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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칼럼] 2025년 뮤지컬 총결산②

글 |최승연(뮤지컬 평론가) 사진 |. 2025-12-31 3,471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가 매월 주목할 만한 뮤지컬계 이슈를 심도 있게 들여다봅니다.


 

지난 2025년 뮤지컬 총결산①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총결산②에서는 각론으로 들어가 올해 작품의 경향과 인상적인 활동이 돋보였던 창·제작진을 정리하고 2026년 뮤지컬의 지형도를 그려본다.

 

창작 신작의 경향: 작품 편수와 소재의 확장, 새로운 주체의 탄생

올해 창작 신작은 약 70~90편 정도로 예상된다. 오차 범위를 넓게 잡은 것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창작 신작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서울에서 공연된 성인 대상 상업극 초연작이 약 70편, 아동가족뮤지컬과 지역에서 제작된 뮤지컬까지 합하면 약 90편 정도일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하는 『문예연감』 기준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매년 작품성과 예술성을 갖춘 아동가족, 지역 뮤지컬을 합하여 창작 초연 편수를 산정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2020년 19편, 2021년 143편, 2022년 47편을 기록하며 불안정한 수치를 보이던 코로나19 시대를 제외하고 2019년 76편, 2023년 78편, 2024년 74편으로 통상 70편 대의 창작 초연작이 산출되고 있다. 2026년 1월에 개최되는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출품작1)이 총 45편을 기록한 것 역시 주목되는 수치다. 이는 과거 20~30편 정도에 머물던 출품작 수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2025년 창작 초연작의 증가세를 분명히 보여준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창작 신작은 공연건수와 횟수에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1,000석 이하 중소극장에서 올라갔다.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라이브러리컴퍼니), <한복 입은 남자>(EMK뮤지컬컴퍼니) 두 편이 대극장 뮤지컬로 탄생했고 나머지는 전부 중소극장 규모로 제작되었다. 따라서 올해 창작 신작의 경향은 대학로와 종로,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하는 중소극장 뮤지컬에서 뚜렷이 관찰되었다.

 

노인과 여성

올해 가장 유의미한 변화는 한국 뮤지컬의 소재가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기존 뮤지컬이 포함하지 않았던 존재들이 분명한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했다는 점이다. 연초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속 ‘여성 노인’들로부터 시작하여 <넬리블라이>, <라파치니의 정원>, <올랜도 in 버지니아>, <관부연락선>, <수영장의 사과>, 그리고 인디뮤지컬을 표방한 네버엔딩플레이의 작품들 <인화>, <삼색도>, <여단> 등은 다양한 여성 주체들을 다루며 젠더 구도를 바꾸거나 여성들의 호모 섹슈얼한 관계 지형을 폭넓게 확장했다. 이를 통해 한국 뮤지컬에서 ‘미친 여자’가 되어 기성 질서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자와 노동자 여성’, 아버지를 죽이고 굳건한 보호막을 깨고 나옴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질서를 재편하는 ‘딸’을 만나게 되었다. 또한 ‘10대 소녀’들의 경쟁과 우정을 예민한 감수성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단순한 친밀감을 넘어서는 여성들끼리의 사랑이 어떠한 화두를 품을 수 있는지 고찰할 수 있었다. 관련하여 <하트셉수트>는 고대 이집트라는 낯선 소재를 활용하여 여성들의 사랑과 우정을 쿨하고 뜨거운 복합적인 정서로 담아 이목을 끌었다.

 

뮤지컬 <매드해터> 공연 장면. 사진=홍컴퍼니

 

노동과 정치

‘노동과 인권’의 문제를 다루거나, 소시민이 ‘역사적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포착한 작품들도 있었다. <매드해터>, <프라테르니테>는 유럽의 굴뚝 청소부 소년이 자신이 처한 노동 현실을 자각하는 이야기를 공통으로 다룬다. <매드해터>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 속 ‘미친 모자 장수(Mad Hatter)’를 자유와 저항이라는 화두로 전유한 상상력이 매우 돋보였다. 굴뚝 청소부에서 탑햇(top hat) 공장 노동자로 일하게 된 노아가 친구 조슬린과 함께 ‘그들만의 모자’를 만들어 파는 표층 서사와 노아가 탑햇 공장의 수은에 중독되어 정신 착란을 일으키는 심층 서사로 입체화한 서사 전략, 빼곡하게 들어찬 공장 내부의 철골 장치와 벽면의 모자를 대비시키는 무대 디자인, 약 80인 편성의 오케스트라를 상상한 그랜드한 넘버 편곡이 공연을 유니크하게 만들었다. <프라테르니테>는 제르베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빅토르와 거리에 버려진 노동자들-‘수많은 다른 나’와 연대하려는 제르베 사이의 갈등을 다뤘다. 배우의 그림자를 활용한 조명디자인이 매우 특징적이었는데, 이는 빅토르와 제르베의 숨은 의도를 가시화하며 그들 각자가 가진 연대의 개념을 대비, 충돌시키는 효과를 발생했다.

