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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영주와 함께한 <양덕원 이야기> - 우리 모두의 이야기 [No.83]

정리|배경희 |사진|김호근 2010-08-16 5,604

 

김영주는 쉴 틈이 없다. 얼마 전 <아이 러브 유> 장기 공연이 끝나자 이번에는 코믹 컬트물 <톡식 히어로> 공연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뿐 아니다. 오는 9월부터 공연하는 <브로드웨이 42번가> 출연이 예약되어 있는 상태. 요즘 한창 연습 중인 <톡식 히어로> 작업에 빠져 있는 그녀와 함께 <양덕원 이야기>를 관람했다.   

 

오늘 볼 공연으로 <양덕원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지인의 추천 때문이다. 친한 동생에게 오랜만에 공연 보러 가는데 좋은 연극 없냐고 물었더니 바로 이 작품을 추천하더라. <양덕원 이야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친숙한 이름이다 싶었더니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이다. <아이 러브 유>를 공연하러 지난 8개월간 매일 출근했던 그 극장 말이다. ‘근데 어떻게 몰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테지만, 아무리 같은 건물에서 공연 중인 작품이라고 해도, 극장에 도착하면 출연자 출입구를 통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내 공연장으로만 가니까 공연 중인 작품에 대해 잘 모를 때가 있다. 그래도 극장을 오가며 눈에 익긴 했던 거지. 

 

<양덕원 이야기>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있는 한 가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소박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주요 사건은 의사의 예상과 달리 아버지의 죽음이 자꾸 유예 되는 것이다. 서울에 각자 흩어져 살고 있는 세 남매는 아버지가 위독하실 때마다 서울과 고향을 오가야 하는데 그렇게 반복하기를 수차례. 처음에는 아버지가 하루라도 더 살다 가시길 바라던 자식들이 그런 유예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편으로는 빨리 이런 상황이 정리되길 바라게 된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런 자식들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극 중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그게 현실일 것 같다. 피할 수 없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게 우리들의 현실이니까.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그런 걱정은 없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공연하느라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될 때가 있다. 막내라서 그런지 그런 두려움을 굉장히 많이 느낀다. 나이를 먹었어도 막내는 막내니까.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런 일은 안 일어나거나, 아주 나중이었으면 좋겠는데....


내게는 네 살, 여섯 살 터울의 언니가 둘 있는데 우리 세 자매는 작품 속 세 남매처럼 티격태격 싸웠던 적은 별로 없다. 두 언니가 결혼해서 분가하기 전까지 한 번도 떨어져서 지내 본적이 없이 줄곧 같이 붙어살았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크게 다투거나 싸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여자가 많은 집에서는 항상 옷 가지고 많이 싸우지 않나. 나도 어렸을 때는 언니 몰래 언니의 비싼 귀걸이를 하고 나갔다가 망가뜨려 오기도 하고, 사이즈가 작은데도 언니 옷을 억지로 구겨 입고 나가기도 하고.... 그래도 언니들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막내다 보니 뭘 하든 많이 용서가 되는 편이었다.


공연 중 이따금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마 내가 반응을 좀 크게 보여서 그런 것 같다. 의도적으로 제스처를 크게 한다기보다 이제는 그런 게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고 할까. 무대에서는 감정을 극대화시켜서 표현해야 하는데 15년 정도 되다보니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물론 배우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소극장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호응이 정말 중요하니까. 또 한 가지 관객들과 차이를 느꼈던 게 있다면 공연 중에 실제 라면을 먹는 장면에서 순간 라면 냄새가 확 풍기자 사람들의 반응은 ‘맛있겠다’였지만, 난 ‘이따 저녁 공연 때도 또 라면을 먹어야 할 텐데…’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거다. 그게 싫으면 또 정말 싫은 거라....


<양덕원 이야기>를 보길 잘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하지만 종종 그 가치를 잊고 지내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으니까. 해일처럼 확 밀려오는 감동은 아니지만,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좋은 공연이기도 했고. 피곤하고 지쳤을 때 돌아가서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그 집에 내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알게 됐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3호 201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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