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입양아 친구가 두 명 있었어요.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작품과 캐릭터 속에 녹여냈죠. 작가로서 입양아란 소재를 선택한 것은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었어요. 관객들이 그 에너지를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작곡가와 협업이 잘 이루어져 대본과 음악을 굉장히 밀착시키며 작품을 만들어 나갔어요. 피아노 앞에 함께 앉아 서로 가사와 음악을 쓰며 아이디어를 주고받기도 했죠. 대단한 철학을 담은 작품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걸어온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도록 가이드를 잘 해주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전수양(작가)
소재 자체가 자칫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실제로 극적으로도 업 앤 다운이 많아요. 그래서 극의 분위기가 아래로 내려갈 때는 음악으로 그것을 끌어올려 주고, 극의 분위기가 위로 올라갈 때는 음악으로 무게를 잡아주면서, 극과 교차할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들기도 했죠. 또 저희 작품의 자부심은 작가와 작곡가가 마치 한 명인 것처럼 극을 만들어 나갔다는 거예요. 음악이 먼저냐, 가사가 먼저냐, 이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나갔다는 것. 그 묘미를 함께 느껴주신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장희선(작곡가)
Airport Baby
작품에서 제일 처음 쓴 곡이에요. 당시 한예종 졸업 작품과 충무아트홀 블랙앤블루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세 곡의 데모를 만들어야 했어요. 그때 만든 것이 ‘에어포트 베이비’, ‘이태원’, ‘No Heaven For Me’로, 극의 중심이 되는 곡들이었죠. 조쉬는 미국에서 자랐으니까 컨트리 음악을 즐겨 들을 것 같더라고요. 솔직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장르가 바로 컨트리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작가가 가사에 조쉬의 전사가 보이게끔 이야기를 쭉 흘려주었거든요. 그래서 가사를 받는 순간 한 번에 작곡을 했어요. 조쉬는 기대와 희망을 안고 한국에 왔잖아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전진의 느낌. 그것을 이 곡에 쫙 펼쳐냈죠. (장희선)
이태원
딜리아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태원 ‘딜리댈리’ 식구들은 브로드웨이 쇼툰으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가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브로드웨이 쇼툰이거든요. 그래서 딜리아가 처음 등장할 때 홍키통크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었어요. 딜리아는 오랫동안 미군 주변에서 쇼를 하며 엔터테이너로서의 삶을 살았어요. 그 시절 윤복희, 김시스터즈 같은 엔터테이너의 모습이 있는 거죠. 때문에 옛날 1960년대 노래 느낌을 담은 거예요. 딜리아의 캐릭터와 음악이 재밌게 잘 어우러지도록 말이죠. (장희선)
워짜쓰까잉
조쉬의 외삼촌이 부르는 이 곡은 블루스로 만들면 어떨까 하고 작곡가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또 이 노래를 위해 특별히 전라도 말을 잘 구사하는 전라도 말 투르그를 섭외했죠. (웃음) 친구 아버지가 전라도 토박이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표준말로 가사를 쓰면 그 친구가 아버지께 여쭤봐서 전라도 사투리로 바꿔주었어요. 그러면 작곡가는 완성된 가사를 아는 전라도분께 읽어달라고 해서 그걸 녹음 했어요. 녹음된 사투리 음의 높낮이에 맞춰 작곡이 이뤄지기도 했죠. 실제로 전라도 말을 들으며 음악을 만들다보니 판소리 느낌이 녹아들기도 하더라고요. (전수양)
No Heaven For Me
이 곡의 가사는 작품의 모티프가 된 입양아 친구의 실제 이야기에서 비롯된 거예요. 친구가 자신을 낳아주신 친엄마를 만나게 되었는데, 엄마가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한 곳이 김밥천국이었다는 거예요. 친구는 친엄마가 집에서 따뜻한 밥 한 공기를 해줄 줄 알았지만, 김밥만 실컷 먹고 왔다며 재밌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있으니 너무 웃긴데 또 너무 슬프더라고요. 덕분에 ‘김밥도 천국이 있고 떡볶이도 천국이 있는데 날 위한 천국은 없네’라는 가사를 쓰게 되었죠. 그런데 막상 이렇게 구성을 맞추다 보니 2절을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제 뭐가 있고, 뭐가 없다는 내용의 가사를 써야 할까? 순대, 오뎅 등등 온갖 단어들을 떠올리며(웃음) 3개월 넘게 고민했죠. 그러다 문득 ‘엄마’로 내용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미국에도 엄마가 있고 한국에도 엄마가 있는데 날 위한 엄마는 없네’란 가사를 쓰게 되었답니다. (전수양)
이제 와 돌아보니
‘No Heaven For Me’의 다음 장면은, 늘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 같은 기분이었어요.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바닥까지 내려간 슬픔을 다시 끌어올려야 했거든요. 지난 공연에서는 ‘이태원 공작새’란 노래를 쇼처럼 풀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곡을 더해야겠더라고요. 작곡가가 여러 곡을 쓰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는데, 박칼린 연출님이 딜리아가 이태원에서 금요일 밤에 하는 일이 드래그 퀸 쇼가 아니겠느냐고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이제 와 돌아보니’란 곡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또 한 가지 고민이 생겼어요. 드래그 퀸 쇼라는 설정상 이 곡이 가요로 등장하고, 배우가 립싱크로 불러야만 했거든요. 이 곡을 실제로 불러줄 가수를 섭외하는데 난항을 겪었는데, 연출님의 도움으로 인순이 선생님이 흔쾌히 녹음에 참여해 주셨어요. 가사와 음악이 좋아서 음반에도 싣고 싶다는 말도 해주셨죠. 녹음할 시간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김형석 작곡가가 피아노 반주를 해주고, 최고의 엔지니어와 조율사도 함께 해주었어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기분이랄까요. 전화위복을 몸소 경험한 장면이었죠. (전수양)
It's Okay
이 곡은 신데렐라가 집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열한 시에 부르는 ‘일레븐어클락송’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마지막 곡 ‘Airport Baby’는 떠나가는 노래니까 그 전에 조쉬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곡이 필요했거든요. 이 노래는 기도할 때 똑같은 말을 반복하듯이 찬팅 느낌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모두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츠 오케이, 이츠 오케이’라고 노래하는 거예요. 괜찮다, 괜찮다, 이렇게 인물들을 보듬어주면서, 희망적으로 극을 닫는 역할을 하려고 했죠. 화음 없이 모두가 똑같은 음으로 부르는 부분이 참 따뜻하고 좋아요. (장희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