 

이 외에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 <이름 없는 약속들로부터>는 역사적 진실을 판타지와 리얼리즘의 프리즘으로 교차시키며 역사적 주체로 거듭나는 멜로드라마적 연인, 미래 세대의 청년을 다뤘다. 정치와 삶이라는 테마를 예각화한 <데카브리>, 카바레티스트의 목소리를 활용하여 인물을 둘러싼 정치적 맥락을 그린 트라이아웃 공연 <잔다르크> 역시 같은 흐름으로 묶일 수 있다. 역사적 인물을 다루되 영웅 뮤지컬의 전형성을 탈피했다는 측면에서 <잔다르크>는 <비하인드 더 문>과 또한 비슷한 경향을 공유했다.

 

포스트휴먼, 동성애

이에 더하여, ‘포스트휴먼적 존재’들을 주체성 확장의 문제로 끌어올리며 인간의 탈중심화 현상을 그린 <라이카>, 인간과 마녀 그리고 거미가 각자의 개별성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비전을 담은 <번 더 위치>는 2024년 <천 개의 파랑>, <긴긴밤> 그리고 올해 <어쩌면 해피엔딩>(10주년 기념 공연), 로빈(3연)에 이어 ‘뮤지컬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낳았다.

 

한편, 동성애 소재는 올해 더 확장되었다. 특히 남성 동성애물은 서사와 무대 연출 면에서 훨씬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표적으로 <모리스>와 <두 낫 디스터브>는 각각 E.M.포스터의 자전적 동명 소설과 동명 BL웹소설을 원작으로 고풍스러운 무대화를 도모했다. <모리스>는 올해 공연된 <붉은 정원>(3연)의 클래식한 고급스러움과 <와일드 그레이>(3연)의 무대 연출 방식 및 정서적 깊이를 공유하며 하나의 계열을 형성했다. <두 낫 디스터브>는 대극장 스타일의 넘버와 무대 연출을 400석 규모의 극장에 과감하게 활용함으로써 대학로 뮤지컬의 지평을 넓혔다. ‘킬러’를 뮤지컬 무대에 소환하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B급 브로맨스적 터치로 그린 <보더라인> 역시 같은 계열로 정리할 수 있다.

 

뮤지컬 <#0528> 공연 장면. 사진=포커스테이지

 

다양한 양식적 시도와 ‘한국’의 콘텐츠화 vs 대극장 라이선스 공연의 우세

보이지 않고 가려져 있던 존재들을 적극적으로 뮤지컬 무대에 끌어올린 2025년 한국 뮤지컬은 양식적으로도 새로운 방법론을 활용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였다. 극작과 작곡 초안을 AI로 세팅한 <보이스 오브 햄릿>, 1인극 뮤지컬과 음악극의 활황2), 브로드웨이라는 이상향을 두고 뮤지컬이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한 <그레이 하우스>, <#0528>의 메타성, 수영과 권투를 소재로 섬세한 무대 연출을 활용하여 스포츠물의 자장을 넓힌 <수영장의 사과>와 <조선의 복서>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중 <#0528>은 2024년 <접변>에 이은 포커스테이지의 두 번째 작품으로서, 중국 뮤지컬의 가능성을 한국 시장에 심화시켰다. 한국 창작진 장우성의 윤색과 김태형의 연출로 현지화의 수위를 높이면서도 중국의 내세관을 절묘하게 녹인 경쾌하고 깔끔한 공연으로 탄생됐다.

 

또한 하반기에는 한국 소재의 뮤지컬이 다수 무대에 올랐다.3) 대표적으로, 올해의 흥행작 중 하나인 <쉐도우>와 화제작 <한복 입은 남자>는 모두 ‘조선’을 배경으로 판타지적 전망을 담았다. 조선 후기 최대 비극인 임오화변(1762)을 타임슬립 록뮤지컬로 전유한 <쉐도우>, 역사의 문면에서 삭제된 장영실을 동양적 관점으로 세계사를 재편하고자 하는 전망 안에 복원한 <한복 입은 남자>는 역사적 상상력이 관객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장쾌한 울림이 있는 흡입력을 보여주었다. 서울예술단의 <전우치>와 <금란방>(2018)의 이머시브 쇼적 정체성을 이어간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가무악극’이라는 양식에 대한 개념적 모색의 필요성을 더욱 상기시켰다.

