우스 매니저는 각각 작품의 캐릭터로 변해, 공연 진행을 도와 큰 인상을 남겼다. 사실 <난쟁이들>의 경우엔 앞서 비슷한 이벤트를 진행했고, 마지막 공연에도 당연히 해당 이벤트가 준비될 것을 짐작한 일부 관객들은 일부러 마지막 공연날 같은 이벤트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깜짝 선물

추첨을 통해서 마지막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에게 소품이나 추억의 물품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경우, 마지막 공연 당시 추첨을 통해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을 선물했다. 또 얼마 전 공연을 마친 <비스티>는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배부했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세상에 한 장밖에 없는 희귀성 때문에 특히나 뮤지컬 팬들이 탐을 내는 선물이라 해당 이벤트의 반응이 좋았다. 연극 <프라이드>는 각 출연 배우의 특정 회차를 정해 투명 포토카드를 유료 관객에게 선물하곤 했다. 이번 시즌에서는 스케줄상의 이유로 먼저 하차한 박성훈 배우의 마지막 공연에도 투명 포토카드를 선물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팬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나눔을 통해 마지막 공연을 기억하기도 한다.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유독 마지막 공연이 다가올수록 다양하고 많은 나눔이 진행되고 있다. 나눔의 종류와 방법은 특정할 수 없이 정말 다양하하다. 대부분은 작품의 팬들이 촬영한 사진을 인화하거나 엽서로 제작한 것 그리고 작품과 관련된 기념품들이 그 대상이다. 보통은 트위터를 통해 나눔 행사가 진행되는 편이다. 공연장 혹은 공연장 근처의 특정한 장소에 나눔 물품을 올려놓을 것이라는 세부적인 내용을 멘션을 통해 공지하면, 이것을 확인한 팬들이 물품을 가지고 가는 식이다. 무료로 진행되는 나눔에 일부 뮤지컬 팬들은 감사 인사를 작은 주전부리로 보답하기도 한다. 뮤지컬 마니아 A씨는 “나눔은 애정하는 공연을 기억할 만한 작은 이벤트다. 나눔을 진행한 사람도, 받는 사람도 특별한 기분을 받는다. 나눔을 받을 때면 이 작품을 정말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 기분”이라면서 “나눔 받은 물건을 보면 작품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지울 수 없다. 공연 중 과도한 이벤트를 통해 공연의 진정성이나 스토리가 무너질 수 있고, 재관람한 관객들만 이해할 수 있는 애드리브가 첫 관람자에게는 난감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마지막 공연의 이벤트로 증정되는 선물들이 제작사의 당연한 의무로 비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뮤지컬 팬들과 제작사는 여러 마지막 공연 이벤트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해당 이벤트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품을 향한 사랑이자,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을 담은 여러 가지 방법이 하나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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