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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 송혜선 대표 [NO.167]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17-08-28 4,673

가을밤 뮤지컬 별빛이
쏟아지다



PL엔터테인먼트는 오랫동안 조승우의 소속사였고, 현재는 홍광호, 김선영, 조정은 등 유명 뮤지컬 배우가 소속된 매니지먼트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를 이끄는, 소속 배우의 언니이자 누나이자 엄마 같은 송혜선 대표는 꽤 유명한 뮤지컬계 인사다. 그런 그녀가 지난해 자라섬에서 야외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제작자로 변신했다. 국내에서 대형 야외 뮤지컬 축제가 펼쳐지는 것은 처음이라 행사 당일까지도 반신반의 걱정이 많았지만 페스티벌은 참가한 배우나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주었다. 올해는 장소를 올림픽공원으로 옮겨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축제를 이어간다.



영화인에서 뮤지컬인으로


원래 어떤 일을 했나?
태흥영화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무릎과 무릎 사이>부터 조승우 씨가 출연한 <하류인생>까지 37개 작품을 제작했고 외화의 경우에는 홍보, 마케팅을 맡았다.


어쩌다 뮤지컬 배우가 중심인 매니지먼트사를 차리게 되었나?
99년도에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오디션을 보는데 머리를 길게 기른 청년이 들어왔다. 이태원 대표, 임권택 감독, 정성일 촬영감독 등 나름 영화계 유명한 분들이 심사를 보는데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뮤지컬 배우”라고 하더라. 그 사람이 조승우였다. 개인적으로 40세가 되면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춘향뎐>이 칸느에 갔는데 그 일만 마치고 사표를 내려고 했다. 태흥영화사에서 배우 관리를 해왔는데 이태원 사장님이 소속 배우들을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조승우, 오정혜 씨 같은 배우들과 처음 일을 시작했다. 애초에는 영화 제작을 하려고 했지만 당장 수입이 없으니까 태흥영화사의 홍보,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계속했다. <취화선>, <하류인생>까지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뮤지컬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지킬 앤 하이드> 일본 공연에 조승우 씨가 출연하게 됐는데, 일본에서 첫 공연만 보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조승우 씨가 몸이 아픈 상황이어서 돌아올 수가 없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지킬 앤 하이드>를 매일 봤다. 그 전까지만 해도 매일 같은 공연을 보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왜 그러는지 알겠더라. 하루 안 보면 궁금하고…, 그렇게 뮤지컬에 빠져들게 됐다.


뮤지컬 배우들을 하나둘 영입하다가 작년에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어떤 취지였나?
그것도 영화계의 경험이 관련된다. 뮤지컬계에 와보니 여기는 같은 종사자들이 만나는 자리가 별로 없더라. 부산영화제나 전주영화제에 가면 영화 학도를 비롯해 유명 영화배우까지 정말 많은 영화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뮤지컬은 그런 자리가 없었다. 매니지먼트사의 입장에서 배우를 사랑해 주는 관객들이 고마운데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MT 같은 큰 팬 미팅을 해보고 싶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뮤지컬 공연장은 물 이외에는 반입이 안 되는데, 가을밤 바람 쐬면서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뮤지컬을 즐기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이번 페스티벌 구성을 보면 업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의지가 읽힌다.
칸느 영화제엔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이 모인다. 시상식이지만 자신의 영화를 팔려는 사람과, 좋은 영화를 사려는 사람이 북적여서 마켓 기능을 한다. 새로 기획하는 영화를 홍보하기도 한다. 이 페스티벌이 작품을 마음 편하게 홍보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뮤지컬 배우들이 뮤지컬만 하는 것도 좋지만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른 장르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갈라쇼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들의 재능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뮤지컬 배우들이 이렇게 재능이 많고, 또 재능 있는 뮤지컬 배우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신인 배우가 입문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것 같다. 오디션 제도가 있지만 신인 배우가 자신의 재능을 알릴 기회가 많지 않다. 지난해부터 유지하고 있는 ‘Hot Stage’는 그런 재능 있는 배우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한 코너이다.