 

한편, 2025년에도 대극장 무대는 대중적 확장성이 높은 라이선스 뮤지컬과 내한 공연들이 주로 차지했다. 특히 장기 공연에 성공한 <알라딘>(초연)과 <지킬 앤 하이드> 10주년 공연은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샤롯데씨어터에서 7개월, 이후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2개월을 더한 <알라딘>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6개월 공연을 완료한 <지킬 앤 하이드>는 현재 3개월 리미티드 런(limited run) 방식이 고착된 한국 시장에서 ‘장기 공연’의 가능성을 탐색하며 상반기 뮤지컬 티켓판매액 1, 2위를 차지했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웃는 남자>(4연)와 <팬텀>(5연), 1996년 한국 초연 이후 최초의 크로스 젠더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았던 <브로드웨이 42번가>(19연), 2004년에 초연되어 21주년을 맞은 <맘마미아!>는 여전한 흥행력을 보여주었으며 RG컴퍼니와 CJ ENM이 공동 제작한 <시라노>(3연)는 연출과 무대 디자인을 대거 수정한 2025년 버전으로 향후 레퍼토리화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라이선스 재연작 <미세스 다웃파이어>와 <멤피스> 그리고 3연으로 돌아온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에비타>의 약진도 돋보이던 한 해였다.

 

2025년 제작사의 행보들

올해 주목할 만한 활약을 보인 제작사로는 먼저 대학로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 ㈜네오, 엠비제트컴퍼니 그리고 이모셔널씨어터를 언급할 수 있다. ㈜네오는 <배니싱>(5연)을 KOPIS 기준 2025년 상반기 뮤지컬 티켓판매액 10위로 올려놓은 데 이어 초연작 <마하고니>와 <그레이 하우스>까지 성공시키며 명실공히 대학로 뮤지컬 제작의 강자로 자리를 굳혔다. 엠비제트컴퍼니는 2025년 라인업 연극 <로미오 앤 줄리>, <미러>와 뮤지컬 <아나키스트>, <조선의 복서>, <프라테르니테>를 통해 신작 개발의 방향성과 비전을 명확히 보여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균형감 있게 맞춰 나갔다. 대학로의 생리를 정확히 읽고 시장 내 포지셔닝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제작사로서, 여러 지원사업에서 개발된 작품을 제작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뮤지컬의 아트워크를 주된 업무로 담당하던 이모셔널씨어터는 2025년 <소란스러운 나의 서림에서>, <보이스 오브 햄릿>, <르 마스크>, <캐빈> 등의 라인업을 선보이며 뮤지컬 제작사로서의 역량을 각인시켰다. 단정하고 깔끔한 플롯, 공연별로 명확히 정리된 무대 콘셉트, 드라마를 잘 실어 나르는 넘버가 이모셔널씨어터 뮤지컬의 특징이다. 특히 et theatre 1(이티 씨어터 원) 극장과 ‘랩퍼토리(LABpertory)’라는 자체 공연 개발 프로그램을 모태로 하여 제작까지 완성시키는 시스템이 매우 주목된다. 그 외에 <마리 퀴리> <팬레터> 등의 기존 레퍼토리를 더욱 업그레이드하여 대극장 무대에 올린 라이브(주)의 작업, 2025년 인디뮤지컬 시리즈를 실험하고 그중 <인화>와 <청새치>를 2026년 라인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네버엔딩스토리의 방향성 역시 흥미롭다.

 

대극장 라이선스 뮤지컬에 주력하던 제작사가 중소극장 창작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는 흐름도 2025년의 중요한 현상이다. 2013년부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제작하던 블루스테이지는 올해 <쉐도우>를 통해 관객 맞춤형 마케팅과 기획을 유연하게 선보였다. 또한 대학로 중소극장 창작물에 꾸준히 투자하며 감각을 확장하던 쇼노트는 2022년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에 이어 올해 <데카브리>를 선보이며 창작뮤지컬 방법론을 심화시켰다.

 

사진=CJ ENM

 

홍보와 극장 인프라-유니버스 구축에 대한 지향성

한편, 올해 CJ ENM의 행보는 뮤지컬 마케팅의 측면에서 주목된다. 연말에 올린 세 작품 <물랑루즈>, <킹키부츠>, <비틀쥬스>를 ‘씨뮤 산타즈의 선물공장’이라는 제목으로 묶어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팝업스토어에서 홍보함으로써 ‘CJ ENM 유니버스’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킹키부츠>와 <비틀쥬스>의 세계관을 결합하여 엔젤과 비틀쥬스 유령들이 함께 만드는 ‘킹키(kinky)하고 기이한 발랄함’을 두 작품의 인상으로 각인시키는 시너지를 도모했다.

