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의 새로운 지휘봉을 잡은 양주인 음악감독은 2005년 <카페인>의 쇼케이스 무대로 뮤지컬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재밌는 것은 당시 무대 위에서 주인공 ‘태연’의 노래를 들려준 사람이 그녀라는 사실이다. 대중 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로, 건반 주자로, 코러스 등으로 활동하던 그녀가 원미솔 음악감독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조감독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2006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지킬 앤 하이드>, <브루클린>, <천사의 발톱>, <나인> 등 10여 편의 뮤지컬에서 그녀는 누구 못지않은 열정으로 작품에 임했다. 음악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배우들의 노래 연습을 돕고 함께 고민을 나누느라 새벽 2~3시를 넘기는 일은 다반사. 이러한 열정과 패기를 높이 산 관계자들로부터 일찌감치 프러포즈를 받았지만 그녀는 선배와 함께한 시간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 2008년 <브레멘 음악대>로 신고식을 치른 후 그 해에만 <김종욱 찾기>, <젊음의 행진>, <돈 주앙> 등 네 편의 작품에 음악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오디션 반주를 도와주다가 해외 스태프들로부터 인정받아 참여하게 된 <돈 주앙>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를 준다. 국내 초연한 대형 뮤지컬, 대사 없이 41곡의 노래로만 극이 진행된 송스루 뮤지컬을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동시에 만만치 않은 내공을 발휘해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나이 서른.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이 젊은 음악감독은 언젠가 작곡가로 참여한 작품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2호 2010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