페스티벌을 올리는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페스티벌을 할 수 있게 해준 분은 김서룡 감독이다. 이 페스티벌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김서룡 감독이 안 한다고 하면 접을 생각이었다. 미팅을 했는데 김서룡 감독은 나를 말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 달라. 무대가 아름다워서 이 무대에 서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나를 포기시키겠다고 나온 김서룡 감독이 어느덧 같이 기획을 하고 있더라. 작년에 음식이 너무 적어서 죄송했는데 그것도 열심히 발품 팔아서 모은 것이다. 음식 업체가 안 팔린다고 들어오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들어온 음식 업체는 대박이 났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많이 드셔서. (웃음)





‘인연’에서 ‘별빛’으로

지난해 자라섬 페스티벌의 컨셉은 무엇이었나.
영화 기획하는 일을 오래해서 일을 시작할 때 나 나름대로 기획 컨셉을 만든다. 지난해의 컨셉은 ‘인연’이었다. 내가 왜 이걸 하지, 관객들은 뭣 때문에 이곳까지 와서 이걸 보지. 나는 (조)승우 씨나 (홍)광호 씨를 어렸을 때부터 봐 왔잖나. 저들은 뮤지컬이 뭐라고 온통 이것만 생각하지 싶었다.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것도, 뮤지컬 배우로 살아가는 것도, 뮤지컬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것도 다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을 마치고 나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멍한데, 정말 아무도 안 다치고 사고 없이 끝난 데 감사했다. 자라섬까지 오는 동안 누구 하나라도 교통사고가 나면 어떡하지, 늦게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안전할까, 캠핑을 하는데 위험하진 않을까. 아무도 다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였다. 좋은 공연은 그다음이다. 그다음에 하나씩 생각이 나더라.


사고 없이 끝났지만 굉장히 고생을 했고, 손해를 봤다. 다시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관객들이 너무 즐거웠다고 말해 주고, 배우들도 너무 좋았다고 다음에 자기도 출연하고 싶다고 해서 기뻤다. 그래도 또 해야겠다는 결심이 바로 생기지는 않았다. 큰 결정에 도움을 준 것은 보스턴창투였다. 작년에는 투자로 들어오지 않았는데 일반 관객처럼 말없이 보러 와서는 이 페스티벌은 꼭 계속되어야 한다고 응원해 줬다. 무대를 운영한 팀이나 보안 팀, 음식을 파는 분들은 다들 콘서트를 하던 분들이다. 그분들이 한결같이 좋은 공연이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행복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부대 공연도 이루어졌다. 어린이 공연은 의외였다.
가평을 오고가는데 여기는 영화관이나 공연장이 없더라. 처음에는 가평군이 후원하는데 이곳 어린이들에게 공연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근처 어린이집에 전화를 했는데 휴일이라고 안 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당일 거짓말처럼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관객들이 하나둘 모이는 거다. 그날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잊지 못한다.  올해는 체조경기장이 공사를 해서 공간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내가 페스티벌을 계속한다면 어린이 뮤지컬은 계속할 거다.



지난해 페스티벌의 컨셉은 ‘인연’이었다. 올해는 무엇으로 정했나?
‘별빛’이다. 작년 페스티벌 보도 자료에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이’ 모이는 축제라는 문구가 있길래,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매일 공연이 있는데 자라섬에 어떻게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모이겠나. ‘뮤지컬 스타들’이 모인다고 바꿨다. 객석에서 보고 있는데 정말 배우들이 별들 같더라. 나는 우리 뮤지컬 배우들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많은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하는데 별들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제목에도 ‘스타라이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지난해에는 없었던 창작뮤지컬 섹션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작년에도 하려고는 했는데 첫 해라 못했다. 해외 유명한 뮤지컬 노래도 많이 부르지만 결국은 우리 배우들, 우리 제작사의 작품들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흥영화사에 있으면서 1980년대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는 안 된다고 했을 때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로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뮤지컬도 그렇게 될 것이다. 자신을 가지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성공을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이 페스티벌이 어떤 축제로 남길 바라나?
처음 이 페스티벌을 만든 이유처럼 뮤지컬 배우들과 관객들이 서로 만나서 감사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 뮤지컬을 잘 모르는 관객들이 쉽게 접하고 뮤지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길 바란다. 창작뮤지컬을 제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뮤지컬 관계자들과 그 가족들이 편하게 놀러 오는 자리였으면 한다. 작년 축제는 요만큼은 그런 자리가 되었다고 본다. 마이클 리 아이들이 와서 뛰어놀기도 하고. 어느 관객이 (최)민철 씨 아이가 무대에서 아빠가 노래하는 것을 보고 “저 사람이 우리 아빠예요. 멋있죠.” 하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 어려서 공연을 못 봤는데 현장에서 보고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안 거다. 그런 걸 보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7호 2017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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