 

2025년에는 극장 인프라에도 변화가 생겼다. 2010년대 중반까지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씨어터와 블루스퀘어를 필두로 뮤지컬 공연이 가능한 1,000석 이상 극장이 다수 설립되어 시장 성장의 기반이 구축되었다면, 2019년에 설립된 부산 드림씨어터는 지역으로 뮤지컬이 유통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며 동시에 서울에 집중된 대관 경쟁의 압력을 다소 완화시켰다. 올해에는 서울 광진구에 대극장이 추가되고 2026년 초 대학로에 새롭게 (재)개관할 극장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하드웨어 구축에 있어서 또 다른 전기를 마련했다. 먼저, NHN링크는 기존 어린이회관 문화관을 1,010석 규모의 대극장으로 리모델링한 ‘티켓링크 1975 씨어터’를 올해 10월 개관하고, 2026년 봄 대학로에 각각 280석과 151석의 2개관을 보유한 ‘LINK SPACE’를 개관할 예정이다. 또한 놀유니버스는 2026년 1월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대학로뮤지컬센터를 대극장(우리카드홀)과 중극장(우리투자증권홀)을 갖춘 ‘NOL 씨어터 대학로’로 재개관하며, <은밀하게 위대하게> 10주년 기념공연을 재개관 기념작으로 올릴 예정이다. 또한 놀유니버스는 우리은행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을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로,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을 ‘NOL 씨어터 코엑스 우리은행홀’4)로 변경함으로써 ‘NOL’ 네이밍을 사용하고 있는 대학로 극장과 더불어 유니버스 체제를 더욱 구축할 전망이다.

 

토니어워즈 그 이후

이처럼 다양하고 다층적인 2025년 한국 뮤지컬 현장의 흐름은 토니어워즈 이후 글로벌 콘텐츠 생산과 유통에 집중하고 있는 민관의 방향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활황이 시장과 콘텐츠의 내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예술성과 상업성을 융복합적으로 펼치는 뮤지컬의 본질과 얼마나 닿아 있는지 섬세하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가령, 올해 실제 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KOPIS 지표 순위와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크게 상향 조정된 정부지원금이 향후 한국 뮤지컬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또한 스타 캐스팅이 작품성보다 우위에 있는 시장 상황을 차츰 바꿀 수 있는 시스템적 모색도 필요하다. 중소극장 뮤지컬과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는 대극장 창작뮤지컬의 육성도 로컬, 글로벌 시장으로의 유통을 위해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극장 공연을 감당할 수 있는 작가, 작곡가, 그리고 연출가가 긴 안목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올해 오루피나 연출과 배우에서 연출로 지평을 넓히고 있는 박한근 연출의 행보는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유의미했다.

 

2026년에는 더 적극적인 글로벌 프로젝트가 예고되어 있다. 3월~6월에 공연될 놀유니버스의 <렘피카>는 <하데스타운>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 연출가인 레이첼 차브킨이 직접 연출을 맡았으며, 2028년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하고 있는 에이콤의 <몽유도원>은 한국적 색채와 상징성을 무기로 2002년 버전과 다르게 준비되고 있다. 2022년에 공연되었던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을 2025년 <말리>로 재정비한 ㈜주다컬쳐의 비전 역시 미국 진출에 닿아 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 K-POP >의 인프라를 활용한 구체적인 행보가 특징이다.

 

2026년은 <살짜기 옵서예>가 공연되었던 1966년을 기준으로 한국 뮤지컬이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심화된 관점이 필요하다. <살짜기 옵서예> 이전의 역사적 흐름이 어떠했는지 섬세하게 고려하는 역사적 상상력이 요청된다. 이것이 한국 뮤지컬사 6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일 수 있다. 2025년 공연으로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레퍼토리로 더욱 성장한 <차미>, <쇼맨>, <레드북>, <아몬드>의 도도한 흐름은 글로벌 시장을 견인할 내실을 다지며 한국 뮤지컬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1]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부문은 해당 연도 창작 초연작을 대상으로 한다.

[2] <어느 볕 좋은 날>, <노베첸토>, <공생, 원>, <태일>(오연) 등이 음악극 양식으로 공연되었다. 현장에서 음악극은 넘버의 수가 뮤지컬보다 적고 대사와 넘버의 결합이 다소 느슨한 ‘연극에 가까운’ 스타일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뮤지컬과 연극 사이 제3의 지대에 놓인 양식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음악극은 뮤지컬, 오페라, 창극 등을 전부 포괄하는 상위 개념으로서 극과 음악이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말한다. 음악극 양식을 표방하는 공연들이 늘어날수록 여러 층위의 개념 정리가 필요할 것이다.

[3] 이에 대한 전체적인 정리와 분석은 최승연, 「[칼럼], 창작뮤지컬, K-뮤지컬 그리고 한국형 뮤지컬」, 『더뮤지컬』, 2025. 9. 30을 참고할 것.

[4] 2025년 11월 9일~2026년 2월 22일까지 공연되는 <렌트> 이후부터 극장명이 변경될 예정이다. 즉, 2026년 3월부터 공연될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 <렘피카>부터 바뀐 극장명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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